수행기

경을 암송하면 어떤 이득이 있을까?

담마다사 이병욱 2022. 10. 26. 08:32

경을 암송하면 어떤 이득이 있을까?

 


지금 시각 3 38, 스마트폰 자판을 친다. 암송과 행선을 마치고 지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엄지로 친다. 잠을 더 잘 수 있으나 일어난 생각, 흘러가는 생각을 문자로 붙잡아 두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흔히 펜가는대로 글 쓴다고 말한다. 세상이 바뀌었다. 요즘은 엄지로 친다. 글이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다. 엄지 가는대로 치는 것이다. 그러나 큰 얼개는 정해져 있다. 그것은 암송에 대한 글쓰기이다.

잠에서 깨었을 때 개운하지 않았다. 몸도 마음도 찌뿌둥 했다. 이럴 때 잠을 청하면 악몽이 되기 쉽다. 이럴 때는 일어나야 한다. 일어나서 경행을 해야 한다.

좁은 방을 왔다갔다하다보면 몇 프로 부족한 것 같다. 채워지지 않은 것이 있다. 이럴 때는 암송해야 한다. 빠다나경을 암송했다. 암송하고 나면 한결 나아진다. 암송하면 즉각적 효과가 있다. 찌뿌둥했던 것이 사라졌다.

최근 밴드에 올라 온 빤냐완따 스님의 글을 읽었다. 시인 스님이기도 한 빤냐완따 스님은 글을 잘 쓴다. 어느 글을 읽어 봐도 쏙쏙 들어 온다. 그만큼 내용에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스님은 교학을 강조했다. 수행도 좋지만 교학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극히 당연한 말이다. 그럼에도 교학을 강조하는 것은 한국테라와다불교가 지나치게 수행위주로 치우쳐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
한국인 수행자들 중에는 알아차림 수행이나 위빳사나 통찰만이 테라와다불교 수행의 전부라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경전 공부를 등한시하게 됩니다. 테라와다불교 수행의 특징은 교학공부의 탄탄한 기초 위에서 이루어집니다."(빤냐완따 스님)

어느 스님은 사띠를 강조한다. 마치 현존을 말하는 자가 '이것'을 말하는 것과 같다. 이것 하나만 가지고 한시간 법문하듯이 사띠 하나 가지고 한시간 말하는 것이다.

대승불교에서는 마음을 강조한다. 그래서 부처님 팔만사천법문을 한단어로 말하면 '마음'이라고 한다. 테라와다불교에서 어떤 법사는 부처님 팔만사천법문을 한단어로 '사띠'라고 했다.

사띠의 중요성은 말할 나위 없다. 니까야 도처에서 사띠를 볼 수 있다. 그래서일까 수행처에서는 늘 사띠하라고 말한다. 일상에서도 사띠하라고 말한다. 늘 알아차림 하라는 말과 같다. 그런데 빤냐완따 스님은 이제 사띠를 초월해야 함을 말한다. 그래서 "경전의 독송ㆍ암송은 교학공부의 일환입니다. 특히 빨리어 경전의 독송ㆍ암송은 불교수행의 기초인 동시에 테라와다 불자로서 갖추어야 할 필수덕목입니다."라고 말한다.

몸관찰 등 사념처 관찰하는 것만 사띠는 아니다. 부처님 가르침을 새기고 기억하는 것도 사띠에 해당된다. 사띠가 단순히 마음챙김으로 끝나는 것이 아님을 말한다.

사띠의 본래 의미는 기억이다. 바로 이전 것을 기억하면 수행용어로서 사띠가 된다. 흔히 마음챙김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오래 된 것도 기억이라고 말한다. 경전을 읽은 것이나 경을 외운 것을 기억해 내는 것도 사띠에 해당되는 것이다.

사띠는 마음챙김으로 끝나지 않는다. 마음챙김만 강조한다면 수행만 강조하는 것과 같다. 사띠는 오래 된 것도 기억해 내는 것이다. 대개 부처님 가르침이 대상이 된다. 그래서 빤냐완따 스님은 "경전을 독송ㆍ암송하다보면 가르침을 잊지 않게 되고, 독송ㆍ암송을 반복하다보면 미처 알지 못했던 부처님 가르침의 깊은 뜻을 이해하게 됩니다."라고 말한다.

몇 년 전 빤냐완따 스님을 만났다. 성남에 있는 스님의 거처를 찾아 간 것이다. 컨테이너 하우스에서 살고 있는 스님은 팔정도를 강조했다. 이제 사띠를 넘어 팔정도 수행을 해야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먼저 팔정도를 외워보라고 했다.

스님의 말에 자극받아 팔정도분석경(S45.8)을 외웠다. 외우고 나서 매일 암송했다. 이로 그치지 않고 다음 번에는 십이연기분석경(S12.2)를 외웠다. 모두 빠알리어로 외운 것이다. 이후 사수념을 외우고 법구경 마음의 품을 외웠다. 가장 최근에는 빠다나경을 외웠다.

빤냐완따 스님은 불자라면 독송하거나 외워야 할 경을 나열했다.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1.
초전법륜경(담마짝깝빠왓따나 숫따)
2.
팔정도경(막가위방가 숫따)
3.
무아상경(아낫따락칸나 숫따)
4. 12
연기게송(빠띳짜사뭅빠다 가타)
5.
대념처경(마하사띠빳타나 숫따)
6.
필수독송 자애경(까라니-야 멧따 숫따)
7.
길상경(망갈라 숫따)
8.
승리의 길상경(자야 망갈라 숫따)
9.
보배경(라따나 숫따)
10.
법구경 게송들(담마빠다)
11.
빨리어 공양게송
12.
삼귀의 5계문
13.
삼보예찬
14.
공덕회양문

 


이와 같은 14종의 경은 틈만 나면 독송해야 할 것들이다. 암송하면 더 좋다. 책을 보며 독송하는 것보다 머리 속에 기억해 놓고 암송하는 것이 더 좋다. 책은 곁에 항상 있는 것은 아니지만 머리 속에 있는 것은 언제든지 꺼내 볼 수 있다. 저 세상에 갈 때 큰 공덕이 될 것이다. 우리말로 번역된 것도 좋지만 더 좋은 것은 빠알리 원문으로 독송하거나 암송하는 것이다.

빤냐완따 스님이 추천한 것 중에 상당수를 외웠다. 리스트에서 초전법륜경, 팔정도분석경, 십이연기분석경, 자애경, 길상경, 승리의 길상경, 보배경, 법구경 게송을 외웠다.

경을 독송하거나 암송하면 어떤 이점이 있을까? 이에 대해서 빤냐완따 스님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
경전을 독송ㆍ암송하면 다음과 같은 이익을 얻게 됩니다. 경의 독송ㆍ암송이 거듭될수록 삼보에 대한 신심이 깊어지면서 대상에 대한 탐욕이 줄어듭니다. 혼침ㆍ산란함ㆍ법에 대한 의심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집중력이 강화되고 기쁨과 행복감이 생겨납니다. 몸과 마음이 고요해지면서 높은 삼매를 유지하게 됩니다. 지극한 마음으로 경전을 수지독송ㆍ암송하면 항상 천신이 보호하여 그 어떤 두려움도 생겨나지 않고 평정심이 유지됩니다. 그리하여 마음의 방향이 생사해탈을 향해 나아가게 됩니다."(빤냐완따 스님)

경을 독송-암송하는 수많은 이득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중에서도 '항상 천신이 보호한다'는 말이 와 닿는다. 왜 그런가? 감응을 하기 때문으로 본다. 이는 다음과 같이 경전적 근거가 있다.

그런데 그때 재가의 여자 신도인 벨루깐다끼야 난다마따가 날이 밝자 일어나 피안으로 가는 길을 암송하고 있었다. 그때 대왕 벳싸바나가 무언가 할 일이 있어 북쪽에서 남쪽으로 가고 있었다. 그 대왕 벳싸바나는 재가의 여신도 난다마따가 피안으로 가는 길을 암송하는 것을 들었다. 들으면서 암송이 끝나기를 기다리면서 서 있었다.”(A7.53).

재가의 여신도 난다마따는 숫따니빠따 '피안의 품'을 암송하고 있었다. 그때 사대왕천 중의 하나인 벳싸바나 대왕이 이를 들었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경을 독송하거나 암송하면 천신이 감응함을 말한다. 가능하면 빠알리 원문으로 암송하는 것이 좋다. 왜 그런가? 부처님 당시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빠알리어로 암송했기 때문이다. 죽어서 천신이 된 존재들도 감응하기 쉬울 것이다.

매일 경을 암송하고 있다. 주로 새벽에 암송한다. 소리내지 않고 속으로 암송한다. 그래도 소리내서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암송을 하고 나면 확실히 효과를 보기 때문이다.

암송을 하면 효과가 있다. 찌뿌둥한 몸과 마음이 사라진다. 무엇보다 집중이 된다. 집중된 힘으로 경행을 하면 행선이 된다. 이렇게 본다면 암송하는 것은 사마타가 된다. 가르침을 대상으로 집중하기 때문에 담마눗사띠(Dhammanussati), 법수념이 되는 것이다.

경을 독송이나 암송하면 우울증도 치료 될 수 있다. 이에 대해서 빤냐완따 스님은 "특히 마음이 우울하고 불안할 때, 갖은 망상으로 마음이 산란하고 들뜰 때, 알아차림이 잘 되지 않을 때 빨리어 경이나 게송을 독송ㆍ암송해 보십시오."라고 말했다.

새는 좌우 날개로 난다. 한쪽 날개만 있어서는 날 수 없다. 수행만 있어서는 바른 길로 갈 수 없다. 정견이 있어야 바른 길로 갈 수 있다. 정견은 다름아닌 부처님 말씀이다. 수행자는 교학과 수행이라는 양날개로 날아간다.

머리맡에는 경전이 있다. 항상 가까이 있어서 열어 본다. 중요한 것은 기억해 두고자 노력한다. 바로 이런 것도 사띠에 해당될 것이다. 사띠라 하여 마음챙김이나 알아차림과 같은 통찰수행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부처님 가르침을 기억하는 것도 사띠에 해당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경을 읽어야 한다. 더 좋은 것은 암송하는 것이다.

빤냐완따 스님은 틈만 나면 경을 암송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 승은 매일 빨리어 <팔정도경>과 그 밖의 경ㆍ게송들을 암송합니다. 오전에도 암송하고 오후에도 암송하고, 새벽에도 암송하고 밤에도 암송합니다. 나무밑에 앉아서도 암송하고 버스 안에서도 암송합니다."라고 말했다.

경을 암송하면 수많은 이득이 있다. 우울증이 극복되고 천신의 보호를 받는다. 그러나 무엇보다 집중이다. 이와 관련하여 빤냐완따 스님도 "빨리어 단어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따라가다보면 강한 집중력이 생겨나면서 마음이 평온해집니다."라고 말했다.

매일 경을 암송하고 있다. 빤냐완따 스님이 말한대로 경을 암송하면 강한 집중이 된다. 이 집중된 힘으로 행선이나 좌선을 하면 효과적이다. 억지로 용 쓰지 않아도 집중이 잘 된다. 심란했던 마음이 평온해지는 것은 덤으로 따라 오는 것이다. 더구나 암송하면 천신이 보호해 준다고 하지 않던가! 그러나 무엇보다 공덕이 된다. 이 다음에 저 세상에 갈 때 든든한 노자돈이 되는 것이다.

지금 시각 5 47분이다. 글을 쓰다 보니 2시간이 훌쩍 지났다. 정리하면 6시가 넘어갈 것이다. 나에게 있어서 경을 읽고 경을 외우고 경을 암송하는 것 못지 않게 경을 근거로 쓰기하는 것도 수행이 된다. 쓴 것은 하나도 버리지 않는다. 인터넷에 공유하고 나중에 책을 내는데 사용된다.


2022-10-26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