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식물

행운목에서 꽃대가 네 개 나왔는데

담마다사 이병욱 2022. 11. 30. 14:44

행운목에서 꽃대가 네 개 나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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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도 끝자락이다. 11월 마지막날에 한파가 몰아 닥쳤다. 평소 같으면 운동삼아 걸어서 일터에 가야 했으나 엄두가 나지 않았다. 지금부터 길고 춥고 외로운 계절, 견디기 힘든 혹독한 계절이 시작되는 것일까?

눈소식도 들려 온다. 그나마 다행이다. 11월은 헐벗은 달이 되는데 눈 옷을 입게 되었다. 그러나 도시의 가로는 을씨년스럽다. 여기에 바람이라도 불면 마음은 더욱 위축된다. 살을 애는 날씨에 비바람이 몰아치면 최악의 상황이 된다.

흔히 계절의 여왕을 5월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최악의 계절은 무엇인가? 11월이라고 본다. 왜 그런가? 앙상한 가지만 남기 때문이다. 삭풍에 옷깃을 여밀 때 가진 것이 없는 자들은 삶의 절망에 빠진다.

외롭고 고독하고 희망이 없는 겨울이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 되었다. 이런 때 눈소식보다 더 반가운 것이 있다. 그것은 꽃소식이다. 행운목에서 꽃대가 나온 것이다.

 


행운목 꽃대를 발견한 것은 11일전이다. 그때 두 개 발견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자세히 보니 네 개이다! 어찌 이럴 수가 있을까? 전혀 생각지도 못한 것이다.

이제까지 행운목을 키우면서 두 개의 꽃대는 보았다. 네 개는 이번이 처음이다. 대체 나에게 어떤 엄청난 행운을 예고하는 것일까?

앞으로 10일 후에는 행운목꽃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그때에는 스리랑카에 있게 된다. 행운목꽃은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피고 질 것이다.

꽃이 피면 향내가 밀폐된 공간에 진동할 것이다. 꽃과 향기로서 자신의 존재를 마음껏 드러낼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없는 공간이다. 마치 야생화가 누가 보건말건 제 할 일을 다 하는 것과 같다.

행운목은 주어 온 것이다. 지난 봄 아파트 쓰레기 버리는 날에 누군가 버렸다. 잎파리가 몇 개 붙어 있지 않아서 형편 없는 모습이었다. 마치 버린 자식 같았다.

행운목을 발견하고 쾌재를 불렀다. 잽싸게 차에 실어서 사무실에 가져다 놓았다. 2주에 한번씩 물을 주고 질소 비료도 주었다. 북동향이지만 그래도 햇볕이 잘 드는 창가에 두었다.

행운목은 수 개월이 지났을 때 잎이 무성해지기 시작했다. 하단 부위에서는 새로 가지가 나기 시작했다. 마치 고목에서 가지가 나는 것 같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새로 난 가지에서 꽃대가 삐죽 나온 것이다.

 


행운목 꽃대 네 개에서 나오는 행운목꽃은 어떤 모습일까? 이미 수차례 보긴 했지만 이번 것은 특별할 것 같다. 주어온 자식이 출산하는 듯한 기분이다.

행운목꽃이 핀다고 하여 행운을 바라지 않는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나에게는 행운이다. 삭풍이 몰아치는 삭막한 계절에 꽃소식만큼 반가운 것은 없는 것 같다.


2022-11-30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