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와다불교

담마까야 붓다의 날에

담마다사 이병욱 2023. 6. 4. 07:22

담마까야 붓다의 날에



어제 의정부에 있는 담마까야(法身寺)에 갔었다. 한국에 있는 태국절이다.

담마까야는 태국불교 3대 종파 중의 하나이다. 가장 나중에 형성된 신흥종단이라 볼 수 있다. 동시에 수십만명이 법회를 볼 수 있는 에프오(UFO) 모양의 매우 큰 규모의 건축물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2023년 6월 3일은 붓다의 날이었다. 한국에서 사월초파일은 오로지 탄생만을 기념하는 날이다. 그러나 사월 음력 보름의 붓다의 날에는 탄생, 성도, 열반이라는 세 가지 사건을 동시에 기념하는 날이다.

 

 

유엔에서는 붓다데이를 불교의 공식 홀리데이(Holyday)로 선언한 바 있다. 그래서 매년 붓다데이가 다가오면 사무총장은 기념사를 발표한다.


올해 유엔사무총장의 메시지는 무엇일까? 검색해 보니 안토니오 구테레스(Antonio Guterres)의 메세지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저는 부처님의 탄생, 깨달음, 열반을 기념하는 베삭데이(Vesak Day)를 축하하는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따뜻한 소원을 보냅니다.
 
이 성스러운 날 기념하는 이상은 유엔의 목표인 민족 간의 이해, 조화 추구, 평화 증진과 깊은 공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투쟁의 이 시기에 부처님의 관용, 연민, 인류에 대한 봉사에 대한 가르침은 위안과 힘의 원천입니다.
 
더 나은 미래를 향한 길을 탐색하면서 베삭(Vesak)의 정신을 붙잡읍시다.
 
차이를 좁히고, 편협한 이기심을 극복하고, 모두를 위한 보다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연대하여 함께 일합시다.”(5 May 2023, 유엔사무총장 안토니오 구테레스)
 
 
이 메시지는 2023년 5월 5일 발표되었다. 영어로 되어 있는데 구글 번역한 것이다.

음력 사월보름 붓다데이는 전세계적인 축일(祝日)이다. 유엔에서 공식으로 인정한 축일이기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기념식이 열린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테라와다불교를 신봉하는 사원에서는 이날 하루 부처님의 탄생과 성도와 열반을 기린다.

매년 붓다의 날에는 테라와다불교 선원에 갔었다. 주로 담마와나선원에 갔었다. 청파동에 있는 한국테라와다불교 서울선원을 말한다. 선원이 만들어진 첫해부터 다녔다. 작년에는 관악역 부근에 있는 한국마하시선원에 갔었다. 올해는 담마까야에 가고자 했다.

담마까야에 가고자 한 것은 이국문화를 체험해 보고자 한 것이다. 담마까야는 2018년과 2022년 까티나 가사공양법요식 때 참석한 바 있다. 이번에는 붓다의 날 행사를 체험해 보고 싶었다.

불쑥 찾아가서는 안될 것 같았다. 먼저 전화를 걸었다. 검색창에 “법신사 태국”을 키워드로 검색하면 전화번호가 나온다. 한국말을 잘 하는 여인이 전화를 받았다. 두 명 참석한다고 알렸다.

붓다의 날 날씨는 화창하고 청명했다. 온도와 습도도 적당하다. 축복받은 날씨이다. 일주일 전에 열린 부처님오신날과 대조적이다. 그 때는 비가 왔었다.

법신사 가는 것은 익숙하다. 이미 두 차례 간 적이 있기 때문에 어디에 있는지, 어떤 식으로 행사하는지 알고 있다. 두 차례 까티나 가사공양법요식에 대해서는 장문의 글을 올려 놓은 바 있다. 그렇다면 붓다의 날 행사는 어떨까?

테라와다불교에 두 개의 큰 축제가 있다. 붓다의 날과 까티나를 말한다. 까티나는 이미 체험해 보았다. 성대한 행사는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붓다의 날 행사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썰렁했기 때문이다.

 


왜 이렇게 사람들이 없을까? 불과 30여명밖에 되지 않는다. 까티나 때 200-300명과 비교하면 매우 대조적이다. 이에 여성봉사자 산(san)에게 물어 보았다. 토요일이라 사람이 적게 왔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 중에는 펜(Pen)도 있다. 피부가 약간 검은 오리지널 태국 여인의 모습이다. 한국어가 유창하다. 법회에서는 사회를 본다. 사십대로 보이는 여인이다.

 
산에게 이주민 숫자 등 이것저것 물어 보았다. 산은 한국어가 유창한 태국여인이다. 현재 대기업에 다니고 있고 석사과정이라고 한다. 중국계 태국인처럼 보인다.

 


태국 이주민은 2만여명이다. 비자 받은 숫자를 말한다. 베트남 사람들이 4만여명으로 가장 많다. 분명한 사실은 한국에 태국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다는 것이다.

태국 이주민공동체 중의 하나가 담마까야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이번 연등축제 때 담마까야에서는 법신불을 모시고 약 60명이 행진했다고 한다.

어제 의정부 법신사 붓다의 날 행사는 4부로 진행되었다. 1부는 오전 탁발, 2부는 정오 전후의 라이브중계 법요식, 3부는 오후 방생, 4부는 저녁 탑돌이 순으로 진행되었다. 이 중에서 1부와 2부 행사에 참여 했다. 오후와 저녁에 얼마나 왔는지는 알 수 없다.

행사에서 사람들 숫자는 중요하다. 썰렁한 것보다는 낫다. 토요일 행사이어서인지 사람들이 많지 않은 것 같다. 일요일에는 사람들이 많이 온다고 한다. 쉬는 날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붓다의 날에 30여명은 너무 적은 숫자이다.

 


탁발의식은 10시 30분에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준비해 온 물품을 바구니에 담았다. 바구니에는 생수도 있고 두루마리 휴지도 있다. 쵸콜릿과 사탕 등 먹거리도 있다. 일상에서 필요로 되는 소박한 것들이다.

탁발을 위해서 편의점에서 산 것이 있다. 치약과 치솔, 면도기, 쵸콜릿, 사탕 등을 준비했다. 돈우산에 만원짜리 한 장을 걸기도 했다.

 


탁발시간이 되었다. 세 명의 스님이 돌았다. 사람들은 스님이 지나갈 때마다 바구니에 있는 것들을 발우에 넣었다. 스님은 발우가 가득 차면 가운데에 있는 큰 바구니에 쏟아 부었다.

 


탁발행사는 30분만에 끝났다. 비록 실내에서 보여주기 행사로 그친 것이긴 하지만 탁발정신을 보여주는 것 같다. 한국적 현실에서 탁발이 가능하지 않지만 부처님 가르침대로 살고자 하는 열망을 보여 주는 것 같다.

11시에 간식을 먹었다. 11시 30분에 태국 담마까야 본부에서 라이브 법요식이 있기 때문에 30분이 주어졌다.

 


태국 떡을 먹었다. 우리나라 찹쌀떡 같은 동그란 모양이다. 코코넛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코코넛은 버릴 것이 없다. 먼저 수액을 먹는다. 다음으로 크림을 떠 먹는다. 마지막으로 딱딱한 것은 가루로 만들어 먹는다. 가루에서 고소하고 상큼한 코코넛 맛이 났다.

 

 

밥도 조금 먹었다. 수프 맛이 강렬했다. 돼지고기와 닭고기 수프에는 향신료가 들어가 있어서 독특한 맛이 났다. 또한 매운 것이 특징이다.

태국은 한국과 사차가 2시간 난다. 한국시간으로 11시 30분에 담마까야 라이브 법회가 있었다. 태국시간으로 9시 30분에 시작되었다. 라이브로 방송되기 때문에 전세계에서 동시에 볼 수 있다. 의정부에서도 두 개의 커다란 스크린으로 볼 수 있었다.

 


붓다의 날 라이브법회는 2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주로 명상위주의 법회이다. 명상은 유도명상과 함께 시작된다. 말로서 명상을 유도하는 것이다. 유도명상이 끝나면 본명상이 있다.

 
본명상 시간이 되었다. 거의 30분 동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사람들은 좌선을 했다. 스크린에서 보는 담마까야 본부에 모인 사람들도 눈을 감고 좌선을 했다.
 

 

 
스님들 대부분은 의자에 앉아 있었다. 흰 옷 입은 재가자 중에 나이 든 사람이나 거동이 불편한 사람은 의자에 앉아 있다. 좌선한다고 하여 반드시 바닥에 앉아 다리를 꼬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는다. 거의 30분 그렇게 앉아 있었다. 열반적정을 보여 주는 것 같다.

영상으로 본 담마까야 본부는 거대했다. 수만명 사람들이 동시에 법회에 참여한 것이다. 신도들은 모두 흰 옷을 입었다. 흰 옷은 재가의 상징이다. 의정부 사람들도 모두 흰 옷을 입었다.

 


라이브법회가 끝났을 때 한국스님 한 분을 보았다. 마연스님이다. 작년 까티나 법요식 때도 왔었다. 2017년 법신사가 이곳에 자리 잡기 이전부터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마연스님은 스리랑카 사람 혜월스님도 잘 알고 있었다. 혜월스님은 작년 스리랑카 순례할 때 함께 한 스님이다. 혜월스님은 구산스님의 외국인 제자중의 한사람이다.

올해 붓다의 날 행사는 법신사에서 보냈다. 까티나 법요식 때를 생각하며 기대를 했으나 빗나갔다. 사람들이 너무 없었던 것이다. 오후 하천 방생과 저녁 탑돌이 때 얼마나 모였는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많이 왔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법신사가 태국 이주민들에게 쉼터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주지스님이 리더십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법신사 주지 스님이 바뀐 것 같다. 작년에는 나이가 든 장로 스님이었다. 이번에는 나이가 비교적 젊은 스님이다. 신도들에게 웃음으로 대하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신도들 눈높이에 맞추는 것 같다. 사섭법에서 동사(同事), 동등한 배려를 실천하고 있는 것 같다.

숫자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내용이 중요하다. 중요한 것은 붓다의 날 행사 정신에 대한 것이다. 까티나에서 본 것과 똑같은 정신을 말한다. 예경문과 삼귀의, 오계는 기본이다. 여기에 명상이 추가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꽤 긴 시간이 할애 되어 있었다.

한국에서 부처님오신날은 오로지 탄생에 포커스가 맞추어져 있다. 그러다 보니 관불(灌佛)의식이 있다. 아기부처님에게 물을 부어서 목욕시켜 주는 것이다. 이렇게 관불하고 비빔밥을 먹고 산사음악회를 보면서 부처님오신날을 보내는 것 같다. 그러나 사월 음력 보름의 붓다의 날은 다르다. 붓다의 날은 탄생과 성도와 열반을 함께 기념한다. 그러다 보니 관불의식은 보이지 않는다. 그대신 명상 위주로 되어 있다.

 


테라와다불교 붓다의 날 행사에 왜 명상이 강조되어 있을까? 아마 명상은 부처님의 성도와 열반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또한 성도와 열반은 모두 명상과 관련 있다.

깊은 명상 과정에서 깨달음이 있다. 깨달음은 열반의 경지에 이른 것이다. 이런 이유로 담마까야 법요식에서는 명상이 강조된 것 같다. 더구나 불기(佛紀)는 부처님 입멸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불기는 올해로 2566년(B.E)이다. 이처럼 명상이 강조되다 보니 열반적정에 포커스가 모아지지 않을 수 없는 것 같다.

 


한국에는 스리랑카, 태국, 미얀마 등 여러 이주민 공동체가 있다. 이들 공동체의 문화를 체험하려 거든 불교행사에 참여 하면 알 수 있다. 그 나라에 가지 않아도 한국 내에 있는 공동체에 가면 현지에서와 같은 체험할 수 있다. 어제 의정부 담마까야에서 붓다의 날을 보았다.



2023-06-04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