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와다불교

아산 유원대에서 열린 세계불교문화축전의 날에

담마다사 이병욱 2023. 6. 12. 08:13

아산 유원대에서 열린 세계불교문화축전의 날에

 

 

세계불교문화축전, 우리나라에서 처음 열리는 행사이다. 1회라고 한다. 아마 매년 또는 격년으로 열릴 것임을 암시하고 있는 듯 하다.

 

축전은 오전 9시부터 열린다. 오전 9시에 포살법회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10시에는 탁발법회가 열린다. 오전 9시 법회에 맞추어 출발했다. 안양에서 아산 유원대학교까지는 70여키로 1시간 5분이 네비에 찍혔다.

 

 

일요일 오전은 막히지 않는다. 오전 7시 반에 집에서 출발했다. 새로 건설된 화성-평택 고속도로를 이용했다. 막힘없이 제한 최고속도로 달렸다. 마침내 유원대학교에 이르렀다.

 

백의의 스리랑카 불자들

 

행사장은 마하위하라 사원과 가까이 있다. 대규모 행사가 열리기 위해서는 대학 캠퍼스 정도의 면적을 필요로 할 것이다. 테라와다 스님 150명에 재가불자 1500명이 참석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각국 음식문화축제도 열릴 것이라고 했다. 다문화축제의 장이기도 하다.

 

 

캠퍼스에서 먼저 봉사자들을 마주쳤다. 주차봉사하는 사람들이다. 한국말이 유창한 스리랑카 사람들이다. 그러고 보니 캠퍼스에는 온통 스리랑카 사람들이다. 모두 흰 옷을 입고 있다. 오늘은 스리랑카 이주민 불자공동체의 최대 축제의 장이 될 것 같다.

 

 

강당에 자리 잡았다. 강당에는 흰 옷 입은 스리랑카 사람들로 가득하다. 한국사람들은 얼마 되지 않는다. 백명 이내인 것 같다.

 

 

1부 행사 포살법회는 9 20분부터 시작되었다. 예경문, 삼귀의, 팔계 순으로 진행되었다. 포살법회이기 때문에 팔계를 합송한 것이다. 이어서 스리랑카 스님 법문이 이어졌다. 스리랑카 말로만 법문 했다. 목소리에 힘이 넘쳐 난다.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스리랑카 사람들은 진지하게 경청한다.

 

 

포살법회는 재가불자들을 위한 것이다. 스님들은 들어 오지 않았다. 팔계에 오후불식이 있다. 과연 스리랑카 불자들은 오늘 저녁을 먹지 않을까? 나도 오늘 저녁을 먹지 않아야겠다.

 

탁발은 여법했다

 

포살법회가 끝났다. 2부는 탁발행사이다. 백의의 재가불자들은 강당 밖에 도로에 도열 했다. 거의 대부분 스리랑카 불자들이다. 여자들도 있지만 남자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주민 노동자들 대부분이 남성이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내에 있는 스리랑카 이주민들은 약 4만명이라고 한다. 아산 마하위하라 사원은 이주민 노동자들에게 쉼터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매주 일요일 법회가 열리면 전국에 있는 이주민들이 오는 것 같다. 두 번 참여한 까티나 가사공양법요식으로 알 수 있다.

 

 

 

 

백의의 스리랑카 남성불자들이 도열했다. 맞은 편에는 공양하기를 바라는 불자들이 서 있다. 마침내 탁발이 시작 되었다.

 

가장 먼저 스리랑카 민속무용단이 나타나 흥을 돋구었다. 마치 우리나라 농악대 같은 느낌이다. 스리랑카 불교 행사 때 항상 볼 수 있는 악대를 말한다.

 

 

저 멀리서 스님들이 줄을 지어 가까이 왔다. 먹을 것 등 공양물을 준비한 사람들은 발우에 넣었다. 밥과 음식이 주류이다.

 

 

치약과 과자를 준비했다. 치약을 준비한 것은 스님들 필수품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치약과 같은 비먹거리를 넣는 사람들은 없었다.

 

 

옆에서 밥을 보시하고 있는 여성불자가 있었다. 스리랑카 사람은 아닌 것 같다. 베트남이나 태국불자 같다. 치약 같은 것은 발우에 넣지 말고 주머니에 넣으라고 알려 주었다.

 

 

스님들 대부분은 주머니가 없다. 보조 주머니가 있는 스님에게는 주머니에 넣었다. 주머니가 없는 스님에게는 발우에 넣을 수밖에 없었다.

 

 

탁발행렬은 지나갔다. 캠퍼스 아래로 내려갔다. 분명한 사실은 장엄한 탁발이었다는 것이다.

 

 

스리랑카 종정스님이 가장 앞에 섰는데 치약을 넣었다. 이런 것도 공덕에 해당 될 것이다. 미리 준비한 것이다.

 

 

라따나경에서는 사쌍팔배의 성자에게 보시하면 큰 과보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없다. 기쁜 마음으로 보시에참여 했다.

 

 

 

탁발은 여법했다. 한국불교에서는 탁발이 금지되어 있지만 탁발이야말로 불교를 불교답게 만드는 것 같다. 백명 가까이 되는 스님들이 발우를 들고 탁발 할 때 불교 본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스리랑카 고승들에게서 경건함을 보았다. 그리고 거룩한 모습을 보았다. 눈을 아래로 하고 사띠하며 탁발하는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한국불교에도 탁발이 부활되어서 복 짓는 기회를 주었으면 좋겠다.

 

다문화 음식문화 축제 현장에서

 

점심공양 시간이 되었다. 다문화 음식 축제의 장이 되었다. 베트남 음식, 태국 음식, 네팔 음식, 방글라데시 음식, 스리랑카 음식 등 세계 각국 음식 부스가 있다.

 

 

부스에 너무 늦게 도착했다. 가장 인기 있는 태국 음식은 마감 되었다. 스리랑카 음식을 제외하고 모두 끝난 상태였다. 다만 스리랑카 음식 코너만이 줄이 길게 형성되었다. 오늘 대부분 사람들은 스리랑카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스리랑카 사람들 틈에 끼여 줄을 섰다. 동그란 일회용 식판에 음식을 담았다. 쌀 밥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보는 동그란 모양의 쌀은 아니다. 길쭉길쭉한 모양의 쌀이다. 찰지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쌀밥에 닭고기 소스를 뿌렸다. 그리고 고춧가루가 첨가 되었다. 스리랑카에서 일반적으로 먹는 주식인 것 같다. 작은 스푼이 주어졌다. 스푼으로 비벼 먹으니 맵고 짠 맛이 났다. 매콤하고 강렬했다. 매운 고추가 강렬한 향신료로 작용한 것이다.

 

 

 

음식문화 축제 현장에는 한국 부스도 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것을 보았다. 탄경스님의 다나 밥차를 본 것이다. 다나에서는 국밥이 제공 되었다. 가장 한국적 음식이다. 한 그릇을 가져 갔다.

 

 

탄경스님은 나를 알아 봤다. 페이스북에서 내 글을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인물사진이 올려져 있기 때문에 한눈에 알아 보며 이름을 부르는 것이었다. 스님은 며칠 후에 스리랑카에 들어간다고 했다. 스리랑카에서 해야 할 일이 있는 것 같다.

 

 

스님은 내 글을 보고 있는 것 같다. 나의 행적에 대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좋아요등 공감표현을 하고 있지 않지만 글을 보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음을 실감한다.

 

캠퍼스 이곳 저곳에 부스가 있다. 한켠에는 음식 부스가 있고 또 한편에는 음료수를 보시하는 부스도 있다.

 

 

음료수 부스는 전통문화 축제의 현장 같다. 전통의상을 입은 불교 국가 사람들이 음료 봉사를 하고 있다. 아이스티는 무료로 제공되는데 매우 달콤해서 세 번 가져다 마셨다.

 

 

세계불교문화축전은 올해가 처음이다. 참가하는 나라는 한국, 스리랑카, 미얀마, 네팔, 태국, 베트남,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몽골 이렇게 9개국이다. 이 중에서 핵심은 스리랑카이다. 아산 마하위하라 담마끼띠 스님이 주도한 것이나 다름없다.

 

 

담마끼띠 스님은 다문화불교연합회 회장이다. 한국에 수많은 이주민이 있는데 대부분 불교국가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한국에 있는 이주민은 얼마나 될까? 놀랍게도 230만명이라고 한다. 이 중 대다수가 스리랑카, 미얀마, 태국, 베트남 등 불교국가들이다.

 

 

오늘 세계 각국의 스님들과 재가불자들이 모였다. 스님들은 백명이 넘고 재가불자들은 천명 가까이 되는 것 같다. 한국 불교역사상 최초로 열리는 세계불교문화축전이다. 동시에 다문화축제의 현장이다. 민속의상을 입은 사람들을 보니 국제민속페스티벌을 보는 것 같다. 이런 행사가 내년에도 계속되길 바란다.

 

103세 도성스님도 참석한 세계불교 승가법회

 

세계불교문화축전 3부 행사가 오후 1시부터 열렸다. 이름하여 '세계불교 승가법회'이다. 우리나라 스님들을 비롯하여 스리랑카 등 각국 스님들이 참석했다.

 

 

승가법회가 열리는 유원대 강당은 스님들과 재가불자들로 꽉 찼다. 단상을 바라보고 좌측에는 스님들이 앉았고, 우측에는 재가불자들이 앉았다.

 

 

재가불자들은 흰 옷 입은 스리랑카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한국불자들은 앞좌석 내빈석에 자리 잡았다. 마하위하라에서 봉사활동하고 있는 이덕권 선생이 자리를 잡아 주어서 앞좌석에 앉았다.

 

오늘 한국 봉사자들은 모두 마하위하라에 다니는 불자들이다. 몇 번 보았기 때문에 안면이 있다. 담마와나 선원 불자들도 다수 참석했다. 4부에 빤냐와로 스님 법문이 있는 것도 이유가 된다.

 

승가법회가 시작되었다. 법회는 한국식으로 진행되었다. 삼귀의를 한글 삼귀의문으로 한 것이다. 끝날 때는 사홍서원으로 마무리 했다.

 

내빈 소개가 있었다. 놀랍게도 도성스님이 참석했다. 본래 안내문에는 없었다. 빤냐와로 스님도 없었다. 그러나 당일 참석한 것이다.

 

 

나이가 103세가 되는 도성스님은 스리랑카 스님들과 함께 부축받으며 입장했다. 사람들은 모두 일어서서 노스님이 입장하는 것을 존경의 마음으로 지켜 보았다.

 

 

이날 내빈 소개에서 유원대 총장이 가장 많은 박수를 받았다. 총장은 행사할 수 있도록 장소를 제공해 준 것이다. 담마끼띠 스님에 따르면, 유원대 총장은 스님 마음대로 쓰십시오.”라며 말했다고 전한다. 그래서일까 캠퍼스 전체가 세계불교 축제의 장이 되었다.

 

국회의원, 도의원 등 정치인도 소개 되었다. 표를 의식해서 나왔을 것이다. 조계종 스님들의 축사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9개국 대표의 선언이 있었다. 이는 평화로운 세상을 위한 다섯가지 발원을 말한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부처님 가르침을 따르는 모든 분은 하나입니다.

2. 삼보를 믿고 의지하겠습니다.

3. 환경을 지키는 삶을 실천하겠습니다.

4. 차별없는 사회와 평등과 평화를 기원합니다.

5. 남북 간에 평화를 기원합니다.

 

 

발원문은 담마끼띠 스님이 대표로 낭독했다. 9명 중에 한명은 재가불자였다. 8명의 스님들은 국적이 모두 다르다. 그래서일까 승복도 모두 다르다. 9명 중에 한국 스님은 없다.

 

승가법회 행사가 끝나고 기념촬영이 있었다. 103세의 고령인 도성스님은 부축을 받으며 단상으로 올라 갔다. 너무 고령이라 다음 번 법회에 참석할지 알 수 없다. 어쩌면 오늘이 가장 행복한 날일지 모른다. 한국에 테라와다불교가 소개 된지 수십년만에 여법한 법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도성스님은 1973년에 테라와다불교 수계를 받았다. 그때 당시 한국의 고승들이 태국 계사들로 부터 비구계를 받은 것이다. 사실상 한국에서 테라와다불교가 시작된 원년이라 볼 수 있다. 마침내 50년만에, 반세기만에 세계불교 승가법회가 열렸다. 도성스님은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포살계를 받아 지녔으니 오늘 저녁만큼은

 

세계불교문화축전 4부 시간이 되었다. 오후 2시 반에서 5시까지 2시간 반동안 회향법회가 예정되어 있다. 스리랑카 종정 스님 등의 법문과 함께 한국의 빤냐와로 스님의 법문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오후 2시 반이 되자 스리랑카 스님들이 입장 했다. 부채를 든 스님과 들지 않은 스님 그룹으로 나뉘었다. 전자는 고승들로서 대부분 법문을 했다. 후자는 법문없이 단상에 앉아 있었다.

 

 

스리랑카 불교에서는 행사가 있을 때 악대가 등장하는 것 같다. 우리로 말하면 길놀이 같은 것이다. 농악대가 풍악을 울리며 앞서 가는 것 같다. 그들은 무대에 올라와서 공중제비를 하는 등 묘기대행진도 벌였다.

 

법문은 길게 이어졌다. 스리랑카 말이어서 알 수 없다. 1부에서 포살법회 때 법문 하던 스님이 장시간 법문했다.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아는 단어도 들렸다. 그것은 빨리어이다. 망갈라경(축복경, Sn2.1)에 실려 있는 빠알리어이다. 아마도 스리랑카 불자들에게 축복의 조건에 대해서 말해 주는 것 같았다.

 

 

 

 

부채를 든 스님들이 법문 했다. 대장로 스님 같다. 한번 시작하면 보통 20-30분 하는 것 같다. 5명 가량 스님들이 길게 법문 했다. 스리랑카 말이라 알아 들을 수 없다. 그러나 스리랑카 불자들은 진지한 자세로 경청 했다. 한사람도 도중에 자리를 뜨는 사람들이 없었다.

 

 

세계불교문화축전은 사실상 스리랑카불교문화축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얀마, 태국, 네팔, 방글라데시, 몽골 등 여섯 나라 불교의 축제라고 하지만 스리랑카불교가 주관하는 행사가 되었다. 그것도 마하위하라 사원이 주관하는 행사이다.

 

기대하던 빤냐와로 스님 법문은 없었다. 스리랑카 스님들 법문으로 채워지다 보니 법문할 기회가 사라진 것 같다. 사실 본래 일정에도 없었다. 오늘 배포된 종이에 갑자기 들어간 것이다. 4부 행사가 거의 끝날 때쯤 강당 밖으로 나오니 한국사람들 대부분은 가고 없었다.

 

귀가길에 이덕권 선생을 만났다. 이선생은 주차 자원봉사를 하고 있었다. 나를 발견하더니 줄 것이 있다고 했다. 스리랑카 홍차를 준비해 놓았다고 한다. 한국 사람들에게 주려고 준비해 놓았는데 너무 많이 와서 부족했다고 한다. 그래서 미리 챙겨 놓았다고 한다.

 

 

차를 오른쪽 길로 돌렸으면 이덕권 선생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그 결과 홍차도 받지 못했을 것이다. 왼쪽 길로 가는 바람에 받게 되었다. 이것도 행운일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행운은 탁발법회에 참여 했다는 것이다.

 

탁발행사를 위해서 전날 미리 준비 해 둔 것이 있었다. 치약과 과자를 말한다. 스님들 발우에는 밥과 반찬이 들어 있었지만 치약을 놓았다. 어느 스님은 말 없이 수용하고 어느 스님은 약간 난감해 하는 것 같았다.

 

치약을 준비한 것은 필수품이기 때문이다. 비누나 면도기도 필수품에 해당된다. 그렇다고 백명 가까이 되는 스님들께 모두 보시할 수 없다. 드문 드문 보시 했다. 과자도 보시했다.

 

큰 배낭 가득 준비했다. 출가수행자에게 보시하면 공덕이 따른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준비했다.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오늘 법회에서 한가지 실천할 것이 있다. 그것은 저녁밥을 먹지 않는 것이다. 오전 1부 포살법회에서 팔계를 받아 지녔기 때문이다. 팔계 중에 오후에는 먹지 않는다는 계가 있다.

 

팔계를 받아 지니면 이날 하루만큼은 비구처럼 살아야 한다. 그러나 포살계의 효력은 단 하루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포살계를 하루낮하루밤 계라고 말한다. 구족계를 받은 비구처럼 일생동안 받아 지니는 것은 아니다.

 

선원에 들어가면 매일 새벽에 팔계를 받아 지닌다. 자비계까지 합하면 구계를 받아 지닌다. 매일 구계를 받는 것은 포살계가 하루낮하루밤계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팔계를 받아 지녔으니 오늘 저녁은 먹지 말아야 한다. 내일 해뜨기 전까지 먹지 않는 것이다. 배고프면 주스를 마셔야 한다. 가루로 된 것을 물에 타서 마실 수도 있다. 그래야 공덕이 된다.

 

테라와다불교 불자들은 포살공덕의 의미를 알고 있다. 포살공덕은 왕권이 부럽지 않다고 했다. 이런 사실을 알고 있기에 실천하고자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자신과의 약속이다. 계를 받아 지닌 다음에 곧바로 파할 수 없다. 오늘 하루만큼은 포살계를 지키고자 한다.

 

 

2023-06-11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