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절제

하심(下心)의 도시락과 절구커피 한잔

담마다사 이병욱 2023. 6. 8. 13:30

하심(下心)의 도시락과 절구커피 한잔
 
 
오늘 이른 오전 명학공원 산책 가다가 발견한 것이 있다. 그것은 안양아트센터 앞에서 행사준비 하는 사람들을 발견한 것이다. 마치 밥차처럼 생긴 푸드트럭이 있었다. 그리고 행사요원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점심시간이 되었다. 어제 주문 받은 것을 속도전해서 오늘 오전에 끝냈다. 메일로 검도파일을 발송하고 난 다음 느긋한 마음으로 이른 오전에 봤던 행사장으로 가 보았다.
 
안양아트센터, 옛날에는 ‘안양문예회관’이라고 했다. 시대에 따라 이름도 바뀌는 것 같다. 대개 한자어를 사용하면 고상하게 느껴진다. 한글명칭보다도 한자어명칭이 더 있어 보이는 것이다. 그런데 영어명칭을 사용하면 더욱더 있어 보이는 모양이다. 동사무소가 ‘주민센터’로 영어명칭이 들어 가듯이, 언젠가부터 안양문예회관이 ‘안양아트센터’로 바뀌었다.
 
안양아트센터는 일터 가까이 있다. 사무실에 혼자 있다 보면 답답할 때가 있는데 종종 명학공원에 간다. 만안구청에서 안양로를 건너면 있다. 안양아트센터 바로 옆에 있어서 산책을 하는데 몇 바퀴 도는 것으로 한다.
 
안양아트센터에서는 종종 행사를 한다. 너른 광장에 무대가 있어서 종종 행사를 보게 된다. 오늘은 밥차를 보았다. 아마도 점심식사 봉사일 것으로 생각했다. 마침 밥 때가 되어서 슬슬 가 보았더니 이미 행사는 진행 중에 있었다.
 

 
천막 안에는 노인들로 가득하다. 어림잡아 삼사백명 되는 것 같다. 정오가 가까워질수록 더 많아 졌다. 아마 오백명은 되는 것 같다.
 
밥차에서는 짜장밥을 만들었다. 짜장면이 아니라 짜장밥인 것이다. 한켠에서는 밥을 만들고 한켠에서는 그릇을 실어 나른다. 어느 단체에서 하는 것일까? 들여다 보니 ‘오케이 좋아 연예인 봉사단’이다.
 

 
봉사단은 전국을 순회하는 것 같다. 무료로 점심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당연히 연예인도 출연한다. 무대에서는 흥겨운 노래가락이 흐른다.
 
우순실도 나왔다. 나이를 먹지 않는 사람 같다. 전혀 나이 들어 보이지 않는다. 80년대 활약하던 가수이다. 거의 40년 되었는데 나이를 거꾸로 먹는 것 같다.
 

 
우순실은 안양출신인 것 같다. 자신을 소개할 때 “저는 안양 1번가에서 태어났어요.”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우순실은 이어서 어머니 아버지들 좋아하는 트로트를 부르겠다고 했다. 동백아가씨와 처녀뱃사공을 불렀다. 그러나 트로트 체질은 아닌 것 같다. 무엇보다 가수의 불행했던 가족사가 떠올려졌다.
 
거의 오백명 되는 사람들에게 식사 제공이 되는 것 같다. 짜장밥 맛은 어떨까? 어떤 노인들은 남김없이 깨끗하게 비웠다. 어떤 사람들은 반 먹다 남겼다. 단무지는 손 들면 제공된다. 커피는 제공되지 않는다. 물만 마실 수 있다. 그럼에도 노인들로 가득했다.
 

 
행사장에서 짜장밥을 얻어 먹을까도 생각했다. 그러나 그만 두었다. 노인들을 위한 잔치에 밥숟가락 얹고 싶지 않았다. 더구나 도시락을 싸왔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 일터로 갈 때 도시락을 쌌다. 동그란 플라스틱 통에 밥만 담아 가면 되는 것이다. 김치와 밑반찬은 가져다 놓았다. 사무실에 소형냉장고가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전자레인지까지 갖추어서 밥을 데워 먹을 수도 있다.
 
김치와 밑반찬은 장모님이 해 준 것이다. 어제 창동에 가서 가져왔다. 해 주지 말기를 바라지만 소용없다. 팔팔년 이후 지금까지 한번도 거른 적이 없다. 김치가 떨어 질만 하면 가져가라고 한다. 열무김치뿐만 아니라 오이무침, 가지무침, 김 등 여섯 종류의 반찬을 만들어 주었다.
 
요즘 점심을 거의 사먹지 않는다. 집에 가서 먹거나 도시락을 싸온다. 오늘 싸온 도시락을 펼치니 탁자에 가득하다. 어떤 이는 이런 메뉴를 보고서 반찬이 너무 많다고 말한다.
 

 
밥 먹을 때 김치 하나에 먹을 수 있다. 그러나 김치에다 플러스 되는 것이 있어야 한다. 반찬가지수가 많으면 식탁이 풍요로워진다. 집어 먹을 수 있는 것이 많아서 즐거운 식사가 된다.
 
서양에서는 빵 위주의 식사를 한다. 빵에 발라 먹을 것이 많으면 풍성한 식탁이 된다고 한다. 그러나 발라먹을 것이 없으면 빵만 먹게 되는데 가난한 사람들의 식탁이라고 한다.
 
밥을 먹을 때 반찬이 많으면 풍성한 느낌이다. 김치, 나물, 햄, 김 등 이것 저것 집을 것이 많으면 도시락이라도 먹을 만 하다. 여기에 버터와 고추장도 곁들였다. 그러다 보니 반찬가지수가 9가지가 되었다. 그러나 국은 없다.
 
국 없이 밥을 먹을 수 있다. 밥 먹는데 반드시 국이나 찌개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씹다 보면 침이 나와서 부드럽게 넘어 간다. 도시락 싸는데 국까지 쌀 수 없는 것이다.
 
도시락 먹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이제까지 점심 때는 밖에 나가서 사먹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그에 따라 비용 지출도 상당히 따랐다. 그러나 무엇보다 하심(下心)이다.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손님으로서 밥을 먹는다. 그러다 보니 대접 받으려고 한다. 그래서일까 어떤 이는 호통치기도 한다. 아주 사소한 잘못에도 갑질을 하려 하는 것이다. 이는 공덕을 까먹는 행위에 해당된다.
 
공덕을 지으려면 베풀어야 한다. 주는 것도 공덕 짓는 행위에 해당된다. 식당에 가서 내 돈 주고 밥 먹는다고 하지만 얻어 먹는 것이 된다. 식당 주인은 돈을 받고 음식을 주긴 하지만 결국 주는 것이 된다. 이렇게 되었을 때 식당주인이 공덕이 되는 행위를 하는 것이다.
 
돈이 많다고 하여 맛집만 찾아 다니는 사람이 있다. 공덕을 까먹는 행위에 해당된다. 공덕이 되려면 베풀고 주어야 한다. 가장 좋은 것은 자신이 밥을 해먹는 것이다. 사먹지 않아서 얻어 먹는 행위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도시락을 싸면 하심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도시락을 먹으면 손님으로 역할이 될 수 없다. 식당에서 갑이 되지 않는다. 자신의 것을 자신이 먹기 때문에 겸손해진다. 도시락을 먹을 때 약간 궁상스러운 느낌을 갖지만 가장 좋은 것은 자신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도시락 먹을 때 국 없이 찌개 없이 밥을 먹었다. 이럴 경우 물을 마셔야 한다. 가장 좋은 것은 커피를 만들어 마시는 것이다. 그래서 절구커피를 만들었다.
 
도시락을 먹고 난 다음 커피점에서 커피를 마실 수도 있을 것이다. 요즘 사람들 상당수는 커피를 사 마신다. 그러나 도시락을 싸 가지고 다니는 사람은 커피도 만들어 마신다. 아메리카노 대신에 절구커피를 만들어 마시는 것이다.
 
식사가 대사(大事)라고 한다. 할 일 없는 사람에게도 식사는 대사이고, 할 일이 많은 사람에게도 식사는 대사이다. 수행자에게도 식사는 대사이다. 신체를 유지하기 위해서 먹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먹어야 도(道)도 닦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식사는 성스러운 행위에 해당된다. 그렇다면 진정한 식사대사는 무엇일까? 그것은 하심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식사를 대하는 태도가 있다. 이는 공양게가 잘 말해 준다. 그래서 밥을 먹을 때는 계율로 먹고, 사마타로 먹고, 위빠사나로 먹으라고 말한다. 식사는 단지 몸을 유지하는 정도로 먹는 것이 계율로 먹는 것이다. 그리고 이 음식이 여기까지 오기까지 여러 사람의 노고를 생각하며 먹는 것이 사마타로 먹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음식을 먹을 때 알아차림하며 먹는 것이 위빠사나로 먹는 것이다. 이런 의미로 본다면 식사는 대사이고, 식사는 성스러운 것임에 틀림없다.
 

 
도시락을 싸 가지고 다니고 절구커피를 만들어 마시고 있다. 이렇게 하는 것은 어쩌면 하심하기 위한 것인지 모른다. 식사로 갑질하지 않는 것이다. 커피로 역시 갑질하지 않는 것이다. 나에게 도시락과 절구커피는 하심하는 것이 된다.
 
 
2023-06-08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