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절제

따뜻한 밥 한끼

담마다사 이병욱 2023. 5. 15. 12:55

따뜻한 밥 한끼
 
 
오늘 따뜻한 밥 한끼 먹었다. 최초로 사무실 전자레인지를 이용하여 밥을 데워 먹은 것이다. 당근마켓에서 만원 주고 산 것으로 데워 먹었다.
 
아침에 일터로 향할 때 도시락을 싸 갖고 왔다. 밥과 김치 등 반찬을 가지고 온 것이다. 사무실에 냉장고가 있기 때문에 음식을 보관할 수 있다. 냉장고도 역시 당근마켓에서 사왔다. 46리터들이 소형냉장고를 5만원에 구입했다.
 

 
이제 갖출 것 다 갖추었다. 냉장고가 있어서 김치 등 음식물을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다. 전자레인지가 있어서 밥을 데워 먹을 수 있다. 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국 없이 찌게 없이 밥 먹을 수 있다. 반드시 국이나 찌개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다닐 때 국물 없이 도시락을 먹었다. 대학에 들어가서도 도시락을 싸 갖고 다녔는데 역시 국물 없이 먹었다.
 
건강용어 중에 “밥 따로 물 따로”라는 말이 있다. 밥물을 따로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한다. 밥물을 따로 하면 소화가 잘 된다고 한다. 위장에 문제 있는 사람들은 “밥 따로 물 따로”를 실천하면 나을 것이라고 한다.
 
도시락을 싸게 되면 “밥 따로 물 따로”가 되기 쉽다. 국이 없어도, 찌개가 없어도 먹을 수 있는 것은 씹다 보면 물이 생기기 때문이다. 김치 등 채소를 씹으면 거기에서 물이 나온다. 침과 혼합되면 굳이 국이나 찌개가 없어도 된다.
 

 
사무실 냉장고에는 반찬이 여러 개 있다. 김치, 젓갈, 오이무침, 총감김치, 열무김치, 멸치조림, 오징어조림, 도라지무침, 김, 고추장이 있다. 여기에서 김치는 장모님이 담가준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단백질이 있어야 한다.
 
단백질을 어떻게 해야 공급받을 수 있을까? 계란 프라이가 있으면 해결된다. 햄이나 참치도 좋다. 마침 스팸이 있어서 단백질로 사용하고자 했다.
 

 
테이블에 상이 차려졌다. 밥과 햄은 전자레인지에 데웠다. 반찬은 냉장고에서 꺼내 왔다. 김에 밥과 햄과 밑반찬을 삼합해서 먹었다. 식감이 좋다. 국이 없어도, 찌개가 없어도 김치만 있으면 밥을 먹을 수 있다.
 
오늘 도시락을 먹음으로 인하여 점심값을 벌었다. 밖에 나가서 사먹으면 8천원이 기본이다. 요즘에는 만원짜리 점심도 많다. 한식부페에 가면 6천원에도 먹을 수 있다. 일주일에 두세번이라도 도시락을 싼다면 상당히 절감될 것이다.
 
점심은 먹을 만 했다. 나홀로 식사하는 것이지만 먹으면 먹을수록 맛이 난다. 아무래도 집밥이기 때문일 것이다. 더구나 따뜻한 밥이다. 무엇보다 장모님표 김치이다. 온갖 양념으로 버무려 만든 김치는 식당에서 맛볼 수 없는 것이다. 아내가 갖가지 종류의 반찬을 챙겨 주었다.
 
어떤 이는 이런 글을 쓰는 것에 대하여 ‘궁상 떤다’라고 말할지 모른다. 궁상은 궁상이다. 점심값 아끼자고 도시락을 싸는 것 자체가 궁상인 것이다. 그러나 도시락을 싸면 여러 이점이 있다.
 
첫째, 도시락을 싸면 짜거나 맵게 먹지 않는다. 식당음식은 달고, 맵고, 짠 것이 특징이다. 특히 찌개가 그렇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손님을 끌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달고, 맵고, 짜게 먹다 보면 뒤끝이 좋지 않다. 위장이 좋지 않은 사람은 탈 나기 쉽다.
 
둘째, 도시락을 싸면 “밥 따로 물 따로”가 되기 때문에 위에 부담이 없다. 밥에다가 국이나 찌개를 함께 하면 ‘물밥’이 되어서 소화하기 힘들다고 한다. 그러나 “밥 따로 물 따로”가 되면 물이 섞이지 않아 소화가 잘 된다고 한다. 도시락을 싸면 “밥 따로 물 따로”가 되어서 위장이 좋아 질 것이다.
 
셋째, 도시락을 싸면 공덕 지을 수 있다. 왜 그런가? 밥을 사먹는 것은 공덕을 까먹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식도락가가 맛집을 찾아 다녔을 때 얻어 먹기만 하는 것이 된다. 왜 그런가? 돈거래를 빼 버렸을 때 식당주인은 주기만 하는 사람이 되고, 손님은 받기만 하는 사람이 된다. 주기만 하는 사람은 공덕 짓는 것이 되고, 받기만 하는 사람은 공덕을 까먹는 것이 된다. 그런데 도시락을 싸게 되면 공덕 손실이 일어나지 않아 결국 공덕 짓게 되는 것이다.
 
넷째, 도시락을 싸면 수행자의 삶을 살 수 있다. 왜 그런가? 도시락을 싼 것 자체가 욕망을 내려 놓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오늘은 무엇을 먹을까?”라며 거리를 헤매지 않아도 된다. 욕망으로 먹지 않는 것이다. 주어진 것에 만족하며 먹는다. 무엇보다 음식의 적당량을 아는 것이다. 음식절제가 되었을 때 깨달음에 이르는 근본이 된다고 했다.
 
오늘 처음으로 전자레인지를 이용하여 밥을 데워 먹었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전에는 이런 일 없었다. 처음 한번 하기가 어렵다. 한번 하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쉬워진다.
 

 
밥을 먹고 나니 입가심이 필요 했다. 숭늉은 없다. 커피나 홍차를 숭늉처럼 마셔야 한다. 오늘은 커피로 하기로 했다. 오늘 동서식품 대리점에서 원두 1키로를 9000원에 샀는데 이를 절구질해서 ‘절구커피’를 만들었다. 아메리카노나 라떼가 부럽지 않다. 오늘 사무실에서 따뜻한 점심 밥 한끼 먹었다.
 
 
2023-05-15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