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절제

근엄한 꼰대형 가면을 벗고자

담마다사 이병욱 2023. 1. 18. 13:36

근엄한 꼰대형 가면을 벗고자

 


나는 어떤 이미지로 비칠까? 나의 모습은 거울에 비추어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나 겉모습에 지나지 않는다. 나의 내면의 모습을 알려면 다른 사람에게 비추어 보아야 한다.

타인은 나를 비추어 보는 거울이다. 타인이 나를 보고서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에 따라 나를 볼 수 있다. 타인의 눈에 비친 나의 이미지는 어떤 것일까?

사람들은 대부분 이미지 관리한다. 될 수 있으면 잘 보이려고 한다. 장점은 드러내고 단점은 숨기려고 한다. 유리한 점은 알리고 불리한 점은 감춘다. 어떤 것이 그 사람의 본모습인지 알 수 없다.

이미지에 속지 말아야 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가면을 쓰고 있다. 집에서는 근엄한 아버지로서 가면이다. 직장에서는   책임감 있는 모습의 가면이다. 때로 가면이 벗겨질 때가 있다. 본래 그 사람의 모습, 맨 얼굴이라 말할 수 있다. 그 사람의 비린내이다.

나의 비린내는 어떤 것일까? 나만의 고유한 특성이 있을 것이다. 글 쓴다고 하여 글로 포장하면 나만의 비린내를 감출 수 있다. 단점은 숨기고 불리한 점을 감추는 것이다. 근엄한 꼰대 같은 모습을 보여 주었을 때 누군가 "선생님, 선생님"이라 할지 모른다. 더 나아가 "스승님" 또는 "도사님"이라고 말할지 모른다.

글을 쓰다 보면 환상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글의 내용과 인격을 동일시하는 것이다. 배우는 학인의 입장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본모습을 보여 주고자 한다. 때로 일상을 보여 주고자 한다. 그런 것 중의 하나가 음식만들기이다.

살아오면서 음식을 만들어 먹은 적이 없다. 학생 때는 어머니가 만들어준 밥을 먹었다. 한번도 주방에서 밥을 지어 본 적이 없다. 남이 해 준 것만 먹었다. 직장생활 할 때도 역시 주방에 있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 상황이 바뀌었다. 주방에 있는 것이 생활화 되었기 때문이다.

생활화란 무엇인가? 밥먹는 것처럼 일상이 된 것을 생활화라고 한다. 일인사업자가 되고 나서 밥을 해먹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아내가 직장을 나가니 스스로 밥을 해먹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당연히 음식도 만들어 먹는다.

음식이야기 하는 것은 유리하지 않다.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드러내는 것은 이미지를 깨기 위한 것이다. 혹시 근엄한 꼰대같은 이미지라면 주방에서 음식만드는 모습을 보여 줌으로써 다른 면모를 주고자 하는 것이다.

 


오늘 안양중앙시장에 갔다.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것은 뼈다귀해장국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게 된 것은 해장국용 우거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장모님이 준 것이다. 뼈다귀만 사면 되는 것이다.

중앙시장에서 뼈다귀 가격은 1키로에 3천원이다. 한우잡뼈를 말한다. 두 무더기 5키로에 만5천원이다. 이를 분해해야 한다. 정육점 주인은 전기톱날에 여러 조각으로 절단해 주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시장은 활력이 넘친다. 특히 재래시장이 그렇다. 어느 곳이든지 거래가 이루어지는  곳은 살아 있는 것 같다. 정육점 부부는 매우 친절하다. 요구르트도 주면서 말을 걸어 온다. 싸게 잘 샀다고 말한다. 대형마트에서는 느낄 수 없는 훈훈한 정이 있다.

뼈다귀해장국을 어떻게 끓여야 할까? 걱정하지 않는다. 유튜브가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에 키워드를 입력하면 방법을 알 수 있다.

 


먼저 핏물을 빼야 한다. 물을 한바탕 끓인 후에 버리리고 말한다. 뼈다귀를 찬물에 행군 다음에 우거지와 양파, 마늘, 무우를 넣었다.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서 맛술 세 숟가락 넣었다. 된장을 크게 두 숟가락 넣었다. 한시간 반동안 약불에서 끓였다.

뼈다귀해장국은 좋아하는 메뉴중의 하나이다. 특히 안양아트센터 바로 앞에 있는 병천순대가 최상의 맛이다. 가격은 8천원이다. 그러나 이번에 뼈다귀해장국도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오늘 마침내 뼈다귀해장국 만들기에 도전했다.

 


뼈다귀해장국 맛은 어떨까? 된장을 많이 넣었기 때문에 된장국 맛이 난다. 그러나 육수가 있어서 순수한 된장국과는 다르다. 더구나 고기를 발라먹는 재미도 있다. 저녁에 직장을 마치고 퇴근하는 아내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다.

사촌형이 있다. 나이가 여섯 살 많다. 큰 아버지를 모시고 살 때 해보지 않은 요리가 없다고 했다. 형수도 있지만 나이들고 병든 아버지를 위해서 쉐프가 된 것이다. 그런데 평소 형의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늘 근엄한 꼰대형 이미지였다.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는 얘기를 듣자 이미지 교정작업이 일어났다.

타인은 나를 비추어 보는 거울이다. 글만 보아서는 그 사람을 판단할 수 없다. 누구나 페르소나, 가면 몇 개쯤은 가지고 있다. 나도 가면을 던져 버리고자 한다. 근엄한 꼰대형 가면을 벗고자 한다. 이렇게 요리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도 나의 비린내 아닐까?

2023-01-18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