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절제

김장김치 담그기에 욕망이 개입되었을 때

담마다사 이병욱 2022. 11. 28. 08:17

김장김치 담그기에 욕망이 개입되었을 때


귀가 길에 마음이 뿌듯했다. 트렁크에는 김치 10키로가 있다. 오늘 손수 담근 김장김치이다. 앞치마를 입고 고무장갑을 끼고 김치를 버무렸다. 오늘은 유병화 선생 댁에서 김치 담그는 날이었다.

 


오늘 일요일 이른 오전에 녹번동으로 향했다. 김치를 가져 와야 하기 때문에 김치통도 준비했다. 유병화 선생 댁은 작은 빌라라서 찾기 힘들었다. 그럼에도 늦지 않게 도착했다.

김치담그기 행사는 오전 10시부터 시작됐다. 총 참가자는 13명이다. 이날 12명 참가했다. 김치는 200키로 준비 됐다. 각자 10키로 또는 20키로 담그어 갔다.

 


김치 담그기는 이번이 두 번째이다. 언젠가 어느 모임에서 행사에 참여한 적 있다. 신대승네트워크 박재현 소장이 페이스북에 공지해서 알게 되었다.

유병화 선생은 오래 전부터 아는 사이이다. 사찰음식전문가 유병화 선생의 음식 솜씨는 잘 알려져 있다. 전문가의 김치 솜씨는 어떤 것일까? 믿고 먹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김치는 2 1조가 되어 담갔다. 자신의 김치는 자신이 버무려야 하는 것이다. 버무리기 전에 유병화 선생이 시범을 보였다. 양념을 배추 포기 사이에 깊숙이 밀어 넣고 훝어 내리는 식이다.

다들 초짜인 것 같다. 김치 버무리는 모습이 진지하다. 나랑 같은 조가 된 여성 법우님은 손놀림이 빠르다. 월정사에서 김치 3천포기 담글 때 해 보았다고 한다.

 


배추에 어떻게 양념을 버무려야 할까? 양념을 많이 바르면 문제가 된다. 과도하게 버무리면 쓰다고 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양념을 너무 많이 바르는 것 같다. 다 버무려 놓은 것을 보면 시뻘겋다.

무엇이든지 지나치면 문제가 된다. 지나치게 양념을 바르다 보니 도중에 양념이 바닥 났다. 양념을 추가로 만들어야 한다. 김치 잘 담그는 한사람이 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인간은 김치담그기에서조차 욕망에 지배 받는 것 같다. 유병화 선생은 양념을 추가로 만들었다.

 


김치는 남도식이다. 남도식은 영양이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숙성될수록 깊은 맛이 난다. 기본적으로 재료가 좋아야 한다. 참고로 남도 김치 레시피 재료는 절임배추, 무우, 마늘, 생강, 쪽파, 대파, 청각, 고추가루, 새우젓, 멸치생젓, 황석어젓이다.

김치는 괴산에서 가져 온 것이다. 고추가루는 고흥산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사찰음식전문가의 김치에는 어떤 비법이 있을까? 그것은 젓갈에 있다. 새우젓, 멸치젓, 황석어젓을 사용했다. 모두 3년 숙성된 것이다.

 


김치맛은 젓갈맛인 것 같다. 세 종류의 젓갈을 갖은 양념과 버무리면 최상의 재료가 완성된다. 그러나 김치는 손맛이다. 아무리 재료가 훌륭해도 어떻게 버무리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질 수 있다. 욕망이 개입되면 시뻘겋게 되는데 과도하게 버무린 것이다. 너무 버무리면 쓴 맛이 날 것이라고 한다.

두 시간에 걸친 김치담그기 행사가 끝났다. 노동에는 보상이 따라야 한다. 수육과 막걸리가 나왔다. 여기에 새로 담근 김치와 겉절이를 곁들였다. 이 세상에서 비할 바 없는 최상의 맛이다. 갖가지 곡식으로 지은 밥과 국수도 나왔다. 마지막으로는 차를 마시는 것으로 행사는 마무리됐다.

 


이날 김치담그기 행사 모임에는 모두 13명이 참여했다. 식사가 끝나고 간단한 자기소개시간이 있었다. 어떤 이는 유병화 선생으로부터 김장김치 담그는 노하우를 배우고 싶어서 왔다고 했다. 또 어떤 이는 외국에서 오래 살았는데 이런 기회가 있어서 냉큼 참여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김장김치담그기 모임은 기획된 것이다. 김장철을 맞이하여 법석을 한번 만들어 보고자 한 것이다. 이에 유병화 선생이 흔쾌히 동의하여 모임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현재 집에는 김치가 50키로 확보 되어 있다. 창동 장모님표 김치가 40키로이고, 사찰음식전문가 유병화선생표 김치가 10키로이다. 어느 김치가 더 맛있을까? 숙성되어 보아야 알 수 있다.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김장김치는 다 맛있다는 사실이다.


2022-11-27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