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얻어 먹은 김치를 쌓아 놓으면
김치 공수작전을 완료 했다. 김치통으로 네 통을 창동에서 가져왔다. 김장김치 해 놓은 것을 가져 온 것이다. 오늘 가져 온 김치는 40키로에 달한다. 내년 봄까지는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김치는 팔팔년 이후 계속 가져다 먹고 있다. 아직도 집에서 한번도 김장김치를 담군적이 없다. 장모님이 해 준 것이다. 김장김치뿐만 아니다. 계절에 따라 겉절이, 달랑무, 백김치, 갓김치, 파김치 등 온갖 종류의 김치를 해 준다. 이제까지 가져다 먹은 김치의 양은 얼마나 될까?
“일 겁의 세월만 윤회하더라도
한 사람이 남겨 놓은 유골의 양은
그 더미가 큰 산과 같이 되리라고
위대한 선인께서는 말씀하셨네.”(S15.10)
상윳따니까야 '사람의 경'에 실려 있는 게송이다. 부처님은 윤회는 시작을 알 수 없다고 말씀 하시면서 “어떤 사람이 일 겁의 세월동안 유전하고 윤회하는 동안 그가 남긴 유골을 한 데 모아 놓고 사라지지 않게 한다면, 그 유골의 더비는 베뿔라 산만큼이나 클 것이다.”(S15.10)라고 하셨다.
베뿔라산은 마가다국의 수도 라자가하를 둘러싸고 있는 오악중의 하나이다. 평지돌출형 산으로 높지 않다. 일겁 동안 윤회하면서 해골무더기를 모아 놓으면 베뿔라산만큼이나 높을 것이라고 했다. 십겁이면 히말라야 산보다 높을 것이다. 백천만겁이면 수미산보다 더 높을 것이다.
그동안 가져다 먹은 김치의 양은 얼마나 될까? 아마 큰 트럭으로 한트럭은 될 것 같다. 앞으로도 가져다 먹어야 할까? 더이상 김치 담지 말 것을 주문했다. 저렴하게 파는 곳에서 사먹겠다고 했다. 몇 년 째 말하는 것이다. 내년에는 실현될까?
부모는 주기만 하는 사람이다. 아무 조건이 없다. 주는 것으로 보람을 느낀다. 감사히 잘 받아서 잘 먹어 주는 것이 어쩌면 효도하는 것인지 모른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김치를 담가서 자식들에게 나누어 주는 재미가 없으면 무슨 낙으로 살까?
아낌없이 주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자식에게 퍼 주듯이 남에게도 퍼 주어야 한다. 그래서 부처님은 멧따경에서 "어머니가 하나뿐인 자식을 목숨 바쳐 구하듯" (Stn.149)한량없는 자애의 마음을 내라고 했다.
본래 오늘 창동에서 김장김치를 담그려고 했다. 울력하듯이 함께 담그는 것이다. 그러나 어제 다 담궈 놓았다. 가서 가져 오는 것이 되었다. 이렇게 얻어먹기만 하다 보니 김장 담그는 법을 모른다. 언제까지 계속되어야 할까? 그 끝은 있을 것이다.
이번주 일요일 김장담그기 행사에 참여한다. 사찰음식전문가 유병화 선생 댁에서 13명이 모여 김장을 담근다. 신대승네트워크에서 주관하는 행사이다.
김장행사에 10키로 신청했다. 일요일에 고무장갑 등을 준비하여 참가한다. 김장행사 도중에 수육과 막걸리 파티도 있을 것이라고 한다. 김장비용 5만원과 음식비용 만원을 합하여 6만원 입금 했다.
김치는 밥 다음으로 중요한 한국인의 먹거리이다. 이번에 두 종류의 김장김치를 맛볼 것 같다. 장모님 김치와 사찰음식전문가의 김치이다.
장모님표 김치는 갖은 양념으로 버무린 경기도식이다. 특유의 젓갈을 써서일까 톡 쏘는 시큼한 맛이 있다. 유병화 선생 김치는 전라도식으로 담을 것이라고 한다. 천연 조미료를 이용한 김치가 될 것 같다. 어느 김치가 더 맛있을지 궁금하다.
2022-11-25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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