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지역식당순례 38 별난불백
“열심히 일한 당신 맛점 하십시오.” 점심 먹다가 본 메시지이다.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는데 이영진 선생이 댓글을 달아 준 것이다. 어떻게 밥 먹는 것을 알았을까? 어떻게 일을 마무리한 것을 알았을까? 혜안이 있는 것 같다.
이영진 선생의 혜안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일주일 전에 오피스텔 경비원들과 미화원들에게 포도 한상자씩 선물을 했다. 이에 대하여 자랑질 하는 것으로 비추어질까 염려했다. 그런데 이영진 선생은 행복바이러스 전파하는 것으로 보았다. 이에 “저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계십니다.”라며 답글을 날렸다.
이영진 선생은 블로그친구이다. 이제는 페이스북친구라고 볼 수 있다. 페이스북을 하기 전에 블로그에서 댓글로 소통했었다. 십년가량 된 것 같다.
이영진 선생은 치과의사이다. 부산에서 치과를 개업하고 있다. 언젠가 글을 썼는데 이빨치료에 대해서 썼다. 치과의사들의 직업에 대한 것이다. 하루종일 남의 입만 들여다 보고 있는 것이 3D업종 못지 않다는 취지로 썼다. 이에 댓글을 달아 주어서 소통하게 되었다.
이영진 선생을 몇 번 만났다. 한번은 전재성 선생의 니까야모임에서 봤다. 2016년 당시에는 토요일 저녁에 모임이 있었는데 KTX 타고 올라 온 것이다. 모임이 끝나자 다시 KTX를 타고 내려갔다.
니까야모임은 금요일 열리고 있다. 니까야 모임이 토요일 열린다면 이영진 선생은 매번 참석했을지 모른다. 토요일 오후에 진료가 끝나자마자 KTX를 타면 가능하기 때문이다.
부산에 가면 이영진 선생을 만난다. 두 번 만났다. 블로그친구로서, 이제는 페이스북친구로서 만난다. 그러나 오프라인에서 몇 번 모임을 가졌기 때문에 이제는 사회 친구라고 볼 수 있다.
이영진 선생은 부산에 내려가면 극직하게 대접해 준다. 고급식당으로 안내하여 최상의 음식을 대접해 주기도 한다. 그런 이영진 선생은 조인(鳥人)이기도 하다. 하늘을 나는 사람이다.
이영진 선생은 페러글라이딩 전문가이다. 틈만 나면 활강하는 것 같다. 수십년 동안 한 것이라고 한다. 유튜브에도 영상을 올려 놓는다.
하늘을 나는 기분은 어떤 것일까?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다. 매번 하늘을 나는 사람들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경험해 보지 않아서 알 수 없지만 최상의 짜릿함이 있을 것 같다. 그래서일까 영화 ‘버킷리스트’에서 페러글라이딩 하는 것이 목차에 들어가 있었을 것이다.
오늘 점심은 불백으로 했다. 불고기백반을 말한다. 점심시간이 되었을 때 밖에서 먹기로 작정했다. 사무실 주변에 있는 식당은 한번쯤 가보기로 마음먹고 있기 때문에 아직 가보지 않은 식당이 대상이 된 것이다.
불백집은 안양아트센터 맞은 편에 있다. 주변에 있는 식당은 한번쯤 가보았지만 오로지 불백집 만큼은 가보지 않았다. 그것은 메뉴가 부담되었기 때문이다. 불고기백반을 소화시키기에는 위가 부담이 될 것 같았던 것이다. 이런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다가 오늘 결단을 내렸다.
의무적으로 하는 것이 많다. 글쓰기도 의무적으로 한다. 하루 한편 글을 써야 한다.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고 마지막도 좋은, 내용과 형식을 갖춘 글을 쓰고자 한다. 이렇게 쓰다 보니 지난 16년동안 7천개 가까운 글을 썼다. 모임에도 의무적으로 참석한다.
여러 개의 모임이 있다. 매달 두 번 있는 니까야모임에는 빠지지 않는다. 2017년부터 시작되었으니 5년되었다. 정평법회도 빠지지 않는다. 매달 한번 있는 모임에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참석한다. 한달에 한번 있는 정진산행모임도 빠지지 않는다. 봉은사 승려의 재가자 폭행사건 규탄대회도 참석하려고 한다. 모두 의무적으로 참석하는 것이다. 식당순례도 의무적으로 하고 있다.
사람들은 하던 일에 익숙하다. 새로운 것을 접하면 두려워한다. 이제까지 해왔던 것을 계속하려는 것은 보수적 심리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밥 먹는 것도 그런 것 같다. 단골식당만 이용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코로나시기를 맞이 하여 식당순례를 하고 있다. 코로나가 어느 정도 진정되었다고는 하지만 한번 하기 시작한 식당순례를 계속하고자 한다. 그렇다고 고독한 미식가처럼 맛집만 찾아 다니는 것은 아니다. 사무실 반경 300-400미터 거리에 있는 식당은 의무적으로 한번씩 가보고자 하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메뉴는 무엇일까? 위가 작고 약하다 보니 많이 먹지 못한다. 국물 이 있는 것이나 면 종류가 맞는 것 같다. 국밥이나 우동 같은 것을 좋아한다. 소화가 잘 되는 것들이다. 이에 반하여 불고기백반 같은 것은 먹기에 부담스럽다. 소화시킬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오늘 안양아트센터 앞에 있는 ‘별난불백’에 들어간 것은 순전히 의무감 때문이다.
언제나 혼자 먹는다. 일인사업자는 늘 혼밥한다. 식당에 들어가기 전에 혼자도 되는지 먼저 물어본다. 일인식탁이 준비되어 있다면 점심대목에 부담이 없다.
식사가 나왔다. 바닥에 깔린 반찬이 밥을 포함해서 총 11가지이다. 여러 명 먹을 반찬을 혼자 먹는다고 생각하니 민폐끼치는 것 같다. 그러나 다 먹을 자신이 없다. 다 소화시킬 자신이 없는 것이다.
불고기 백반을 다 먹지 못했다. 딱딱한 음식이라서 소화가 잘 안되는 것들이다. 젊은 사람들은 잘 먹는 것 같다. 나이가 들다 보니 음식도 선택해서 먹어야 한다. 그러나 의무적 식당순례하기 때문에 먹기 싫어도 먹어야 하고 가기 싫어도 가야 한다.
요즘 물가가 엄청나게 올랐다. 물가는 식당에서 체감한다. 올해 초와 비교했을 때 천원씩 오른 것 같다. 천원은 작은 돈이 아니다. 설렁탕이 8월 1일부로 7천원에서 8천원으로 올랐는데 14%오른 것이다. 이렇게 줄줄이 오르다 보니 천원 때문에 먹는 것을 포기해야 할 때가 있다.
오늘 아침 샌드위치를 먹고자 했다. 빠리바케트에서 3,500원 했다. 사이즈가 작은 것이다. 도저히 사먹을 수가 없었다. 커피점에서는 2,000원 했다. 마치 삼각김밥 사이즈와 같이 작은 것이다. 너무 아깝다고 생각되었지만 사먹었다.
먹는 것에는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럼에도 주춤하는 것은 벌이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십년전이나 지금이나 인쇄회로기판 설계단가는 핀당 천원으로 변함이 없다. 이것도 많다고 깍아 달라고 한다.
물가는 배로 올랐지만 설계단가는 제자리 걸음이다. 소득이 반으로 줄어 든 것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만원짜리 점심먹기가 부담스럽다.
한때 모든 것을 노무현 탓으로 돌리던 때가 있었다. 물가도 노무현 때문이고 심지어 태풍이 불어도 ‘놈현’때문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떠한가? 물가가 고물가가 된 현시점에서 ‘굥’때문이라고 해야 할까?
마음 놓고 점심 사먹을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점심값도 부담스럽다. 그러나 힘을 내기 위해서는 잘 먹어야 한다. 점심을 든든하게 먹은 힘으로 오후에 해야 할 일을 밀어 부치는 것이다.
2022-09-14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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