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절제

허전한 마음 달래고자, 지역식당순례 37 병천순대국밥

담마다사 이병욱 2022. 9. 2. 14:01

허전한 마음 달래고자, 지역식당순례 37 병천순대국밥

 

 

매일매일 전쟁 치루는 것 같다. 아침 일찍 일터에 나와 처리해야 할 일이 있다. 일이 겹치기로 있다 보니 일인사업자의 하루는 무척 바쁘다.

 

일이 있으면 좋은 것이다. 수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이 많아도 걱정이다. 혼자 처리하기에 벅찰 때 몸이 두 개, 세 개라도 부족하다. 초치기, 분치기로 처리해야 한다.

 

일이 있는 곳에 문제가 없지 않을 수 없다. 매일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한다. 그때 그때, 즉각 즉각 처리해야 고객이 떨어져 나가지 않는다. 고객의 신뢰를 얻으려면 빠르면서도 정확하게 해 주어야 한다.

 

일인사업 16년째이다. 2006년부터 사업을 시작했으니 햇수로 16년 된 것이다. 오로지 한분야에서만 한우물만 판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수많은 고객사가 거쳐 갔다. 그러나 주문을 주는 업체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이다. 모두 다 어디로 갔을까?

 

작품은 남아 있지 않다. 시간을 투자해서 만든 작업파일은 모두 사라져 버렸다. 컴퓨터가 바이러스 먹었을 때 사라졌다. 이렇게 본다면 생계를 위한 일이라는 것은 허무하다. 그러나 남아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세금계산서이다. 2008년 이후 계산서를 모두 보관하고 있다. 이것이 내가 지난 세월 일한 증거가 된다. 이런 사실을 누가 알아 줄까? 가보로 물려 줄 수 있을까? 내가 사라지면 계산서 역시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일만 해서는 안된다. 일은 생계를 유지하는 수단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어떤 이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함으로써 생계 유지도 된다고 한다. 소설가가 대표적이다. 그림 그리는 화가나 노래 부르는 가수, 춤을 추는 무용가도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나는 어떠한가?

 

인쇄회로기판(PCB) 설계업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캐드를 이용하여 전자기판용 패턴 설계를 하는 것이다. 일이 끝나면 고객사에게 돌려 준다. 고객사 재산이기 때문이다. 이런 일을 했다고 해서 정신적인 향상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단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일만 하면 허전하다. 허전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 글을 쓴다. 일은 해서 남는 것이 없지만 글은 써 놓으면 남는다. 일은 돈이 되지만 글은 돈이 되지 않는다. 돈 되는 일도 해야 하지만 돈 되지 않는 일도 한다. 나에게는 후자가 훨씬 보람 있는 일이 된다.

 

오늘 일찍 일터로 갔다. 일터에 도착하니 오전 6시 반이었다. 고객사의 경우 담당들이 9시에 출근한다. 이렇게 일찍 나오는 것은 아침 일찍 일을 하면 효율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중을 요하는 일은 새벽에 나와서 처리한다.

 

고객의 불만을 들어 주어야 한다. 잘못된 것은 사과하고 손실이 발생된 것은 보상을 해 주어야 한다. 항상 을()의 입장에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늘 고객의 입장에서 해 주었을 때 신뢰가 쌓이게 된다.

 

일을 하고 나면 보상심리가 따른다. 이를 어떤 이는 허전하다고 말한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잘 먹어야 한다. 오후에 힘을 내서 일하기 위해서는 점심을 제대로 먹고자 했다.

 

혼자 일하는 사람은 밥도 혼자 먹는다. 점심시간에 혼밥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한식부페식당이 있지만 매번 먹게 되면 물린다. 이럴 때는 일터 주변 식당을 찾아 보아야 한다.

 

오늘은 무엇을 먹어야 할까? 오후에 처리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에 든든히 먹고자 했다. 마치 고독한 미식가처럼 이곳저곳 기웃거려 보았다. 안양로를 건너서 안양아트센터에 이르게 되었다.

 

 

코로나 기간 중에 식당순례에 대한 글을 시리즈로 올렸다. 일터 반경 이삼백미터에 있는 식당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코로나로 인하여 직격탄을 맞은 식당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 맛과 가격을 따지지 않고 한번씩 가보자는 것이었다.

 

코로나 기간 2년 동안 36곳의 식당을 순례했다. 그리고 글을 남겼다. 언젠가 한권으로 책으로 내려고 한다. 그런데 아직도 가보지 않은 식당이 많다는 것이다. 그 중에 하나가 안양아트센터 바로 앞에 있는 순대국밥집이다. 식당이름은 병천순대이다. 안양 1호점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메뉴 중의 하나가 순대국밥이다. 어느 거리에 가든지 순대국밥집은 꼭 있다. 어쩌면 한국을 대표하는 메뉴일지 모른다. 병천순대국밥 맛은 어떨까?

 

식당은 테이블이 9개로 크지 않다. 나이가 70세 가량 되는 부부가 운영하고 있다. 남자는 주방에 있고 여자는 서빙한다. 점심 대목 시간에 테이블 하나를 차지 하고 앉아 있으니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순대국밥도 나름이다. 잘하는 집도 잘하지 못하는 집도 있다. 병천순대는 이제까지 먹어 본 국밥 중에서 최상이다. 육수도 입맛에 맞았고 고기도 입맛에 맛있다. 충청도 아우내 장터 국밥이 안양까지 온 것이다.

 

병천순대는 타지방의 순대와 다르다. 이는 안내판에서 알 수 있다. 타지방과 달리 돼지의 창자부위 중에서 가장 가늘고 육질이 부드러운 소장을 여러 번 가공한 것이라고 한다. 여기에 17가지 야채와 양념을 선지와 함께 혼합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순대국밥이 구수하고 담백한 것이 특징이다. 가격은 8천원이다.

 

 

점심 한끼 잘 먹고 나면 힘이 솟는다. 그러나 점심을 실패 하면 그날 오후는 일이 잘되지 않는 것 같다. 이렇게 본다면 식당을 잘 선택해야 하고 무엇보다 메뉴 선택이 탁월해야 한다. 병천순대국밥은 모든 것을 만족 시켜 주었다.

 

오늘 점심은 탁월한 선택이 되었다. 계산을 할 때 병천순대 참 맛있네요.”라고 말해 주었다. 식당 주인 입장에서 보았을 때는 최상의 찬사일 것이다.

 

 

매일매일 전쟁과도 같은 삶을 산다. 이런 삶을 즐긴다. 마치 살아 있는 것 같다. 일이 있어서 초치기, 분치기하면 마치 생선이 팔딱팔딱 뛰는 것처럼 펄떡펄떡 생동감이 넘쳐 흐른다.

 

이 나이에 일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더구나 자신의 사무실이 있어서 자신의 사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중의 축복일 것이다. 그러나 일만 해서는 양이 차지 않는다. 일만 해서는 허전한 마음 달랠 수 없다. 그래서 글을 쓴다.

 

일을 하고 나면 허전하다. 허전한 마음 달래기 위해서 글을 쓴다. 고된 노동을 하고 나면 허기진다. 허기를 달래기 위해서 먹는다. 오늘 안양아트센터 맞은 편에 있는 병천순대에서 허기지고 허전한 마음을 달랬다.

 

오늘 점심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허기지고 허전한 마음이 채워졌다. 점심을 잘 먹었으니 이 힘으로 오후에 해야 할 일을 밀어부쳐야 한다.

 

 

2022-09-02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