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절제

호남식당에서 성(聖)스러운 식사를

담마다사 이병욱 2022. 8. 5. 13:15

호남식당에서 성(聖)스러운 식사를

 

 

식사는 성스러운 것이라고 한다. 김재상 선생이 한 말이다. 김재상 선생은 도반이다. 나이가 많은 도반이다. 경상대를 정년퇴임하고 남해도에서 꾸띠를 지어 놓고 살고 있다. 언젠가 김선생이 그렇게 말한 것을 들었다.

 

김선생은 왜 식사에 대하여 성스러운 것이라고 했을까? 아마도 수행자 입장에서 말한 것이라고 본다. 오후불식하며 살아가는 수행자에게 있어서 식사는 신체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일 뿐만 아니라 도와 과를 이루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 점심을 호남식당에서 했다. 안양로 건너편에 있다. 일부러 먼 거리까지 걸어가서 식사한 것은 구내지하식당이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국민휴가기간을 맞이 하여 이번 주는 쉰다.

 

점심값이 슬그슬금 올랐다. 부페식 대중식당의 경우 6천으로 올랐다. 작년까지만 해도 5천원이었다. 어느 식당은 7천원을 받는다. 천원 때문에 7천원짜리 식당을 가지 않는다.

 

 

호남식당은 코로나 기간 중에 개발한 식당이다. 사무실 주변 반경 이삼백미터에 있는 식당은 모두 가 보기로 했는데 그때 가서 먹어 보았다. 이번주에 연속으로 세 번 먹고 있다. 왜 호남식당이라고 했을까?

 

지역명을 걸고 영업하는 곳은 많지 않다. 지역명을 걸었을 때 수요가 한정될 우려가 있다. 그럼에도 호남이라는 타이틀을 걸은 것은 어떤 이유일까?

 

안양에는 호남사람들이 많이 산다. 호남사람들 못지 않게 영남사람들도 많이 살고 충청사람들도 많이 산다. 전국에서 온 사람들이 골고루 모여 산다. 그래서일까 선거철만 되면 여론의 풍향계 역할을 한다.

 

안양의 정치지형은 변화무쌍하다. 시장선거를 하면 업치락뒤치락 한다. 리턴매치가 벌어지기 일쑤이다. 이번 지자체 선거는 어땠을까? 최대호 민주당 후보가 재선에 성공했다. 아마 상대가 약한 후보가 나왔기 때문일 것이다.

 

호남식당이라 하여 호남사람들만 먹는 것은 아닐 것이다. 베트남식당이라 하여 베트남사람들만 먹는 것이 아님을 말한다. 호남식의 메뉴와 음식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찾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호남식당 메뉴는 특별한 것이 없다. 어느 부페식당에서나 볼 수 있는 메뉴이다. 그럼에도 입맛에 맞는 것 같다. 호남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것일까?

 

 

초등학교 3학년 때 서울에 왔다. 이른바 이농세대에 해당된다. 부모가 농사지어 먹고는 살 수가 없어서 남부여대하고 야간완행열차를 타고 상경한 것이다. 마치 19세기 중반 기아의 아일랜드 사람들이 대거 미국에 이민 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서울에 와서 정착한 곳은 삼양동이었다. 75번지라고 했다. 그런데 산75번지에는 수많은 무허가 집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산동네라고 불렀던 것 같다. 주소를 쓸 때는 삼양동 산75번지 박아무개씨 댁내이라고 했다. 박아무개씨 댁에서 세 들어 살았던 것이다.

 

서울로 전학 왔을 때 사투리가 심했던 것 같다. 초등학교 3학년 때이다. 처음 몇 달 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전라도 억양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쉽게 말이 적응 되었다. 부모세대는 억양이 언제나 그대로였다.

 

영화를 보면 억양에 대한 대사를 종종 볼 수 있다. 한국사람은 알 수 없지만 미국식 영어가 있고 영국식 영어가 있다. 미국 내에서도 동부가 다르고 남부가 다르다. 그들은 억양만으로도 어느 지역에서 왔는지 파악하는 것 같다.

 

전세계적으로 어느 나라이든지 지방마다 억양이 다르다. 일본도 지방마다 억양이 다르다고 한다. 우리나라 역시 다르지 않다. 전라도 억양 다르고 충청도 억양 다르고 경상도 억양 다르다. 외국인은 구별하지 못하지만 한국사람들은 억양만 듣고서도 어느 지역출신인지 0.5초만에 파악한다.

 

나도 전라도 억양이 있을까? 잘 모르겠다. 서울억양인 것 같은데 남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호남에 사는 사람들 억양은 확실하게 구별된다. 친척들이 모였을 때 호남출신들임을 실감한다.

 

억양은 바뀌기 힘들다고 한다. 한번 형성된 것은 바뀌기 어려움을 말한다. 그러나 어려서 이주했다면 바뀔 가능성이 있다. 부산에 사는 조카가 있는데 유년기부터 거기서 살아서일까 부산억양이다. 억양만 들어 보아서는 출신지가 파악되지 않을 정도이다.

 

 

호남식당은 특징이 있다. 식판이 동그란 원판이라는 것이다. 커다란 원판에 밥과 반찬, 나물 등을 모두 담는다. 이렇게 하니 음식을 남기지 않는 것 같다. 또 하나 특징은 나홀로 먹는 사람들을 위한 식탁이 있다는 것이다. 일인식탁을 말한다. 세심한 배려를 한 것 같다.

 

 

밥 먹을 때 늘 혼자 먹는다. 일인사업자이다 보니 함께 식사하러 갈 사람이 없다. 점심식사 때가 되면 고민이 하나 있다. 식당에 가면 테이블만 차지 하는 것이다. 식당에서는 점심이 대목인데 4인용 식탁을 차지 하고 있으면 마치 영업방해 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혼밥하면 식당에 가기가 부담스럽다. 바쁠 때를 피해 가는 것이 좋다. 그러나 부페식 대중식당에서는 부담 없다. 혼밥족들이 많기 때문이다. 더구나 일인용 식탁도 있어서 눈치보지 않아도 된다.

 

식사는 성스러운 것이라고 했다. 이는 경전적 근거가 있다. 부처님은 식사하는 것에 대하여 이것은 놀이나 사치로나 장식이나 치장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 몸이 살아있는 한 그 몸을 유지하고 해를 입지 않도록 하고 청정한 삶을 살기 위한 것이다.”(S35.239)라고 했다. 식사는 청정한 삶을 위한 것이다!

 

청정한 삶을 위한 식사는 성스러운 것이다. 이는 음식절제와도 관련이 있다. 음식의 적당량을 아는 것이다. 이는 수행과 관련 있다. 그래서 부처님은 번뇌의 소멸에 도움이 되는 근본원리라 하여 세 가지를 들고 있다. 이는 감각능력의 문을 수호하는 것, 둘째로 음식을 먹을 때 알맞은 분량을 아는 것, 그리고 항상 깨어있음에 전념하는 것”(S35.239)을 말한다.

 

식사는 탐욕과 관련이 있다. 밥 먹을 때 알아차리지 못하면 탐욕으로 먹게 된다. 그래서 부처님은 이치에 맞게 성찰해서 음식을 섭취한다.”(S35.239)라고 했다. 이쯤 되면 밥 먹는 행위는 수행하는 것이 되고 성스러운 행위가 된다.

 

오늘 호남식당에서 혼밥을 했다. 동그란 식판에 밥과 음식을 적당량 취해서 남김없이 다 먹었다. 음식의 종류는 무려 10가지나 된다. 최상의 공양이 되었다. 다른 식당에서는 음식을 남겼으나 이곳에서는 남기지 않았다.

 

 

주인이 관리를 잘 하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이 많다. 음식 맛도 좋고 청결해서 그런 것 같다. 근처 원룸이 많아서일까 혼밥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혼밥족을 위한 일인식탁도 있어서 시대의 흐름에 따라 가는 것 같다.

 

호남식당에서는 호남사람들만 먹는 것 같지 않다. 이름만 호남일 뿐 사실상 전국구 식당이다. 호남식당이라고 하니 왠지 음식이 맛깔스러운 느낌이 나는 것 같다.

 

오늘 유쾌한 식사를 했다. 나를 위한 공양이다. 밥 먹는 것이 성스러운 행위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했다. 이 세상에서 먹는 것 만큼 성스러운 행위는 없다. 진지하게 식사하는 모습이 성스러워 보였다.

 

 

2022-08-05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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