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절제

약이 되는 원추리 된장국

담마다사 이병욱 2022. 3. 29. 17:38

약이 되는 원추리 된장국


종종 여자 법우님들에게 듣는 이야기가 있다. 남편에게 하루 세 끼 밥을 차려 준다는 말을 들었다. 이 말을 듣고서 "삼식이네."라고 말해 주었다.

하루 세 끼 아내가 차려 주는 밥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요즘 세상에서는 행복한 사람들이다. 마치 시봉 받는 것처럼 밥상을 받을 때 과연 그럴 만한 자격이 있는 것일까?

맞벌이하면 누구든지 먼저 오는 사람이 밥해 놓아야 한다. 기다려서 같이 먹으면 더 좋다. 늦게 온 사람이 뒷정리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나 밥상을 받으려고 할 때 갈등이 생긴다.

오늘 점심 때 벼룩마트에 갔다. 낮에만 문을 여는 가게를 말한다. 채소와 과일 등 각종 먹거리를 싸게 파는 반짝시장이다. 대로 건너편에 대형마트가 있음에도 장사가 잘 되는 것 같다. 주로 나이 든 노파들이 카트를 끌고 온다.

오늘 벼룩마트에 갔더니 전에 보지 못한 것을 발견했다. 원추리 한바구니가 2천원이다. 원추리도 음식이 되는 것임을 알았다.

 


벼룩마트에서 원추리를 포함하여 쪽파 한단 3 ,500, 무우 큰 것 한개 천원 등 모두 8,500원어치 샀다. 한데 모으니 푸짐하다. 만원 한장짜리가 대우 받는 것 같다. 여기에 더해 밤고구마 한박스를 2만원 주고 샀다. 대형마트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저렴한 가격이다. 무게가 꽤 나간다. 들고 오는 내내 만족했다.

 

원추리를 어떻게 해서 먹어야 할까? 벼룩마트 주인에게 물어보니 데쳐 먹으라고 한다. 나물로 해 먹으라는 것이다. 그런데 원추리를 찾는 사람들은 추억이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언젠가 해 먹었기 때문에 찾는 것이다. 맛을 아는 것이다.

 


아직까지 원추리를 먹어 본 적이 없다. 비슷한 것은 있는 것 같다. 보리순은 어렸을 적에 먹어 봤다. 부모님이 먹던 것이다. 일종의 고향 음식이라고 볼 수 있다. 구수한 보리순 맛을 못잊어 한겨울 중앙시장에서 사먹는다.

봄이 되면 땅에서 일제히 새싹이 올라온다. 기세가 좋다. 땅을 뚫고 솟아오르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마치 용수철처럼 불쑥불쑥 나오는 것 같다. 그래서 봄을 영어로 스프링(spring)이라고 했을 것이다. 원추리도 스프링처럼 튀어나온다.

원추리 새싹은 생명의 새싹이라고 볼 수 있다. 겨우내 힘을 축적하고 있다가 봄이 되어 땅을 뚫고 나왔을 때 힘이 느껴진다. 원추리는 제철 음식이다. 이 시기가 지나면 먹을 수 없는 것이다.

오늘 점심 때 원추리 된장국을 만들었다. 원추리 뿐만 아니라 달래, 양파, 버섯을 조금씩 넣었다. 국물용 멸치도 넣었다. 마지막으로 장모님표 수제 시골된장을 한스푼 가득 넣었다. 그리고 15분 끓였다.

원추리 된장국이 완성되었다. 양념은 쓰지 않았다. 진한 시골된장과 마늘 다진 것 찻스푼 정도 넣었다. 맛을 보니 향내가 나고 그윽하다. 인스턴트 라면국물과는 비교되지 않는 깊은 맛이다. 원추리 특유의 씹는 맛도 있다.

 


원추리된장국을 한방울도 남기지 않고 깨끗이 비웠다. 마치 곰탕 국물을 남기지 않듯이 비웠다. 속이 부드럽고 편하다. 보약과 같다는 생각을 한다.

제철 음식은 보약과 다름없다. 특히 봄에 나는 새싹은 생명력으로 충만한 것이다. 그래서일까 부처님의 주치의 지바까는 "약이 되지 않는 푸성귀는 없다."라고 했다.

맞벌이를 하고 있다. 일인사업자이다 보니 비교적 자유롭다. 집에 먼저 오기 때문에 항상 저녁을 준비한다. 시장에 가서 찬거리를 사오는 것도 일이다. 지난번에는 미나리 무침도 만들어 보았다. 그러고 보니 점점 적응되는 것 같다. 아마 주부 초단은 되는 것 같다.


2022-03-29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