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권 진흙속의연꽃 I 2019, 신장개업이라도 해야 하나?
지난 삶을 되돌아 본다. 늘 같은 패턴임을 알 수 있다. 특히 지금 이순간에서부터 역행하여 십여 년의 삶이 그렇다.
지난날의 삶의 기록을 책으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블로그에 써 놓은 것을 책으로 만드는 일을 말한다. 일상에 대한 삶의 기록이다.
일상의 삶은 거의 비슷하다. 작년이나 재작년이나 심지어 십 년 전까지 패턴이 똑 같다는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삶에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한 곳에 정착하여 사는 것이 큰 이유가 되는 것 같다.
직장을 수없이 옮겼다. 직장생활 20년에 열 번 이상 옮겼다. 이는 국민연금 받기 위해서 서류를 떼어 본 결과 알게 되었다. 아마 열세 번 같다. 그러나 개인사업자로 살면서부터는 정착되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일터로 달려 나간다. 요즘은 ‘백권당’이라고 칭한다. 일터가 있는 사무실에 이름을 부여한 것이다. 그런데 백권당은 무려 16년 되었다는 것이다. 2007년 말에 입주한 이래 내리 16년동안 한장소에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사계절에 대한 글이 비슷하다.
계절의 변화에 따른 느끼는 감회도 비슷하다. 그러나 똑같지는 않다. 어느 것도 영원한 것이 없다. 제행무상이다.
같은 장소라고 해도 올해의 봄과 작년의 봄은 다르다. 십 년 전의 봄도 다르다. 학의천과 안양천을 건널 때 매년 다른 느낌을 받는다.
일상에 대한 기록을 책으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번에 만든 책은 2019년 일상에 대한 기록이다. 이를 ‘115 진흙속의연꽃 I 2019’라고 이름 붙였다. 115번째 책으로 2019년 1월부터 7월까지 7개월동안에 대한 삶에 대한 기록이다. 모두 69개의 글로 301페이지에 달한다. 참고로 목차는 다음과 같다.
(목차)
1. 부끄럽지 않은 삶을 위하여
2. 이미지 세탁의 시대에
3. 문자를 받았을 때
4. 수행자의 자만
5. 현자들은 등불처럼 꺼져 열반에 드시나니
6. 동기 법우 장례식장에서
7. 빚진 자들의 세상
8. 원초적 불안
9. 가슴 울리는 법문
10. 왼발 오른발 하며 고래바위까지
11. 프로페셔널의 프라이드
12. 오계 지키는 사람은 믿을 수 있는 사람
13. 알고 나면 버려진다
14. 허물 없는 글을 쓰고자
15. 일요일 오후에는 먹지 않는 날로
16. 기대가 산산조각 났을 때
17. 성장하지 않는 어른아이
18. 여성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19. 삶에 정년은 있을까?
20. 사띠무적
21. 주제별로 정리되어 책으로 출간된다면
22. 언제나 그 자리에
23. 송장처럼 뒤척이지 않고 잠자고자
24. 이름 없는 별이 된 사람들
25. 믿고 보는 블로그
26. 그릇 키우기
27. 나홀로 고립되어 산다면
28. 여명이 시작 될 때
29. 봄날은 간다
30. 국민정서법을 무시하면
31. 햇살은 따사롭고 바람은 부드럽고
32. 나홀로 잘살면 뭐하나?
33. 임산부석에 앉았더니
34. 청구서는 자꾸 오는데
35. 바람을 거슬러 가지 못하는 라일락 향기
36. 서로 승리자가 되려면
37. 나에게 형성된 이미지는?
38. 왜 사느냐고 묻거든
39. 이주노동자들의 빈자일등, 2019 서울국제연등축제
40. 현상에 대해 남 보듯
41. 젊음의 교만 건강의 교만
42. 귀차니즘과 피고니즘
43. 세상살이 많은 일에 부딪쳐도
44. 그럴거라면 뭐하러
45. 싸두(sadhu) 공덕
46. 시간을 글에 붙들어 메고자
47. 절에 가면 절법을 따라야
48. 어떻게 해야 마음의 항복을 받을 수 있을까?
49. 그들은 왜 총을 들어야만 했을까? 김동수열사 추모제에서
50. 생산적인 일을 하는 것에 자부심을
50. 장엄한 패배 거룩한 부활
51. 재벌 부럽지 않은 밥상
52. 스타강사의 고액강연료
53. 부처님이 말씀하신 행복은
54. 우 에인다까 사야도 서울특별법회 안내
55. 조용히 살고 싶은 사람들
56. 함평 예덕리 고분 기행
57. 파근파근한 밤호박
58. 생존본능과 번식본능의 세계에서
59. 글이 길어서 못 읽겠다고
60. 고욤잎차 만들기
61. 직지사 위빠사나 집중수행
62. 다큐멘타리 영화 김군
63. 밥 먹을 때도 새기며
64. 종로5가 기독교회관을 지나다 보면
65. 세속에서 삶은 실전
66. 늘 고객의 입장에서
67. 관곡지 연(蓮)의 바다에서
68. 돈은 돌고 돌아야
69. 오늘도 귀인(貴人을) 기다리며
2019년 상반기에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일상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있었다. 이를 글로 남겼다. 수필형식의 짤막한 글이다.
목차를 보면 다양한 제목의 글을 볼 수 있다. 기억은 나지 않지만 글을 보면 알 수 있다. 마치 등 뒤에서 누가 불렀을 때 자신의 자식인지 알 수 있는 것처럼, 글을 보면 내 글인지 한눈에 알 수 있다.
목차 10번을 보면 ‘왼발 오른발 하며 고래바위까지’(2019-03-01)라는 제목의 글이 있다. 관악산 계곡에 있는 고래 형상의 바위에 대한 글이다.
고래바위에 대한 이야기는 몇 번 쓴지 모른다. 해마다 철마다 쓴 것 같다. 그럼에도 반복해서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그날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이기 때문이다.
글로서 약속할 때가 있다.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한 글에서 한 약속도 지켜야 할까? 잘 지켜지지 않는 것 같다. 이는 목차 15번에서 ‘일요일 오후에는 먹지 않는 날로’(2019-03-11)라는 글로 알 수 있다.
흔히 화장실 가기 전의 마음과 화장실 다녀오고 난 다음 마음이 다르다고 말한다. 글을 쓸 당시에는 일주일에 한번 불식하기로 했다. 일요일 오후에는 먹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이에 대하여 “불교인들도 일요일은 절이나 수행처에 나가서 법문을 듣고 오후에는 포살계를 지키는 삶을 산다면 오늘날 종교시장에서 비교우위를 지켜 나갈 것이라 본다. 그 첫 번째가 일요일 오후에 불식하는 것이라 본다.”(2019-03-11)라고 썼다. 그러나 지켜지지 않았다.
재가자도 출가수행자처럼 살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일주일 내내 출가자처럼 사는 것은 아니다.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출가들처럼 사는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삶은 포살날에 출가자처럼 사는 것이다.
포살날은 음력으로 계산된다. 평일날이 포살날이 될 수 있다. 노동을 해서 먹 고사는 재가자에게 음력 포살날을 지키기는 쉽지 않다. 가장 좋은 것은 일요일을 포살날처럼 여기는 것이다. 그래서 일요일 오후는 먹지 않는 날로 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나부터 지켜지지 않았다.
오후불식하면 여러 이점이 있다. 가장 큰 이점은 청정한 삶이다. 오후에 먹지 않으면 경건한 삶을 살아 갈 수 있다. 이는 욕망이 억제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음식은 단지 입으로 먹는 것은 아니다. 음식은 오감으로 먹는다. 음식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으로 먹는 것이다. 음식은 오감이 총동원 된 것이기 때문에 욕망으로 먹는 것이 된다.
법화경 방편품에 막대기를 가지고 노는 아이들에 대한 게송이 있다. 아이가 막대기로 모래밭에 부처님 형상을 그렸을 때 그것을 인연으로 언젠가는 성불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일요일 오후 먹지 않는 날로 하기로 글을 썼다. 그날 이후로 실천되고 있지 않다. 그러나 글 쓴 인연으로 언젠가는 실행할지 모른다.
똑 같은 일상의 반복이다. 그러다 보니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은 오늘 같을 것이다. 그럼에도 견딜 수 있는 것은 변화가 있기 때문이다. 그날 그날 느낌이 다른 것이다. 이에 대하여 목차 22번에서 ‘언제나 그 자리에’(2019-03-27)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다.
언제나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그 중에 하나는 홈페이지이다. 이는 키워드광고용 홈페이지를 말한다. 매우 간단한 홈페이지이다. 생업을 위해서 만들어 놓은 것이다.
키워드 광고한지 오래 되었다. 아마 15년 된 것 같다. 그때 사업을 시작한지 한 해 지나고 난 다음 키워드광고라는 것을 처음 해 보았다.
사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 난감했다. 일감을 수주하기 위해서는 영업을 해야 했다. 처음에는 안면 있는 사람을 찾아 다녔다. 마치 보험 일을 처음 하는 사람이 지인을 찾아 다니는 것과 같다.
지인을 찾는 것은 한계가 있다. 진정한 홀로서기는 모르는 사람을 찾아 가는 것이다. 먼저 회사소개서를 만들었다. 다음은 업체 담당자를 찾아 가는 것이다.
업체를 먼저 찾아야 했다. 길거리를 지나다가 전자업체면 대상이 되었다. 인터넷 검색을 해서 지역 내에 있는 전자회사를 찾기도 했다. 다음은 전화를 거는 것이다.
업체에 전화를 걸면 안내원이 먼저 받는다. 대개 여성이다. 여성안내원에게 개발 담당자와 연결 시켜 줄 것을 부탁했다. 그러나 안내원은 연결시켜 주지 않았다. 마치 잡상인 취급하는 것 같았다.
전화 안내원 벽을 넘기 힘들었다. 이런 경우 무작정 업체로 달려 갔다. 그러나 경비실에서 막혔다. 사전 연락을 하지 않는 방문자에게는 출입을 허락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래도 안되고 저래도 안됐다. 일감이 없으면 놀아야 했다. 노느니 염불한다고 글을 썼다. 글을 쓰면 시간이 잘 갔다. 그러나 글은 돈이 되지 않았다. 무언가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때 어떤 이가 키워드광고 이야기를 했다.
키워드광고를 들었을 때 번개 치는 것 같았다. 키워드광고만이 살 길임을 알 수 있었다. 키워드 광고를 하면 전화 안내원이나 경비실 경비원 벽을 넘을 수도 있었다.
키워드광고가 최상의 선택이 되었다. 광고하는 방법에 대하여 연구하기 시작했다.
키워드광고를 하려면 먼저 홈페이지를 만들어야 한다. 회사를 소개하는 웹사이트를 말한다. 또한 인터넷도메인도 만들어야 한다. 도매인이 있어야 링크되기 때문이다.
도메인을 만들었다. 그리고 메일도 도메인 주소가 들어간 것으로 바꾸었다. 홈페이지는 안양에 사는 전문가에게 만들어 달라고 했다. 가장 간단한 것으로 했다. 비용은 25만원 들었다. 최저 비용으로 제작했다.
홈페이지는 회사의 얼굴과도 같다. 사진도 전력적이고 문구도 전략적이어야 한다. 사진은 홈페이지 제작사에서 제공하는 것으로 사용했다. 문구는 내가 만들어야 했다.
홈페이지에 있는 사진은 변함 없다. 특히 회사를 안내하는 여성 사진은 옛날 그대로이다. 여성 사진은 15년 되었음에도 나이를 먹지 않는 것 같다. 어떤 고객은 홈페이지에 있는 여성 얼굴을 보고 전화 걸었다고 말했다. 홈페이지 제작하는 사람이 돈 주고 구매한 사진이다.
이런 저런 아름다운 문구를 만들었다. 빠른 납기와 최상의 품질을 보증하겠다고 했다. 전자제품을 개발한 경험을 살려서 인쇄회로기판을 설계하겠다는 문구도 넣었다. 또한 “높이 나는 새가 더 멀리 봅니다.”라는 다소 낭만적인 문구도 넣었다.
키워드광고는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다음과 네이버에 동시에 광고했는데 전화가 걸려 온 것이다. 이는 막연하여 업체에 전화를 걸어서 하는 것과 비교가 되지 않았다. 전화가 걸려 왔다는 것은 주문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난감한 전화를 받을 때도 있었다. 그것은 몇 명 일하는지 물어 보는 것이었다. 사람이 많으면 신뢰가 있는 것으로 보는 것 같다. 처음에는 혼자서 일한다고 말했다. 이런 전화가 자주 오자 두 명 또는 세 명 일한다고 말했다. 거짓말 한 것이다.
사업을 하다 보면 거짓말도 할 수 있다. 혼자 일하면서 두 명, 세 명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있어 보이기 위해서 거짓말을 한 것이다. 그렇다고 사기는 아니다. 아예 없는 것을 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키워드광고는 효과가 있었다. 나에게 있어서는 ‘대박’이었다. 주문이 밀려 들 때는 두 개 또는 세 개가 겹치기가 되었다. 네 개가 겹쳤을 때는 한계를 느꼈다. 그럴 경우 직원을 한사람 뽑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일감이 꾸준히 있는 것이 아니라 끊어질 때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키워드광고해서 먹고 살아 왔다. 그러나 예전 같지 않다. 해가 갈수록 전화는 적게 걸려 왔다. 요즘에는 전화가 거의 오지 않는다.
수많은 업체, 수많은 사람들과 거래했다. 컴퓨터에 자료가 남아 있다. 또한 연도별 세금계산서철에도 흔적이 남아 있다.
컴퓨터에는 작업한 파일이 있다. 그러나 모두 있는 것은 아니다. 바이러스로 인하여 자료가 사라진 것도 많다. 남는 것은 기록 밖에 없다. 연도별로 작성된 매출세금계산서와 매입세금계산서를 말한다.
홈페이지도 수명을 다한 것 같다. 요즘에는 전화도 걸려 오지 않는다. 포털에 키워드광고를 해도 전화가 걸려 오지 않는 것이다. 왜 그럴까? 나이 탓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지 않은 이유가 크다.
주문이 밀려 들면 글쓰기와 수행이 방해가 된다. 행복한 고민, 배부른 고민이라 말할 수 있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주문이 끊어질 듯하며 연결되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이런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일감은 끊어질 듯 하면서도 있다. 그래도 한 업체가 있어서 버티고 있다. 키워드광고에 의존하지 않아도 고정고객사가 있어서 유지되고 있다. 올해 매출과 매입, 발주서 철을 보니 두툼하다. 올해도 일을 많이 한 것이다.
회사 홈페이지는 15년된 것이다. 15년동안 한번도 바꾸지 않았다. 사진도 그대로이고 문구도 그대로이다. 이런 것도 주문이 덜 오는 요인이 된 것 같다.
정말 주문이 뚝 끊어지면 신장개업이라도 해야 할 것 같다. 홈페이지를 새롭게 단장하는 것이다. 그래도 주문이 없으면 도메인을 바꾸는 것이다. 마치 새롭게 창업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다. 마치 신차 효과처럼 고객의 관심을 끌게 할지 모른다.
써 놓은 글은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다. 생명과 같은 글이다. 왜 그런가? 시간 투자해서 쓴 글이기 때문이다. 글에는 시간이 녹아 있기 때문에 생명과 같은 글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글이 쌓이고 쌓여서 책이 되었다.
책은 목차를 만들고 이렇게 서문을 작성하는 것으로 인하여 완성된다. 이런 책은 판매용이 아니다. 블로그에 피디에프(pdf)파일을 올려 놓으면 누군가 다운 받아 갈 것이다. 한사람도 없을 수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올려 놓는다. 책 만드는 것은 어쩌면 자기위안이고 자기만족인지 모른다.
2023-12-19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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