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권 담마의 거울 2019, 왜 글은 생명과도 같은가?
방금 한시간 좌선을 마쳤다. 오전 9시 38분부터 시작한 것이다. 새해 들어 세 번째 죄선이다. 작년 우안거 들어 갈 때 7월 31일 이후 거의 매일 한시간 좌선 하고 있다.
올해 개인적 수행에 대한 목표가 있다. 그것은 매일 하나 이상 글 쓰기, 매일 한시간 이상 좌선하기, 매일 경전과 논서읽기, 그리고 매일 빠알리어공부하기를 말한다. 이를 올해 사대개인사업으로 정했다.
사대사업에서 특별히 하나 추가될 것이 있다. 어쩌면 한시적 사업이 될지 모르겠다. 그것은 책만들기에 대한 것이다.
2018년부터 책만들기를 하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만든 책은 116권에 달한다. 작년에는 34권 만들었다. 이렇게 책 만들기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눈에 보이는 삶의 결실이기 때문이다.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다. 써 놓은 글은 블로그에 고스란히 보관되어 있다. 2006년 이후 쓴 글은 7,400개가 넘는다.
어느 날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블로그가 해킹되어서 사라져 버린다면 어떻게 될까에 대한 것이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왜 그런가? 생명과도 같은 글이기 때문이다.
글은 생명과도 같다. 왜 그런가? 글에는 나의 시간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일과 중에서 오전은 글쓰기로 보냈다. 이제까지 쓴 7,400개 이상의 글에는 나의 시간이 녹아 있다. 어찌 생명과도 글이라고 하지 않겠는가?
생명과도 같은 글도 사라질 수 있다. 이런 생각이 들자 견딜 수 없었다. 이제까지 쓴 글을 모두 다운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책으로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다.
현재 2019년에 쓴 것까지 책으로 만들었다. 이후에 쓴 2020년, 2021년, 2022년, 2023년에 쓴 글은 아직 만들지 않았다.
앞으로 4년동안 쓴 글을 책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안심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언제 책만들기 작업은 끝나는 것일까?
작년에는 책만들기에 온 힘을 기울였다. 그 결과 34권을 만들 수 있었다. 한달에 2.8권 만든 셈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4년 쓴 것에 대한 책을 만든다면 언제쯤 따라잡을 수 있을까?
책은 틈나는 대로 만든다. 시기별로 또는 카테고리별로 만든다. 시기별로 만드는 것은 4년 동안 쓴 것을 만들면 끝난다. 카테고리별로 만드는 것은 주제별로 만드는 것이다. 앞으로 서너달 걸릴 것 같다.
오늘 책을 하나 만들고자 한다. 그것은 2019년 담마에 대하여 쓴 것이다. 그런데 글을 모아 보니 페이지가 그다지 많지 않다. 목차까지 포함하여 138페이지에 지나지 않는다.
나에게 2019년에 어떤 일이 있었을까? 담마에 대한 글이 유독 적다. 매일 하루 한 개 이상 글을 썼음에도 담마에 대한 글이 적은 것은 수행기와 여행기 등 다른 주제로 이것저것 썼기 때문이다.
책 제목을 ‘117 담마의 거울 2019’로 했다. 117번째 책이다. 2019년 1월부터 12월까지 일년동안 담마에 대하여 쓴 글이다. 모두 15개의 글이 실려 있다. 참고로 목차를 보면 다음과 같다.
(목차)
1. 살불살조론(殺佛殺祖論)의 원형은 법구경에
2. 아이스크림꽃을 보며
3. 하고자 하는 일에 헌신(獻身)했을 때
4. 학의천에서 층층나무꽃을 보고
5. 지혜로운 자는 괴로워하지 않는다
6. 지친 나그네에게 해는 지는데
7. 시를 읊은 대가로
8. 사유중지의 달인
9. 악마는 내 마음 속에도
10. 사랑하지 않는 것과 만나는 괴로움
11. 네 얼굴을 기억하라
12.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있는 것일까?
13. 문화는 외장하드와 같은 것
14. 생멸법(生滅法)을 그칠 수 있다면
15. 다음생을 위한 발판이라도
목차에서 1번 항목을 보면 ‘살불살조론(殺佛殺祖論)의 원형은 법구경에’ (2019-05-04)라는 제목의 글이 있다. 여기서 살불살조는 중국 조사가 말한 것이다. 그런데 살불살조론의 원형이 법구경에 있다는 것이다.
법구경 294번 게송을 보면 “아버지와 어머니를 죽인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선종에서 “부처를 보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보면 조사를 죽인다.”라는 말과 같다. 그런데 그 의미는 다르다.
불교에서 부모살해에 대한 것은 갈애와 자만을 부수는 것을 말한다. 어머니는 갈애를 상징하고, 아버지는 자만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왜 갈애를 상징하는 것일까? 이는 “어머니가 사람을 낳는 것을 볼 수 있는 것처럼, 갈애가 세 가지 세계[三界: tiloka]의 존재를 낳기 때문이다.”(DhpA.III.454)라는 주석으로 알 수 있다.
아버지는 왜 자만을 상징하는 것일까? 이는 “ ‘내가 있다는 자만’은 ‘나는 이러이러한 왕이나 귀족의 가문에서 태어났다.’는 말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아버지에 의존하기 때문이다.”(DhpA.III.454)라고 했다.
선종에서는 살불살조를 말한다. 이는 상을 부수기 위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살모살부(殺母殺父)’와 같은 것이다. 그러나 부처와 조사를 죽인다는 것은 지나치다. 그 어떤 경우에 있어서라도 부처님은 살해의 대상이 아니다. 설령 비유를 든다고 해도 살불살조라고 한 것은 지나치다.
목차 13번 항목에서 ‘문화는 외장하드와 같은 것’(2109-10-15)이라고 했다. 이 글은 컴퓨터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어서 귀중한 자료가 사라졌을 때 그 느낌을 쓴 것이다.
어떤 것이든지 영원하지 않다. 컴퓨터에 저장 되어 있는 자료도 안심할 것이 못된다. 어느 날 악성 컴퓨터 바이러스에 감염 되었을 때 자료가 허무하게 사라진다. 애써 보관해 왔던 사진이 사라졌을 때 추억도 사라지는 것 같았다.
작성한 글과 촬영한 사진, 그리고 작업한 파일을 잘 보관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외장하드에 다운 받아 놓아야 한다. 정기적으로 해야 한다. 매월 말일은 다운 받는 날로 정해 놓아야 한다. 아직도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사람들은 삶의 흔적을 남기고자 한다. 그것은 책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책은 마치 외장하드장치와 같다는 것이다. 자신이 사라져도 책은 남기 때문에 사람들은 책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자 하는 것이다.
매일 경전을 읽고 있다. 만일 책으로 남기지 않았다면 접할 수 없는 것이다. 누군가 자신이 생각한 것을 글로 남겼기 때문에 후대 사람들은 접할 수 있다. 이는 다름 아닌 문화가 유전되는 것과 같다.
어떤 이는 문화유전자를 말한다. 사람은 죽어서 문화유전자를 남긴다는 것이다. 사람은 자손에게 생물학적 유전자를 남기기도 하지만 더 나아가 문화적 유전자도 남김을 말한다.
지금 누리고 있는 문화생활은 이전 사람들이 남긴 문화적 유전자에 따른 것이다. 대표적으로 책을 들 수 있다. 경전도 예외가 아니다.
유한한 생명을 가진 사람은 죽는다. 죽을 수밖에 없다.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 났다. 그러나 죽어도 죽지 않을 수도 있다. 그것은 자신의 생각과 사상을 정리해서 책으로 남겼을 때 죽지 않는다.
책은 문자로 된 것이다. 문자는 언어에 대한 것이다. 그런데 언어적으로 형성된 개념은 죽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언어적 개념은 생사가 없다. 언어적 개념은 생명체처럼 나고 죽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누군가 그 사람의 책을 읽고 있다면 그 사람은 살아 있는 것이나 다름 없다.
매일 경전과 논서를 읽는다. 머리맡에 놓고서 잠자기 전과 잠에서 깨었을 때 읽는다. 경전을 읽을 때는 부처님을 만난다. 논서 ‘위빳사나 수행방법론’을 읽을 때는 마하시사야도를 만난다. 책을 통해서 만나는 것이다.
올해 새해 사흘 째를 맞이하여 책을 하나 만들었다. 117번째 책이다. 이제 앞으로 2020년, 2021년, 2022년, 2023년 이렇게 4년 동안 쓴 글에 대한 책을 만들면 다 만들게 된다. 물론 도중에 주제별로 정리된 책도 만들어야 한다.
책만들기 작업은 주요한 사업 중의 하나이다. 올해 사대사업에서 특별히 책만들기 사업이 하나 더 추가된 것이다. 그러나 책만들기 사업은 한시적이다.
책만들기 작업은 앞으로 서너달 후면 완료 될 것 같다. 그렇게 되면 이제까지 쓴 것은 모두 책으로 만드는 것이 완료 된다. 2018년 책 만들기 작업을 시작한 이래 6년만에 완결되는 것이다. 이런 것도 삶의 목표중의 하나일 것이다.
2024-01-03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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