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권 천장사 일요법회, 천장사는 누구겁니까?
하나의 책을 만들고자 한다. 책을 쓰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왜 그런가? 과거에 써 놓은 글을 한데 모아 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목차를 만들고 서문만 쓰면 책이 된다.
이번에 만든 책은 천장사에 대한 것이다. 경허스님의 보림도량으로 잘 알려진 서산 천장사를 말한다. 천장사 다닌 것에 대하여 글을 썼는데 이번에 책으로 만들게 되었다. 책 제목은 ‘121 천장사 일요법회’라고 정했다. 여기서 숫자 121은 121번째 책임을 말한다.
책 목차를 만들었다. 2012년부터 올해 2024년 입춘법회날 참석한 것까지 글 모음에 대한 것이다. 모두 41개의 글로 382페이지에 달한다. 그리고 이렇게 서문을 쓰면 책이 완성된다. 참고로 목차를 보면 다음과 같다.
(목차)
1. 봄은 왔으나 아직 봄이 아닌 계절 천장사에서
2. 자발적으로 가난에 동참한 스님들
3. 천장사에서 하루밤
4. ‘길없는 길’의 무대 천장사에서
5. 천장사의 토론식 일요법회
6. 남도 성지순례 1, 예산 벽천암 무애스님
7. 남도 성지순례 2, 구례 화엄사 대산스님
8. 남도 성지순례 3, 하동 용화사 관오스님
9. 남도 성지순례 4, 하동 쌍계사
10. 남도 성지순례 5, 구례 연곡사
11. 남도 성지순례 6, 구례 사성암
12. 남도 성지순례 7, 구례 봉명암 혜월스님
13. 천장사 송년다회
14. 천장사 새해맞이 템플스테이
15. 수덕사 동안거 해제법회와 암자순례
16. 2016년 서울국제불교박람회 관람
17. 2016년 해미읍성연등축제
18. 시골절의 빛나는 부처님오신날
19. 작은 사부대중모임
20. “그 동안 행복했었다”허정스님과 함께 한 마지막 일요법회
21. 불타는 염궁선원
22. 폐허의 염궁선원을 보니
23. 2016년 천장사 송년법회
24. 스님들과 신도들의 상견례
25. 한국불교의 미래에 대한 토론
26. 미얀마에서 온 메세지
27. 능인37기 법우모임의 천장사 순례
28. 중현스님 상견례
29. 제비바위에서 낙조를
30. 천장사 가을밤 달빛정진
31. 절의 주인은 누구일까?
32. 하안거 반철 소참법회
33. 2023년 입춘법회
34. 방생법회 가는 날
35. 사람을 살리는 금강 방생법회
36. 강경 젓갈 특산품 매장과 금강 유채꽃 축제
37. 성주사지 주춧돌 명상
38. 우정어린 부처님오신날
39. 존중하면 존중 받는다
40. 천장사 달빛음악회
41. 2024년 입춘법회
책 제목을 천장사 일요법회라고 정했다. 이름을 이렇게 정한 데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하나의 사건에서 기인된다. 그 사건이 없었다면 아마 오늘날 천장사 일요법회는 존속하지 않았으리라고 본다.
목차를 보면 20번 항목에 ‘“그 동안 행복했었다”허정스님과 함께 한 마지막 일요법회’라는 글이 있다. 이 글을 작성한 시기는 2016년 10월 17일이다. 그때 어떤 일이 있었는가? 천장사 주지 허정스님이 천장사를 떠난 날이었다.
허정스님이 천장사를 떠난 날 참으로 음울했다. 종단에 쓴소리를 한다고 하여 주지 연임이 좌절 된 것이다. 그에 따라 마지막 법회를 했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앞으로 일요법회는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천장사 일요법회는 허정스님이 만들었다. 허정스님이 2012년 주지로 취임하고 나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인도 푸나 대학에서 유학하고 돌아 온 허정스님은 교학에 대하여 깊이가 있었다. 이에 일요법회를 열어서 토론식으로 법회를 진행했다.
허정스님 주지 재임 4년은 참으로 꿈과 같은 시간이었다. 매주 일요일 법회를 하고 법회를 끝나면 주변 사찰로 순례를 다녔다. 서산, 홍성, 당진은 물론 서울 등 멀리서 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처첨 스님과 신도들의 끈끈한 유대관계는 영원히 계속될 줄 알았다. 그러나 오래 가지 않았다. 마침내 그날이 온 것이다.
일요법회 멤버들은 따로 모였다. 천장사 인근 식당에서 앞으로 진로에 대하여 의견을 나누었다. 갖가지 의견이 있었다. 스님이 떠난 마당에 천장사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제3의 장소에서 따로 법회를 가지자는 의견도 있었다. 이렇게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을 때 일요법회 회장이 “천장사의 주인은 신도입니다.”라고 말했다. 이 말 한마디에 상황은 정리되었다. 천장사에 계속 다니기로 한 것이다.
엠비시절 “다스는 누구겁니까?”라는 물음이 있었다. 똑 같은 형식으로 “천장사는 누구겁니까?”라고 물을 수 있다. 당연히 천장사는 승가의 것이다. 더 자세하게 말하면 사방승가의 것이고 현전승가의 것이다. 그러나 좀더 근원적으로 따져 가면 사부대중의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신도들의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어느 절이든지 소유자가 있다. 설령 법적인 소유자는 없다고 할지라도 묵시적 소유자는 있는 것이다. 어쩌면 회주스님이 절의 소유자인지 모른다. 주지를 임명하고 절의 운영과 재정에 관여하기 때문이다.
절의 운영자는 주지스님이다. 그런데 주지스님은 자주 바뀐다는 것이다. 임기제로 되어 있어서 임기가 끝나면 다른 곳으로 간다. 임기 중에 그만 두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본다면 스님은 마치 객과 같다.
어느 절이든지 신도가 있다. 오래된 절일수록 오랜 신도들이 있다. 천장사도 예외가 아니다. 절에 60년 다닌 노보살이 산 역사이다. 노보살들은 회주스님 이전에도 있었고 주지스님이 바뀌어도 있었다. 이런 노보살들이 어쩌면 진정한 천장사의 주인인지 모른다. 그래서 마지막 날에 “스님들이 오고 가지만 지역에 사는 불자들은 천장사를 지금까지 지켜 왔다. 천장사에 다니는 불자들 역시 마찬가지 일 것이다. 천장사는 신도들의 것이다. 앞으로도 일요법회는 계속될 것이다.”(2016-10-17)라고 써 놓았다.
천장사 일요법회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주지스님이 바뀌어도 일요법회는 존속되어 왔다. 이렇게 일요법회가 살아 남은 것은 신도회 회장의 역할이 크다. 그날 마지막 날 일요법회 때 “천장사의 주인인 신도들 것입니다. 우리 절을 놔두고 어디로 갑니까?”라는 취지로 말한 것이 오늘날까지 일요법회가 지속된 것 같다.
안양에서 천장사까지는 먼 거리이다. 거리가 멀어서 자주 다니지는 못했다. 부처님오신날이나 입춘법회 등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 참석했다. 이를 모두 기록으로 남겼다. 마침내 시절인연이 되어서 한권의 책으로 나오게 되었다. 이런 것도 천장사의 살아 있는 역사가 될 것이다.
2024-02-17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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