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이 혐오의 대상? 비산동 e-편한세상과 비웅사, 님비현상인가 종교탄압인가
무엇을 잘못 했길래
도시에서 사찰구경 하기가 힘들다. 보이는 것은 온통 교회와 드문 드문 보이는 성당 뿐이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 신도시에서 매우 심한 현상이다. 이렇게 절 보기가 힘든 수도권 도시 중의 하나인 ‘안양’에서 전에 보지 못하던 광경을 하나 목격 하였다.
어느 아파트 단지 입구에 플레카드가 걸려 있는 것이다. 그 플레카드에는 “원상복구만이 살길이다. 즉각철거 하라” 라는 문구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명의로 쓰여 있었다. 도대체 무엇을 원상복구 하고, 무엇을 철거 하란 말인가.
안양시 비산동 e-편한세상 아파트 단지 입구에 붙어 있는 플레카드
또 다른 플레카드를 보니 “염불대신 절간확장이 왠말이냐! 비웅사는 각성 하라”라고 쓰여 있다. 그리고 “알박기로 부자 되니 부처도 안보이냐”라는 문구도 보인다.
비웅사라는 절이 무엇을 잘못 했길래 아파트 관리소도 아니고 그렇다고 부녀회도 아닌 ‘입주자대표회의’ 라는 곳에서 플레카드를 걸어 놓은 것일까.
사찰이 알박기 했다고 표현 하고 있다.
일주문 형태의 문을 철거하라는 플레카드이다.
비웅사는 안양시 비산3동에 있는 조계종 소속 사찰이다. 평소 지나다니면서 유심히 보는 절이다. 절 보기가 힘든 도시에서 여법한 단독 건물에 현대식 시설을 갖춘 보기 드문 사찰 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몇 주전 절의 입구에 공사를 하고 있는 장면이 목격 되었다. 절을 상징 하는 일주문 형태의 건축물을 부착하고 있었던 것이다. 예정 대로 라면 기와도 올리고 단청도 하여 절집의 이미지를 보여 주어야 하나 공사는 중단 되었다.
아파트 단지 입구에 있는 비웅사
그런데 어는 날 아파트 입구에 난데 없는 “이웃과의 불화가 부처의 가르침이더냐?” 등의 플레카드가 붙어 있었던 것이다.
집값 떨어질까봐?
비웅사는 도대체 무엇을 잘못한 것일까. 아무리생각해도 일주문 형태의 입구를 만든 것 밖에 없는데 그것을 문제 삼은 것은 아닐까. 그 일주문에다 ‘울긋불긋’ 단청을 하게 될 것이 못 마땅한 것은 아닐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 원인 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단청이 있는 절이 아파트 입구에 버티고 있으니 ‘집값 떨어지는’ 것을 걱정 하여 플레카드가 나부끼는 것으로 밖에 이해가 되지 않는 다는 것이다.
문제의 일주문 형태의 문
비웅사가 아파트 보다 늦게 생겨 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비웅사가 지역사회에 피해를 준 것도 없는 데 갑자기 ‘절간확장’이니 ‘알박기’이니 하는 용어가 등장 하는 것이 예사로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도 입주자대표회의 라는 조직을 만들어 압력을 행사 하는 것으로 보아 ‘님비’ 현상 그 이상의 그 무엇인가가 느껴 진다는 것이다.
비산동 e-편한세상 아파트와 비웅사 전경
수도권의 어느 도시이든지 개발 바람이 거세다. 멀쩡한 아파트를 허물어 버리고 그 자리에 타워형 고급아파트가 들어서는 가 하면, 재개발이라 하여 기존의 낡은 주택을 허물고 그 자리에 브랜드가 있는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이 보통이다. 비웅사가 있는 아파트도 그런 케이스이다.
지난 2006년에서 2008년까지 아파트 거품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오래되고 낡은 주택을 허물어 그 위에 건설된 아파트가 문제의 ‘비산동 e-편한세상’ 아파트 단지이다.
그 때 당시 헐릴 위기에 놓은 절이 하나 있었는데 건설사에서 배려를 하였는지 아파트가 들어설 입구에 다시 지어졌다. 그 절이 비웅사이다. 지을 때 보니 다른 절과 달리 전통식이 아닌 현대식 건물을 지었다. 나중에 지붕을 올리긴 하였으나 누구도 문제삼지 않았다.
그런데 2008년 부터 아파트 입주가 시작 되고 나서 이번에 일주문 형태의 문을 건립하자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 라는 곳에서 철거를 요청한 것이다. 그 것을 두고 ‘주민과의 불화’라는 표현을 썻고 심지어 ‘알박기’라고 까지 말한 것이다.
님비(Nimby)현상이라는 말이 있다. “내 뒷마당에서는 안된다(not in my backyard)”라는 영어의 약어에서 따온 말인 님비는 지역이기주의를 뜻하는 신조어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장애인시설, 쓰레기 소각장, 하수처리장, 화장장, 핵폐기물과 같은 공공시설물을 자신들이 사는 지역에 설치 하는 것을 반대하는 지역주민들의 ‘집단이기주의’로 사회문제가 된 바 있다.
그런 님비 현상을 이곳 비산동 e-편한세상아파트에서도 볼 수 있었다. 대상은 장애인시설이나 화장장 같은 공공시설이 아닌 ‘종교시설’에 대해서라는 것이다. 그것도 가물에 콩나듯 어쩌다가 하나 있는 사찰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아파트 보다 먼저 건립된 사찰에서 일주문 형식의 문을 하나 내는 것에 대하여 철거를 요청 한다는 것은 님비현상을 넘어서 어쩌면 ‘종교탄’압에 가깝다는 것이다.
교회나 성당은 되고, 절은 안되고
절에서 문을 하나 새로 달아서 기와를 올리고 단청을 하는 것이 못 마땅 하여 ‘혐오’시설로 여겨 철거를 요청 한다면 교회나 성당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도시에 널려 있는 것이 교회인데, 어느 교회에서든지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현상은 예수가 그려진 커다란 그림이다. 예수가 아이들과 함께 있거나 길잃은 양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성당과 같은 경우 첨탑 꼭대기에 동상형태의 조형물이 세워져 있기도 하다.
대부분의 교회의 외부에 예수그림을 그려 놓거나 걸게그림을 붙여 놓고 있다.
성당의 경우 가장 높은 곳에 예수 또는 성인들의 조형물이 설치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만일 도시의 사찰에서 관세음보살을 벽면에 커다랗게 그려 놓았다거나, 걸게 그림을 걸어 놓았다면 어땠을까. 또 석가여래입상을 사찰 옥상에 커다랗게 조성해 놓았다면 어땠을 까. 아마도 타종교에서 당장 철거 요청이 들어 왔을 것이다. 그리고 미신행위를 하고 우상숭배를 한다고 하여 데모를 벌였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비웅사가 벽에 관세음보살 그림을 그려 놓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건물 옥상에 불상을 조성해 놓은 것도 아니라, 단지 입구에 일주문 형태의 문하나 다는 것에 대하여 철거를 요청 한다면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할 까.
흔히 하는 말 중에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며 로맨스”라는 말이 있다. 교회에서 예수가 들어간 그림을 커다랗게 교회밖에 붙여 놓거나 성당에서 예수조형상을 높은 곳에 설치하여 누구나 보게 하는 것은 되고, 절에서 관세음보살을 밖에 걸어 놓거나 불상을 옥상에 조성해 놓은 것은 안되는 것일까.
더구나 문에 관세음보살을 그려 놓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불상을 조성해 놓은 것이 아니라 단지 기와 올리고 단청을 하는 것이 철거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 한다면 이는 아파트 값이 떨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님비현상인가 아니면 님비현상을 가장한 종교탄압 행위인가.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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