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블로그만들기를 권한 교황, 현실을 외면하는 종단과 스님

담마다사 이병욱 2011. 4. 5. 23:17

 

 

 

블로그만들기를 권한 교황, 현실을 외면하는 종단과 스님

 

 

가르침에 목말라하지만

 

정보통신과 인터넷시대에 네트워크만 깔려 있으면 누구나 불특정 다수와 소통할 수 있는 시대이다. 그런 소통수단으로서 최근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네트워크도 있고, 아이폰이나 아이팟등을 통해서도 가능하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아낼 수 있는 것으로서 블로그나 카페가 여전히 인기가 있다.

 

불자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에 목말라 한다. 하지만 사람사는 곳에 절이 없다보니 책이나 신문, 방송등을 통해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접한다. 그러나 인터넷시대에 접어들면서 블로그나 카페, 지식, 토론사이트, 검색을 통해서도 부처님의 가르침을 접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특히 스님이 운영하는 사이트에 대하여 불자들은 무한한 신뢰를 보내는데, 문제는 그런 사이트를 찾아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설령 사이트를 열어 놓았다 할지라도 지속적으로 관리가 되지 않은 곳이 수두룩하다.

 

매일 문안인사하였지만

 

스님이 운영하는 블로그가 하나 있었다. 지리산에서 일종식만 하며 수행하는 젊은 비구니 스님들 이야기이었다. 올려진 글을 보면 마치 전문서적이나 논문을 읽는 것 처럼 짜임새가 있을 뿐만 아니라 해박한 불교지식과 유려한 문체를 사용하여 일상적인 수행이야기를 풀어 써 놓은 글은 읽는 맛을 느끼게 해 주었다. 그래서 즐겨찾기에 등록해 놓고 매일 문안인사드리다시피 찾아 갔었다.

 

그런데 글이 자주 올라오지 않는 것이었다. 어쩌다가 올라온 글을 보면 마치 가뭄에 단비처럼 반가웠지만 어느 때는 한달이상 올라오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매일 문안드리러 갔지만 한달이 가도, 두달이 가도, 세달이 가도 새로운 글이 올라오지 않자 자연스럽게 관심에서 멀어지고, 육개월째가 지나자 즐겨찾기에서 삭제하였다.

 

그렇게 일년이 지난 어느 때 불교관련 카페에서 어떤 책에 대한 광고를 보게 되었다. 책소개에 대한 글을 보니 블로그를 운영하던 스님들이 쓴 책이었다. 거의 일년 가까이 블로그에 글이 올라오지 않은 대신 세상에 책으로 내어 놓은 것이다.

 

그런데 그 책에 대한 광고성 글은 유명카페 뿐만아니라 블로그나 토론사이트, 심지어 각 사찰의 홈페이지에 있는 자유게시판에서도 볼 수 있었다.

 

비공개로 전환된 블로그

 

역시 스님이 운영하는 블로그가 하나 또 있었다. 외국에서 초기불교를 공부하고 온 스님이 만든 블로그인데 초기불교를 공부하는 불자들에게 매우 좋은 자료가 많았다.

 

각종초기경전을 체계적으로 분류하여 올려 놓았는가 하면 각종논문도 다수 올려 놓아서 공부하는 분위기를 알 수 있게 해 주었다. 이외 불교음악에 대한 관심도 많아서 빠알리어로 된 게송을 우리말로 번역해 놓기도 하고, 음악을 통하여 수행을 하는 방법도 설명하고 있었다.

 

이렇게 정성을 들여서 혼신의 힘으로 만든 블로그이었지만 퍼 갈 수 없게 되어 있었다. 스크랩은 가능하지만 오른쪽마우스버튼을 막아 놓은 것이다. 그래서 이에 대한 허용을 요구하는 글을 남겼다. 하지만 스님은 외국의 예를 들며 남의 글을 퍼가는 것은 범죄행위와 같다고 설명하였다.

 

이후 어찌 된 일인지 스님의 블로그는 비공개로 전환되어 들어갈 수 없게 되었다.

 

블로그만들기를 권한 교황

 

작년 로마교황청의 교황인 베네딕토 16가 사제들에게 블로그를 만들어 복음전파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로이터통신으로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2011 1 23일 발표한 천주교 세계 소통의 날(World Day of Communication)기념 메세지에서 “성직자들은 새로운 시대의 문턱에 서 있다”며 “현대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제공하는 독특한 가능성을 잘 이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교황 베네딕토 16세

사진 http://news.hankooki.com/lpage/world/201001/h2010012422383522530.htm

  

 

복음을 전파하는데 있어서 전통적인 수단도 중요하지만 날로 발전하고 있는 이미지, 영상, 애니메이션, 블로그, 웹사이트 등 시청각 수단의 최신 기술을 적극 활용하여 좀 더 젊은 세대에 가까이 다가 갈 것을 특별주문했다는 것이다.

 

가장 보수적이라는 천주교에서 그것도 교황이 직접나서서 사제들에게 블로그를 만들어 활동할 것을 말했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 이는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의 종정스님이 각 스님들에게 모두 블로그를 만들어 소통하라는 것과 같은 말로 들린다. 하지만 불립문자를 표방하고 말이나 글보다 뜻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선종의 전통이 강한 한국불교에서 과연 교황의 발언과 같은 내용이 나올 수 있을까.

 

만해 한용운스님이 지금 계시다면

 

100년전 만해 한용운스님은 조선불교유신론에서 포교의 중요성에 대하여 언급하였다. 포교가 부진한 이유가 불교의 세력이 부진한 탓이라 하였고, 이런 세력의 부진은 가르침이 포교되지 않은 것에 가장 큰 이유가 있다고 하였다.

 

그래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파하기 위하여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사용하여야 한다고 하였는데, 포교의 방법으로서 연설, 신문이나 잡지에 기고, 역경, 자선사업을 할 것을 제시하였다. 이런 방법이 100년전인 1910년 당시에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하지만 오늘날은 100년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르다.

 

요즘 가정과 직장, 현장에는 네트워크가 연결되어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디에서든지 접속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리고 현실세계와 사이버세계를 오가며 사는 것이 일상화되었다. 만일 한용운스님이 1910당시에서 100년후인 지금 이시점에 와 계신다면 무슨말을 할까. 아마도 틀림없이 인터넷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했을 것이다. 또 스님들에게 모두 블로그를 만들어 하루에 한편씩 글을 쓰라고 특별주문했을 것임에 틀림없다.

 

인터넷포교에 거종단적으로

 

만해 한용운스님이 조선불교유신론이 나온지 백년이 되지만 그 때 당시 지적된 문제점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래서일까 백년동안 뜻 있는 출재가들이 여러차례 불교유신론의 정신을 기리는 각종 제안을 하였다.

 

그런 제안 중에 작년 미황사의 주지인 금강스님은 “21세기 한국불교유신론을 제창한다라는 글을 통하여 조선불교유신론 집필 100주년 기념식에서 발표하였다고 불교관련 인터넷신문에서 보도 하였다. 그 내용 중에 스님은 인터넷을 활용한 포교방법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인터넷 시대에 맞는 포교에 종단이 거종단적으로 나서야 한다. 인터넷 인구가 전체 인구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현실, 인터넷 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 불교의 현실에 대한 심각한 자각이 있어야 한다.

인터넷을 포기하는 것은 어린 불자, 청년불자, 젊은 불자, 장년불자, 일부 노인불자를 포기한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시대를 앞서가지는 못할망정, 따라가는 시늉은 해야 하지 않겠는가.

(21세기 한국불교유신론을 제창한다, 금강-대중결사 사무총장·미황사 주지)

 

 

인터넷포교에 종단이 거종단적으로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부분의 국민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고, 매일 현실과 사이버세상을 넘나들고 있는 현실에서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고 등한시 한다는 것은 스스로 포교하기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언제까지 현실을 외면할 것인가

 

같은 말이라도 머리를 기른 재가수행자가 백마디 하는 것 보다 출가수행자가 한마디하는 것이 더 먹혀 들어가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출가수행자들이 블로그를 만들어 매일 글을 쓰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파한다면 가르침에 목말라하는 불자들에게 매우 좋은 법보시될 것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 자체를 시간낭비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을 수 있고, 또 돈도 안되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블로그에 글을 쓰는 대신 을 내려 하는 것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또 블로그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모든 이들에게 오픈하는 것이 아니라 퍼갈 수 없도록 만들어 놓는다거나 비공개로 전환하는 경우 블로그를 단지 자료보관창고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블로그라는 것이 있는 줄 조차 모르고 있다면 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비교적 보수적이라는 소리를 듣는 천주교마저 최고의 수장인 교황이 직접나서서 사제들에게 블로그갖기를 독려했다고 한다. 이러 마당에 종단과 스님들은 언제까지 현실을 외면할 것인가.

 

 

2011-04-05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