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마의 거울

마음속의 보배 라따나경(Ratana sutta, 보배경, 寶石經)을 외우고

담마다사 이병욱 2011. 6. 8. 17:06

 

 

 

마음속의 보배 라따나경(Ratana sutta, 보배경, 寶石經)을 외우고

 

 

 

 

오늘부로 라따나경(Ratana sutta, 보배경, 보석경)’을 다 외웠다. 이른 아침 잠에서 깨어 맑은 정신으로 라따나경의 게송1번 부터 암송하기 시작하여 게송17번까지 모두 모두 외웠을 때 마음속으로 다 외웠음을 스스로인정하였다. 이제부터 잊어 버리지 않기 위하여 틈만 나면 암송해야 한다.

 

라따나경을 외면서 환희심을 맛 보았다. 그것은 다름아닌 결국 해 냈다라는 뿌듯한 성취감이다. 마치 난공불락과 같은 철옹성을 무너뜨린 느낌이다. 그렇게 어렵게 외운 라따나경은 우리말로 된 것도 아니고 한문으로 된 것도 아닌 부처님당시의 언어인 빠알리어(Pāli)’로 된 것이다.

 

빠알리어 라따나경은 한문경전보다 외우기가 더 어려웠다. 뜻을 정확하게 모르니 우격다짐으로, 생짜로, 다짜고짜로, 막무가내로, 무대뽀로, 무식하게 외울 수 밖에 없었다. 중국여행을 가기 위하여 리무진버스를 탈 때 부터 외우기 시작하여 꼭 3주만의 일이다.  

 

외우는 방법

 

그런 라따나경의 분량은 얼마나 될까. 17번 게송까지 우리말로 된 것을 세어보니 경의 이름을 포함하여 총 1,009자이다. 이는 260자의 반야심경보다 3.8배 많고, 1300여자의 천수경에 약 3/4정도에 이르는 숫자이다. 독송시간은 얼마나 걸릴까. 

 

천수경의 경우 독송이 약 13분에서 15분정도 걸린다. 그렇다면 1,009자의 라따나경 독송은 얼마나 걸릴까. 스리랑카 비구의 챈팅을 보면 약7분 정도 소요된다.

 

 

 

 

 

스리랑카 불자들의 라따나경 챈팅

  

 

 

경을 외우면서 무대뽀로 외우기는 하였으나 그 뜻을 알며 외우려고 노력하였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번역문을 구해야 한다. 처음에 출처불명의 한국어 번역문으로 시작 하였다. 그러나 의역이 심하게 되어 있어서 중도에 접어두고, 대신 원문의 뜻을 가장 잘 살려 번역하였다고 평가되는 전재성박사의 번역문을 참고 하였다.

 

 

 

보배경(ratana sutta) 전문.docx 

보배경(ratana sutta) 전문.pdf

 

 

 

전박사의 번역문은 대체적으로 구절마다 일대일대응이 잘 되어 있다. 따라서 빠알리어 단어를 모르는 것이 있더라도 구절을 통하여 내용을 알 수 있었다. 그래도 내용이 파악이 어려운 경우 영문판을 활용하였다. 검색을 통하여 원문과 거의 일대일 대응되는 번역판을 확보 할 수 있었다.

 

 

 

ratanasutta-english.pdf

 

 

 

 

빠알리어를 모르니 국문과 영문번역문을 보아도 파악 할 수 없는 단어가 많았다.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외우는 것도 한계가 있어서 각 게송의 첫 구절을 먼저 외웠다. 6번 게송의 경우 ‘48배의 성자에 관한 내용인데, 첫 구절은 “Ye puggalā aṭṭhasata pasatthā(예 뿍갈라- 앗타사땅 빠삿타-)”이다. 이런식으로 각각의 게송의 첫구절을 다 외우고 나서 개별게송을 외우는 식이다. 이런 방법은 매우 효과적이었다.

 

만일 그렇게 하지 않고 무작정외우다 보면 밑도 끝도 없이 해매이면서 시간도 오래걸릴 것 같았다. 하지만 각 게송의 첫 구절을 외워 놓은면 나머지는 자동적으로 따라 나오기 때문에 대단히 만족스런 결과를 얻었다.

 

라따나경을 외기 위하여 갖은 방법을 다 썻는데, 그 중에 하나가 암기 프린트물을 만드는 것이었다. 6페이지에 달하는 프린트물을 사무실에 하나 두고, 또 차에 하나 두고, 집에도  하나 두었다. 그래서 외다 막히면 들여다 보곤 하였다.

 

그런데, 보행중이거나 전철을 탈 때 대책이 없었다. 그래서 수첩에 넣어가지고 다닐 수 있는 포켓용을 만들었다. 자주 들여다 보아야 하므로 찢어지지 않도록 투명테이프를 부착하였다. 이런 방법 또한 대단한 효과를 가져왔다. 걷는동안이나 전철안에서 외울때 막히면 슬쩍꺼내보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외다보면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게 목적지에 도착하곤 하였다.

 

 

 

 

 

 

 

외우게 된 동기

 

빠알리어로 된 라따나경을 어렵게 외웠다. 천수경에 들어 있는 산스크리트어 신묘장구대다라니를 외울 때 처럼 남감하기도 하였지만 외우고 나니 마치 큰 일을 이루어낸 듯한 기분이다. 그런 라따나경을 외우게 된 동기는 다음과 같다.

 

첫째, 라따나경은 부처님의 말씀이다.

 

이는 역사적으로 실존하였던 사캬무니 붓다를 말한다. 그런 부처님의 말씀은 초기경전에 기록되어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고층(古層)에 속한다는 숫따니빠따에 들어 있다. 따라서 라따나경은 부처님 제세시 부처님의 육성이 생생히 담겨 있는 경이라 볼 수 있다.

 

라따나경을 접하면 부처님당시 민중언어의 맛을 느낄 수 있다다. 경에서 “Tasmā hi bhūtā nisāmetha sabbe(따스마- 히 부-- 니사-메타 삽베, 모든 존재들은 귀를 기울이십시오)” 라고 하였을 때, 이는 부처님이 그 때 당시 언어로 말씀 하시는 것 같은 느낌을 갖는다는 것이다. 이런 빠알리어 문구는 금강경에서 한문으로 된須菩提於意云何(수보리어의운하, 수보리야 어떻게 생각하느냐)”와 비교 하였을 때 읽는 맛이 다른 것이다.

 

둘째, 라따나경은 예불문이다.

 

이는 테라와다불교전통에서 멧따경(Metta sutta, 자애경), 망갈라경(Mangala sutta, 행복경)등과 함께 예불의식에 사용되는 매우 중요한 경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반야심경이나 천수경과 같은 위치의 경이다. 따라서 누구나 외워야 할 경으로서 쿳다까파따(Kuddakapatha, 小誦經)에서 속해있기도 하다. 

 

쿳다까파타는 20페이지도 안되는 짧은 경 9개로 이루어져 있는데, 초심자들의 수련을 위한 가르침으로 편집된 것으로서 축복이나 예식의 독송용으로 사용된다.

 

 

셋째, 라따나경은 부처님의 근본가르침이 담겨 있다.

 

불교입문자나 초심자, 수련용, 독송용으로 사용되는 라따나경은 불교의 궁극적인 목표인 열반’에 대하여 여러차례 언급되고 있는데, 이는 부처님이 강조한 근본가르침이다.

 

그런 예로서 다음과 같은 사쌍팔배의 성자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Ye puggalā aṭṭhasata pasatthā Cattāri etāni yugāni honti,

(예 뿍갈라- 앗타사땅 빠삿타- 짯따-리 에따-니 유가-니 혼띠,)

 

네 쌍으로 여덟이 되는 사람들이 있어

(게송6)

 

 

또 성자가 되려면 유신견, 의심, 계금취를 타파해야 하는데, 그와 같은 내용이 다음과 같이 명기되어 있다.

 

 

Tayassu dhammā jahitā bhavanti Sakkāyadiṭṭhi vicikicchitañca

Sīlabbata vāpi yadatthi kiñci,

(따얏수 담마- 자히따- 바완띠 삭까-야딧티 위찌낏치딴짜 시-랍바땅 와-삐 야닷티 낀찌)

 

존재의 무리에 실체라는 견해 매사의 의심, 계행과 맹세에 대한 집착의 어떤 것이라도 그 세 가지의 상태는 즉시 소멸되고

(게송10)

 

 

이 뿐만아니라 게송11에는 신구의 삼업 “Kāyena vācā uda cetasā vā (-예나 와-- 우다 쩨따사- -, 신체와 언어와 정신으로)”에 대한 내용도 들어 있다.

 

그리고 결론에 해당하는 14번 게송에서는 “Nibbanti dhīrā yathāyampadīpo(닙반띠 디-- --얌빠디-, 현자들은 등불처럼 꺼져서 열반에 드시나니)”와 같은 내용이 있어서 라따나경이 말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가장 잘 표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경전암송과 삼매와의 관계는

 

다음으로 라따나경을 외움으로서 어떤 이득이 있을까.

 

대부분의 경전들이 경전을 공부하는 이득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다. 특히 대승경전이 그렇다. 금강경의 경우 수지독송공덕에 대하여 여러차례 언급하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경의 뜻이나 내용보다 오로지 수지독송공덕에 대하여 치우치게 되는 기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그런 현상의 절정이 아마도 신묘장구대다라니 독송일 것이다.

 

실제로 신묘장구대다라니 108독 철야기도 현장에 가 보면 경을 정독 하는 것이 아니라 숫자 채우기에 바쁘다. 따라서 자연히 속도가 빨라지게 되는데, 그 결과 무슨 말인지 모를 정도로 알아 듣기 힘들게 된다. 그 결과 독송회가 하나의 고행이 되어 버림을 알 수 있다. 이는 경의 내용이나 뜻을 모르고 단지 독송하는 공덕만 강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의 내용과 뜻을 음미하며 독송하면 마음집중과 희열과 행복과 평안을 느낄 수 있는데, 이번 라따나경을 외우면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경을 외우고 독송하는 것이 하나의 삼매수행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해피스님에게 글을 남겼더니 “경전을 외워 암송하는 것과 같이 볼 수 있다면 삼매에 드는 방법의 하나로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는 답을 주었다. , 경전을 암송하는 것 자체가 삼매가 아니고, 들은대로 배운대로 법을 자세하게 암송할 때라 한다.

 

그러면서 그에 대한 경전적 근거로서 해탈경(A5:26)을 들었다. 그렇다면 경전암송과 삼매에 관하여 어떤 내용이 있을까. 해탈경에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다시 비구들이여, 여기 스승이나 어떤 존중할 만한 동료 수행자가 법을 설하지도 않고, 그가 들은 대로 외운 대로 남들에게 자세히 법을 설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그는 들은 대로 외운 대로 법을 자세하게 암송한다. 비구가 들은 대로 외운 대로 법을 자세하게 암송할 때, 그는 그 법에 대해서 의미를 체득하고 법을 체득한다. 그가 [그 법의] 의미를 체득하고 법을 체득할 때 환희가 생긴다. 환희하는 자에게 희열이 생기고, 마음으로 희열을 느끼는 자의 몸은 경안하며, 몸이 경안한 자는 행복을 느끼고, 행복한 자는 마음이 삼매에 든다.”

(앙굿따라니까야, 해탈경 4번 게송)

 

 

  해탈 경.docx  해탈 경.pdf 

 

 

 

경을 암송할 때 그 의미를 알고 체득하면, 환희가 생긴다고 하였다. 그리고 희열이 생기고, 몸은 편안해지고 행복감을 느껴서 삼매에 든다고 하였다. 이는 내용을 알고 경을 외는 것과 모르고 외우는 것과의 차이일 것이다.

 

실제로 라따나경을 암송하는 과정에서 빠알리 그 자체는 모르지만 구절의 의미는 알 수 있었기 때문에 환희와 희열과 평안과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면으로 보았을 때 경을 외우고 암송한다는 그 자체는 하나의 삼매수행이라 볼 수 있다.

 

암송하면 장애를 극복할 수 있다

 

경의 의미를 알고 암송하면 마음이 편안해 진다. 그것은 마음이 한 곳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마음이 집중된 상태를 선정이라 하는데, 이를 빠알리어로 쟈나( jhāna)’ 라 한다마음이 집중되면 어떤 이득이 있을까. 일반적으로 5장애가 제거 된다고 한다. 그런 5장애는 어떤 것일까. 마하시사야도의 12연기 법문집의 주석서에 따르면 5장애는

 

 

감각적 욕망(kāmāchanda),

악의(vyāpāda),

해태와 혼침(thīna-middha),

④ 들뜸과 후회(uddhacca-kukucca),

⑤ 회의적 의심(vicikichā)

 

 

의 다섯 가지 장애(五蓋, pañca-nīvaraa)를 뜻하는데. 이는 삼매수행으로 억압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선정에 들어가면 5장애는 사라진다는 것이다.

 

경전을 외우고 암송하고, 경의 의미를 되새김하면 다섯가지 장애가 발생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선정과 5장애 대한 대치관계표를 보면 다음과 같다.

 

 

 

다섯 가지 선정[五種禪]와 다섯 가지 장애[五蓋]의 대치관계

다섯 가지 선정[五種禪]

다섯 가지 장애[五蓋]

일으킨 생각(, vitakka)

해태와 혼침(thīna-middha)

지속적인 고찰(, vicāra)

회의적 의심(vicikicchā)

희열(, piīti)

악의(vyāpāda)

행복(, sukha)

들뜸과 후회(uddhacca-kukucca)

집중(心一境, cittassekaggatā)

감각적 욕망(kāmāchanda)

출처; 마하시사야도의 초전법륜경 역주, 김한상 역

 

 

경의 의미를 알고 암송하였을 때 집중하기 때문에 감각적 욕망(탐심)이 일어날 틈이 없고, 또한 화를(악의) 낸다거나 미래에 대한 근거 없는 기대와 지나간 일에 대한 아쉬움(들뜸과 후회), 권태나 지겨움(해태와 혼침)등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경을 암송하고 있는 순간은 행복한 것이다.

 

한 번 외운 공덕의 효과

 

누구나 삼매에 들어 갈 수 있다. 바느질 하는 것도 삼매이고, 독서하는 것도 삼매이다. 일하는 것도 삼매이고, 108배 하는 것도 삼매이다. 또 사경하는 것도 삼매이다. 물론 참선하는 것도 삼매이다. 이런 삼매의 특징은 5장애를 극복하게 해 준다는 것이다. 무언가 몰두 하고 있을 동안 권태나 후회, 욕심등이 일어 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마음이 한 순간에 하나의 일 밖에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로지 하나의 목표에 집중하면 그 순간만큼 마음이 다른 일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 순간을 지속시켰을 때 다섯가지 장애가 일어날 수 없다는 말과 같다.

 

그런 삼매중에 경을 독송하는 삼매야말로 가장 수승한 삼매가 아닐까 생각한다. 왜냐하면 언제든지 삼매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경을 외워야 할 것이다. 경을 볼 때만 알고, 들을 때만 아는 일회성 아니라 하루 종일 아는 것이다. 

  

갑자기 옛날일이 생각나 후회나 회한의 감정이 생겼을 때 이미 외워 놓은 경을 내용과 함께 천천히 음미하며 암송할 때 후회와 회환의 마음은 달아나 버린다. 감당하지 못할 권태를 느낄 때, 심심해서 할 일이 없을 때온 갖 생각이 폭풍처럼 일어날 때 마다 경을 천천히 암송하면 장애를 느끼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희열과 행복과 평안을 맛 볼 수 있는데, 한 번 외운 공덕 치고는 매우 과분한 것이라 생각된다.

 

가장 소중한 보물

 

라따나경을 안지 5년 되었다. 2007년 음성공양형태로 전세계의 불교음악을 검색하여 올리기 시작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이미우이(Imee Ooi, 黃慧音)의 라따나경을 알게 되었다. 누가 가르쳐 준 것이 아니라 검색을 통하여 스스로 알게 된 것이다.

 

이후 십 수 차례 라따나경에 관한 글을 블로그에 올렸는데, 막상 외우지 못하였다. 아무리 좋은 음악도 내용을 알고 들으면 더 좋다. 그러나 더 좋은 것은 암송하고 즐기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경도 책을 볼 때만 아는 것과 하루종일 아는 것과는 다르다. 그래서 외우기로 작정한 것이다.

 

한 번 외워 놓으면 평생간다. 이는 가수들이 자신의 히트곡을 평생 써 먹는 것과 같다. 마찬가지로 경도 한 번 외워 놓으면 평생자신의 것이 될 것이기 때문에 평생재산이나 다름없다. 그런 면으로 보았을 때 경전 외우기는 무형의 재산과 같다.

 

맛있는 음식도 한 번 먹으면 똥으로 나오고,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언젠가는 다 없어지고, 건강 또한 병이 나는 것으로 종결되지만. 한 번 외워 놓은 경은  평생간다. 따라서 경전암송은 닳아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암송하면 할 수록 이득이 있기 때문에 마음속의 가장 소중한 보물이나 다름 없다.

 

 

2011-06-08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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