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불교방송은 기복백화점인가

담마다사 이병욱 2011. 7. 19. 11:30

 

 

 

불교방송은 기복백화점인가

 

 

 

 

매일 아침 듣는 불교방송에 변화가 생겼다. 아침 6시 쯤 광고방송하나가 사라진 것이다. 그 광고방송은 무려 5년이나 같은 시간대에 하루도 빠짐없이 계속되었다. 그래서 광고멘트를 다 외울정도가 되었다. 그런데 7월 들어서 갑자기 들리지 않는 것이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불교방송을 애청하는 불자라면 아침 6시경에 누구나 들어 보았을 것이다. 그것은광주 대원정사 불사광고이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광고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는데, 이를 확실하게 알게 해 준곳은 인터넷 매체의 기사를 보고 나서이다.

 

호남지방의 불교소식을 전하는 불교타임즈라는 블로그형태의 매체에서 전하는 기사에 따르면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대웅전이 화재가 난 후 전국의 많은 불자들의 성원과 따가운 일침도 있었다. 오늘 완공된 대웅전은 많은 분들의 노고로 완공되었다

(불교타임즈, 광주대원정사, 화재의 아픔이겨내고 복원불사 회향)

 

 

 

 

 

 

 

광주대원정사

대웅전 복원과  삼존불·탱화점안법회가 2011 7 2일 봉행되었다.

사진 : 불교

 

 

 

대원정사 주지 일화스님의 말이다. 전국의 많은 불자들의 성원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는데, 이것이 매일 아침 불교방송을 통하여 복원불사에 동참하는 광고에 대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참고로 광주대원정사는 지난 2007 6월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로 대웅전이 소실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이듬해인 2008 4월 복원 공사를 시작으로 만 2년만인 2010 4월 완공되었다고 한다.

 

 

 

 

 

 

 

대웅전복원

2008 4월 복원 공사를 시작으로 만 2년만인 2010 4월 완공되었다.

 

 

 

광고는 아마도 복원공사가 시작 되기 이전에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다. 2007년 부터 동참을 호소하는 광고를 시작하여 올해까지 무려 5년간 고정시간대에 광고를 내 보낸 것이다. 이런 광고를 청취자들은 꼼짝없이 들어야 했다.

 

어떤 내용이길레

 

한 두 달도 아니고 마치 전세낸 것처럼 무려 5년간 내보낸 광고의 멘트는 어떤 것일까. 가장 많이 듣던 멘트중의 하나는 다음과 같다.

 

 

광주 대원정사는 전통사찰 지정을 앞두고 갑작스런 화재로 대웅전이 전소되었습니다.

부처님의 가피아래 대웅전을 복원중이오나 역부족입니다.

화재당시 부처님은 화현하시어“승진, 합격, 사업, 병에서 치유등 소망을 성취해 주리라“ 수기를 주시고, 소망을 잘 성취해 주신 부처님으로 유명합니다.

“ 소망을 성취해 주리라”수기 주신 부처님과 함께하는 천일기도에 많이 동참하시어 모든 소원을 다 이루시길 발원합니다.

천일기도 입재는 매월 음력 초하루에 있으며 하루 빨리 대웅전이 복원될 수 있도록 대웅전 불사에도 힘을 모아 주시기를 기원합니다.

 

출처 : 행복한 불자들의 모임, 대원정사

 

 

위 글은 대원정사 카페에서 가져온 글이다. 불교방송애청자라면 이 멘트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지난 5년간 들었을 것이다.

 

라디오 앵벌이같다

 

처음 이 광고방송이 나왔을 때 돕고 마음이 들고 싶을 정도이었다. 불교의 불모지나 다름 없는 호남지역에서 고군분투하다 갑작스런 화재로 터전을 잃었다니 호남불교의 위기로 보였고, 더구나 복원을 하는 데 있어서 역부족이라고 호소하는 것을 들으니, 방송을 듣는 불자라면 누구라도 도와 주고 싶은 마음이 들정도 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방송을 한 두달 하는 것도 아니고 무려 5년간 동일한 멘트의 방송을 듣다 보니 짜증이 나는 것이었다. 그래서 작년에 글을 하나 썼는데, 광주 대원정사 부처님은 생불산에 화현 하시어…”불교방송은 라는 글이었다.

 

이후로 몇 번 광고방송에 대해서 글을 작성하였는데 라디오 앵벌이같다라는 표현도 사용하였다. 그래서일까 이번 복원불사 회향법문에서 따가운 일침도 있었다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 같다.

 

끊임 없는 불사(佛事)광고

 

복원불사광고방송을 들으면서 느낀 점은 멘트의 내용이 마치 기복백화점을 보는 것 같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식의 기복불교는 대원정사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거의 대부분의 사찰에서 매일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멘트 중에 광주대원정사 부처님은 화재 당시 화현하였다고  하였고, 그 때 승진, 합격, 사업, 병에서 치유등 소망을 성취해

주리라수기를 주었다고 표현 하고 있다.

 

수기(受記)란 무엇일까. 수기의 사전적 의미는 부처로 부터 내생에 부처가 되리라 예언을 받음이라고 되어 있다. 이런 수기의 대표적 장면이 연등불로 부터 수기를 받는 보살로서의 부처님이 떠오른다. 그런데 부처가 되리라는 수기가 승진, 합격, 사업, 병의 치유와 같은 소망성취용으로 변질 되었다는 것이다.

 

광주대원정사는 화재가 난 이후 복원공사를 개시한 이래 만 2년 만인 2010 4월에 대웅전을 복원하였다고 한다. 그렇다고 하여 광고방송이 나가지 않은 것이 아니다. 그 이후도 광고를 계속 내 보냈는데, 이제 후불탱화와 같은 내부에 사용될 불화와  단청등에 광고를 내보내는 것이었다. 아직도 불사가 끝나지 않은 것이다.

 

기복의 진수, 신묘장구대라니철야기도

 

그런 와중에 불교방송에서 신묘장구대다라니 철야기도가 대원정사에서 열린다고 광고방송이 나왔다. 그 멘트를 보면 다음과 같다.

 

 

불교방송에서는 오는 9 11일 토요일 오전 10시 광주광역시 대원정사로 신묘장구대다라니 주력 철야정진 기도를 떠납니다. 광주 대원정사 약 60년전 창건한 사찰로 대한불교 조계종 제 22교구 해남 대홍사 말사 로 전 교육 원장이신 암도 큰스님이 회주로 계신 사찰이며 상좌이신 일화 스님이 주지 를 맡고 있습니다. 대원정사는 부부화목과 사업성취의 가피를 주신다는 와불인 불태산, 세분의 귀인이 돕 는다는 삼인산, 삼재팔난을 막아주고 복이 흩어지지 않게 한다는 병풍산, 장애를 없애주 고 속히 소망을 이루어 주게 한다는 추월산등 4개 명산을 바라보고 있고, 뒤 산은 기도 하는 사람에게는 하나도 기도소리를 빼지 않고 들으시고 기도를 성취해 주신 부처님이 상주하여 계신다는 생불산이 있습니다. 이처럼 대원정사는 앞산, 뒷산이 모두 부처님 산으로 장엄한 기도 성취가 분명한 화현 기도 영험도량입니다. 대원정사는 대웅전 화재 당시 법당에 모시고 있던 부처님, 문수보살, 관세음보살, 지장 보살이 불에 타고 있을때 불가사의한 기적을 일으시키며 생불산에 화현하시어소망을 성취해 주리라수기를 주신 세계유일 화현수기 도량으로 기도하는 사람들마다 기도 성 취가 분명히 이루워지는 도량으로 유명합니다. 또 대원정사 산신님은 그 위신력은 대단하시어 대웅전 화재당시 화마도 삼키지 못한 산 신님, 관세음보살이 회현하신 산신님으로 자손의 인연을 잘 맺어 주시고, 사업성취를 잘 해주신다는 영험산신님이 계신 도량으로 많은 기도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기도하는 사람들 마다 기도성취가 일어나고 있는 도량이기도 합니다. 나를 찾아가는 길 신묘장구 대다라니 철야 용맹 정진으로 참 나를 만나 보십시오

 

2010 9 11() 오전 10 시 출발 (오전 9 : 40분까지 방송국 앞으로 집결)

불교방송, 국내 사찰순례 철야정진(82)

출처: http://bbsi.co.kr/pilgrimage/pilgrimage_sub1_view.asp?idx=477&tour_code=1

 

 

불교방송의 멘트내용을 보면 기복불교의 진수를 보여 주는 것 같다. 신묘장구대다라니 철야기도 자체가 유신론적이고 타력신앙의 결정판인데, 이에 호응이라도 하듯이 모든 소원을 다 들어 줄 것 같은 기도내용이다. 이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No

산이름

소원성취 내용

1

와불인 불태산

부부화목과 사업성취의 가피를 주신다

2

삼인산

세분의 귀인이 돕 는다

3

병풍산

삼재팔난을 막아주고 복이 흩어지지 않게 한다

4

추월산

장애를 없애주 고 속히 소망을 이루어 주게 한다

5

생불산

기도 하는 사람에게는 하나도 기도소리를 빼지 않고 들으시고 기도를 성취해 주신 부처님이 상주하여 계신다

6

불보살의 기적

(법당부처님, 문수보살, 관세음보살, 지장 보살)

대웅전 화재 당시소망을 성취해 주리라수기를 주심

7

산신님의 위신력

대웅전 화재당시 화마도 삼키지 못함

8

관세음보살의 영험력

-자손의 인연을 잘 맺어 주심

-사업성취를 잘 해주심

 

 

 

지형을 보면 삼재팔난과 장애를 없애주는 산이 있는가 하면 주산이라고 볼 수 있는 생불산은 모든 기도를 들어주시는 부처님이 항상 그 곳에 계신다고 한다. 그리고 화재가 발생하였을 때 법당의 부처님을 포함하여, 문수보살, 관세음보살, 지장보살이 기적을 보여 주었다고 한다.

 

기적의 내용은 생불산에 실제로 모습을 부여 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소망을 성취해 주리라고 수기를 주셨다고 한다. 이외 산신님은 화마에도 타지 않은 위신력을 보여 주었다고 한다.

 

대체 언제 끝날지

 

대웅전이 완성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삼존불과 후불탱화등의 불사광고가 연속으로 이어가다 올해 초부터 지장전불사광고가 시작 되었다. 방송광고한지 5년차에 지장전을 건립하는데 동참하는 광고가 나간 것이다.

 

대체 언제 끝날지 모르는 불사로 여겨졌다. 지장전이 끝나면 또 다른 전각을 방송광고 할 것인지 걱정이 될 정도이었다. 그런데 지장전 불사 광고방송을 하면서 태아영가천도에 관한 멘트를 보내는 것이었다.

 

방생재에서 천도재로

 

천도재는 죽은 사람의 영혼을 극락에 보내기 위한 불교의식이다. 그런데 죽은 조상도 아니고 태아인 상태로 죽은 영가를 천도한다는 멘트를 내보내는 것이다. 불쌍하게 죽은 영가에 대하여 지장보살을 엄마로 하여 천도해준다는 것이다. 낙태한 경험이 있는 불자들을 위한 광고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이런 천도재도 유행을 타고 있다는 것이다. 불과 몇 십년 전까지만 해도 절에서 천도재를 하는 경우가 드믈었다고 한다. 그 대신 방생재가 한 때 유행했다고 한다. 그래서 절마다 방생하기 위하여 버스를 대절하여 방생하는 모습을 TV에서도 볼 수 있었는데, 이후 환경문제와 생태문제등을 야기한다고 하여 사회문제화 되자 시들해졌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전 부터 절마다 천도재가 대유행하기 시작하였다. 그래서일까 불자 치고 천도재 하 번 해 보지 않은 불자가 없을 정도로 누구나 한 번쯤 경험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더 이상 천도할 대상이 없을때

 

이런 천도재는 어느 경우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번 시행할 뿐만아니라 비용 또한 매우 많이 들어가 불자들에게 부담스러울 정도가 되었다. 실제로 천도재를 하였다는 불자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백만원 이상이 되었고, 그런 천도재를 여러 번 할 것을 요구하자 개종을 해 버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렇게 조상천도를 다 해 버리면 더 이상 천도할 대상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하나 더 남아 있는 것 같다. 바로 태아인 상태로 죽은 영가들이다.

 

불자들의 경우 어떤 이유에서이건 태아를 죽였다는 것은 마음의 부담으로 남아 있음에 틀림없을 것이다. 바로 그런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서일까 종종 태아영가천도 광고를 볼 수 있는데, 대원정사 역시 지장전 건립을 위한 태아영가천도 광고방송을 내 보내는 것이었다.

 

천도재다음에 납골당사업인가

 

태아영가 천도에 광고가 나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바로 그것은 천도재가 천정을 쳤다는 이야기와 같다. 이제 더 이상 천도할 대상이 없어서 천도재만으로 사찰 재정이 유지되기 힘들다는 말과 같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체할 그 무엇이 있어야 할 것이다.

 

최근 MBC PD수첩에서 납골당사건에 대하여 방송하였다고 한다. 어느 불교관련 인터넷 신문에서는 터질 것이 터진 것이라고 보도 하였다. 전국 곳곳의 크고 작은 절에서 납골사업을 마지막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고, 여기에 큰스님들까지 사업추진에 매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방송에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납골당 추진 과정에서 주민들을 속였다는 것이다. 사찰을 짓는 것으로 알려 놓고 용도 변경을 하여 납골당을 짓게 되자 주민들이 반발하여 항의집회를 열고, 이에 대하여 방송이 관심을 갖게 되어 전국에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알려진 것 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이미 사업을 추진중에 있거나 계획하고 있는 사찰도 무척 많다고 한다. 사찰의 재정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하려는 것인데, 결국 납골당사업을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해서 일 것이다.

 

이런 납골당사업이 사찰마다 유행하는 이유는 아마도 천도재가 이제 더 이상 사찰 재정에 도움이 되지 않아서 일지 모른다. 그래서 태아영가천도 이야기가 나올 정도라면 천도재가 이제 천정을 쳤다는 것이고, 그 대안으로서 납골당사업을 추진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몇십년전의 방생재에서 200년대의 천도재로 바뀌었듯이, 이제 납골당사업으로 서서히 옮겨가는 것은 아닐까.

 

지금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이제 더 이상 대원정사 광고 멘트는 들리지 않는다. 지난 5년간  광주대원정사 부처님은 생불산에 화현하시어...”로 시작 되는 기복백화점과 같은 멘트는 매일 방송을 듣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삶의 일부와 같았다.

 

대체 언제까지 같은 내용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야 되는지 의문이 들었고, 더구나 대웅전 불사에 이어 삼존불과 후불탱화 불사, 그리고 최근 지장전 복원불사 멘트가 나갔을 때 그 끝을 알 수 없었는데, 이제 더 이상 나오지 않으니 무언가 빠진 것 처럼 오히려 허전한 느낌이다.

 

그렇다면 지난 5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공공방송이나 다름 없는 불교방송에서 간판급 아나운서를 동원하여 광고를 낸 원동력은 무엇일까. 대체 대원정사와 불교방송이 어떤 관계이길래 그토록 오랬동안 광고를 내 보내 준 것일까. 그것도 기복백화점과 같은 내용이다. 지금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이고 불가사의한 일이라 생각된다.

 

이제 정법으로 인재불사

 

광주대원정사는 지난 5년동안 전국의 불자를 대상으로 하루도 빠짐 없이 불교방송을 이용하여 광고방송을 하였다. 그리고 대웅전을 비롯한 삼존불, 후불탱화등의 불사가 완성되어 회향법회를 갖게 되었다고 불교관련 인터넷신문에서 보도 하고 있다.

 

비록 기복백화점같은 항목으로 불사를 완성하였지만, 이제 정법으로 인재불사를 하기를 바란다. 전국적으로 불교가 가장 열세인 호남지방에서 기복과 방편이 아닌 정법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널리 전파하여 정법도량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바란다. 그리고 지난 5년간 열심히 건축불사를 했던 것 처럼 이제 인재불사를 하여 청년불자들이 많이 배출되기를 바란다.

 

 

 

2011-07-19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