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마의 거울

지금 여기에서, 밧데까랏따경(한 밤의 슬기로운 님의 경, MN131)

담마다사 이병욱 2011. 9. 30. 16:47

 

지금 여기에서, 밧데까랏따경(한 밤의 슬기로운 님의 경, MN131)

 

 

 

 

축복받은 날씨에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은 좋은 계절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있듯이 낮과 밤의 길이가 비슷한 요즘의 날씨는 살맛난다. 이와 같은 최적의 날씨는 일년에 두차례 있지만 금방지나가 버린다. 그리고 춥거나 더울때 항상 서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여름에는 더워서 고통받고, 겨울에는 추워서 힘들다. 혹독한 더위로 인하여 고통을받으면 하루 빨리 선선한 바람이 불어 가을이 오기를 기다린다. 또 매서운 추위가 닥치면 어서 빨리 따듯한 봄바람이 불기를 고대한다. 이렇게 양극단을 오가며 살다보니 늘 여름과 겨울만 있는 것처럼 보인다.

 

봄이 와도 봄이 결국 더위로 귀결되고, 가을이 와도 결국 추위로 귀결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더위와 추위는 항상 제자리처럼 느껴진다. 그렇다면 이런 축복받은 날씨가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는 것일까.

 

죽지않고 영원히 사는 방법

 

누구나 늙어가는 것을 싫어 한다. 젊은 이라면 젊고 탄력있는 몸매가 영원히 지속되기를 바란다. 늙은 이라면 개똥 밭에 뒹굴어도 저승보다 이승이 낫다고 죽지 않고 영원히 살기를 바란다.

 

그런데 죽지않고도 영원히 사는 방법이 있다고 한다. 그것은 지금 여기에서 그 상태를 계속 유지하면죽지않고 영원히 살 것이라 한다.

 

시퍼렇게 살아 있을 때

 

부처님의 가르침은 열반으로 귀결된다. 그런 열반은 죽어서 실현되는 것일까. 불교TV사이트에서 아상가 교수는 열반은 죽어서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실현되는 것이다라고 강의 하였다.

 

이 세상의 대부분의 종교가 죽어서 삶이 완성되는 것으로 말하지만 부처님은 지금 여기에서 이렇게시퍼렇게살아 있을 때 열반이 가능한 것이라 하였다. 따라서 살아 있을 때 열반을 실현해야 진정한 부처님의 제자라는 것이다.

 

그렇게 말한 이유는 자신이 먼저 해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의 제자들도 따라 해 본 결과 자신이 경험한 것과 동일한 결과를 얻었기 때문에 살아 있을 때 열반의 실현이 가능하다고 말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불교는 검증된종교이다.

 

실험실에서 교본대로 실험을 하였더니 모두 동일한 결과를 얻었다면 이는 이론이 검증된 것과 같다. 마찬가지로 부처님의 가르침이 제자들을 통하여 동일한 결과를 얻었다면 부처님의 가르침은 검증된 것과 같다. 그래서 부처님은 이렇게 살아 있을 때 지금 여기에서 열반이 실현가능한 것이라 말씀 하셨는데, ‘지금 여기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미 우이(Imee Ooi, 黃慧音)가 한 말

 

지금 여기는 영어로 ‘here and now’이다. 이 용어를 처음 접한 것은 이미 우이(Imee Ooi, 黃慧音)음악을 접하고 나서 부터이다.

 

중국계 말레이시아 불자가수인 우이의 음악을 여러차례 블로그에 올리는 그 과정에서 우이에 대한 기사를 발견할 수 있었다. 2008 2월에 영문판 자료를 번역하여 블로그에 올렸는데(만트라를 음악의 반열에 올려 놓은 이메이 우이 (Imee Ooi, 黃慧音) 관련기사, 2008-02-24 ), 그 기사에서 우이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Im a person who dont plan ahead. It is very much like Buddhist teaching- live for now, dont let the future tie you down, dont let the past trouble you and things will turn out well, said Ooi.

 

“ 나는 미리 계획을 세우지 않는 사람 입니다. 이것은 내가 매우 좋아 하는 부처님의 가르침 중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지금 현재를 살아라.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메달릴 필요가 없다.

또 지나간 과거에 집착할 필요도 없다.

이렇게 하면 모든 일이 잘 풀려 질 것이다”

 

라고 우이는 말한다.

 

(Imee Ooi, Meet Imee the mantra musician, 2007 6 18일자 buddhistchannel.tv, 진흙속의 연꽃 번역)

 

 

 

 

 

이미 우이(Imee Ooi, 黃慧音)

중국계 말레이시아 불자가수

  

 

영문판 기사에서 우이는 자신이 음악을 하는 목적에 대하여  “음악은 우리들의 마음을 일깨워서 깊이 있게 만들어요. 또 정서를 일깨우는데 있어서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고 희망을 불어 넣은 역할도 하지요. 그래서 음악을 통해서 다르마를 배우기도 하고 다르마를 전파 하기 위하여 음악을 이용 하기도 하는 것 입니다. 이것은 사람들에게 기쁨과 환희의 길로 인도 하는 역할도 합니다.” 라고 하였다. 즉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파하기 위한 수단으로 음악을 한다는 것이다.

 

그런 우이가 가장 좋아하는 부처님의 말씀은 위에서 언급된 “live for now, don’t let the future tie you down, don’t let the past trouble you and things will turn out well (지금 현재를 살아라.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메달릴 필요가 없다. 또 지나간 과거에 집착할 필요도 없다)라는 문구라 보여진다.

 

위 글을 쓸 당시 지금 여기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였다. 처음 들어 보는 평범해 보이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번역을 하는데 있어서 애를 먹었다. 하지만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문구는 매우 큰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부처님이 열반에 관하여 말씀하신 사항이 바로 지금 여기(here and now)’에 관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세계적인 불교음악가 이미 우이는 니까야에 실려 있는 초기불교의 가르침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마하시사야도의 십이연기(빠띳짜사뭅빠다, paicca-samuppāda)에서

 

두 번째 접한 지금 여기 2009년 마하시사야도의 십이연기(빠띳짜사뭅빠다, paicca-samuppāda)강좌를 들었을 때이다. 책의 주석서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었다.

 

 

“과거를 되새기지 말고 미래를 바라지 마라

과거는 사라졌고 미래는 닥치지 않았다

현재에 [일어나는] 현상[]

[매순간] 바로 거기서 통찰하라”

 

 

이 문구를 보자 우이가 한 말과 똑 같음을 알 수 있었다. ‘지금 여기를 설명하는데 있어서 맞지마니까야에 실려 있는 가르침을 인용한 것이다.

 

지금 여기는 빠알리어로 딧따 담마(diṭṭha-dhamma)’라고 한다. 빠알리 경전에 나타나는 이 술어는 지금 여기에서 자기 자신에게서 일어나는 현상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것으로 정의 된다. 그래서 지금 여기를 한자어로 현법(現法)’이라 한다. 그렇다면 왜 지금 여기가 중요한가.

 

지금 여기가 중요한가

 

우리는 매 순간 지금 여기를 살고 있다. 하지만 끊임없이 과거로 미래로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현재에 살고 있다고 볼 수 없다. 마음이 과거나 미래에 가 있다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마음이 지금 여기 머물러 있지 않고 과거나 미래에 가 있다면 고착된 관념, 즉 산냐()에 떨어지고 만다. 지금 여기를 놓치게 되면 담마는 관념(산냐)로 변해 버린다. 그래서 마음이 과거에 가 있으면 후회나 회한에 잠기게 되고, 마음이 미래에 가 있으면 근심과 걱정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런 의미에 있어서 앞서 우이가 말한 나는 미리 계획을 세우지 않는 사람 입니다라는 말은 막연한 미래에 대한 기대를 하지 않겠다는 말과 같은 의미로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제대로 알고 있다고 보여진다.

 

마음이 과거나 미래에 가 있으면 마음이 편하지 않게 된다. 하지만 마음을 지금 여기 현재에 고정시켜 둔다면 지나간 과거에 후회하거나,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하여 걱정할 일이 없어진다. 그렇다면 마음이 지금 여기에 계속머물러 있다면 어떻게 될까.

 

마음이 지금 여기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깨어 있다라는 말과 같다. 깨어 있으면 법이 관념화 되는 것이 방지 되는데, 이 때 지금 여기 눈에 보이는 현상을 놓치지 않고 법이 일어나는 현상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매 순간 일어나는 법의 본질을 파악 할 수 있는데, 그 특징은 매 순간 변화해 가는 과정이라 한다.

 

나라는 존재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나라는 존재는 오온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지금 여기에서 이들 오온을 관찰하면 나라는 존재는 오온의 상호작용일 뿐이고, 그 특징은 무상,, 무아라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 여기에 마음을 두고 있다는 것은 오온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현상을 봄으로서 모든 현상이 무상 고 무아라는 통찰지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통찰지를 얻으면 열반을 얻을 수 있는데, 그런 열반은 지금 여기에서 실현가능한 것이라 한다.

 

왜 경전과 주석서에 의지해야 하는지

 

열반은 조건이 소멸되어야 가능하다고 한다. 조건이 소멸되어 더 이상 법이 일어나지 않았을 때 이를 열반으로 보는 것이다. 12연기에서는 이를 무명과 갈애로 본다. 특히 갈애를 소멸하면 미래에 일어날 연기의 고리를 끊어 버리는 것으로 본다.

 

범부가 이와 같은 열반이나 연기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경솔하다. 왜냐하면 잘 못된 견해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청정도론의 저자 붓다고사는 “진리(sacca), 중생(satta), 재생연결(paisandhi), 조건(paccaya), 이 네 가지 법은 보기 어렵고 가르치기도 아주 어렵다.”고 하였다. 따라서 경전을 통달하였거나 법을 증득한 자가 아니면 연기나 열반, 재생연결등에 대하여 논의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왜 경전과 주석서에 의지하여 법을 논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라 볼 수 있다.

 

밧데까랏따경(Bhaddekaratta Sutta, 한 밤의 슬기로운 님의 경, MN131)에서

 

세 번째로 접한 지금 여기에 대한 이야기는 맛지마니까야를 통해서이다. 맛지마니까야에서 지금 여기에 대한 가르침은 밧데까랏따경(Bhaddekaratta Sutta, MN131)’에 실려 있다. 이 경에 대하여 전재성박사는 한 밤의 슬기로운 님의 경이라고 이름 붙였다. 영문판에서 타닛사로비구는 An Auspicious(상서로운 날)이라 이름 붙였다. 

 

전재성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이 경은 한역아함경에 없는데 경으로서 명상으로 얻어지는 통찰로 주어지는 현선일야(賢善一夜)의 경이라 한다. 이 경에서 앞에 언급한 과거를 되새기지 말고..”에 이어지는 게송전체를 보면 다음과 같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지 말고

미래를 바라지도 말라.

과거는 이미 버려졌고

또한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그리고 현재 일어나는 상태를

그때 그때 잘 관찰하라.

정복되지 않고 흔들림없이

그것을 알고 수행하라.

 

오늘 해야 할 일에 열중해야지

내일 죽을지 어떻게 알 것인가?

대군을 거느린 죽음의 신

그에게 결코 굴복하지 말라.

 

이와 같이 열심히 밤낮으로

피곤을 모르고 수행하는 자를

한 밤의 슬기로운 님

고요한 해탈의 님이라 부르네.

 

<밧데까랏따경(Bhaddekaratta Sutta, 한 밤의 슬기로운 님의, MN131, 전재성역>

 

  밧데까랏따경(MN131)-전문.docx  밧데까랏따경(MN131)-전문.pdf

 

 

 

이 게송에 대한 설명이 경에 표현 되어 있다. 게송에서 과거로 올라가지 말라고 한것은  나는 과거에 이러한 물질, 느낌, 지각, 형성, 의식을 갖고 있었다고 생각하면서 그것에 즐거워 하기 때문이라 한다. 미래는 어떨까. 경에서는 나는 나는 과거에 이러한 물질, 느낌, 지각, 형성, 의식을 가질 것이다라고 생각하면서 그것에 즐거워 하기 때문이라 한다.

 

그렇다면 현재 어떻게 해야 할까. 경에서 물질을 예로 든다면 물질을 자아로 여기지 않고, 자아가 물질을 소유하는 것으로 여기지 않고, 자아 가운데 물질이 있다고 여기지 않고, 물질 가운데 자아가 있다고 여기지 않는다.”라고 하였다. 이후 느낌, 지각, 형성, 의식이 이와 같은 형식으로 반복된다.

 

결국 지금 여기에서 현상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빠알리어 게송

 

위 게송에 대한 빠알리어를 찾아 우리말 음역을 하여 보았다.

 

 

Atīta nānvāgameyya,               아띠땅 난와가메이야

nappaikakhe anāgata;            납빠띠깐케 아나가땅

yadatīta pahīna ta,             야다띠땅 빠히낭 땅

appattañca anāgata.               압빳딴짜 아나가땅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지 말고

미래를 바라지도 말라.

과거는 이미 버려졌고

또한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Paccuppannañca yo dhamma,    빳쭙빤냔짜 요 담망

tattha tattha vipassati;                땃타 땃타 위빳사띠

asahīra asakuppa,            아상히랑 아상꾹빵

ta vidvā manubrūhaye.              땅 위드와 마누브루하예

 

그리고 현재 일어나는 상태를

그때 그때 잘 관찰하라.

정복되지 않고 흔들림없이

그것을 알고 수행하라.

 

 

 

Ajjeva kiccamātappa,               앗제와 낏짜마땁빵

ko jaññā maraa suve;             꼬 잔냐 마라낭 수웨

na hi no sagara tena,             나 히 노 상가랑 떼나

mahāsenena maccunā.               마하세네나 맛쭈나

 

오늘 해야 할 일에 열중해야지

내일 죽을지 어떻게 알 것인가?

대군을 거느린 죽음의 신

그에게 결코 굴복하지 말라.

 

 

 

Eva vihāri ātāpi                에왕 위하링 아따삥
ahorattamatandita
;                   아호랏따마딴디땅

ta ve bhaddekarattoti,              땅 웨 밧데까랏또띠

santo ācikkhate muni                  산또 아찟카떼 무니

 

이와 같이 열심히 밤낮으로

피곤을 모르고 수행하는 자를

한 밤의 슬기로운 님

고요한 해탈의 님이라 부르네.

 

 

<밧데까랏따경(Bhaddekaratta Sutta, 한 밤의 슬기로운 님의, MN131, 전재성역, 진흙속의연꽃 음역>

 

  밧데까랏따경(MN131-빠알리게송).docx  밧데까랏따경_MN131-빠알리게송.pdf

 

 

2011-09-30

진흙속의연꽃

 

 

밧데까랏따경(MN131)-전문.doc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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밧데까랏따경(MN131)-전문.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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