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보다 향기, 향내 나는 사람이란?
손톱보다 작은 하얀 꽃이
아주 작은 꽃이 피었다. 손톱보다 작은 하얀 꽃이 연이어 피고 있다. 이렇게 이삼주간 피고 지고 또 핀 꽃의 이름은 모른다. 지난 봄 서울대공원 식물원에서 1000원 주고 사 온 것이 자라서 마침내 아주 작고 소박한 꽃을 연이어 피워 낸 것이다.
난꽃은 보기에 화려 하지만
이 꽃이 피기 전에 난에서 꽃이 피었다. 그런데 오래 가지 않았다. 핀지 몇 일 지나지 않아 시들해 지면서 다시 피지 않았다. 난꽃은 보기에 화려 하지만 오랫동안 볼 수 없는 것이 단점이다.
상상도 하지 못할 아름다운 꽃
난꽃이 피기전에 또 이름 모를 꽃이 사무실에서 피었다. 이 꽃은 화원에서 삼천원 주고 사온 것이다. 사올 때 꽃 봉오리가 있었기 때문에 얼마 지나지 꽃을 볼 수 있었는데, 꽃이 피고나자 깜짝 놀랐다. 전혀 상상도 하지 못할 아름다운 꽃을 선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꽃이 지고 나자 식물전체가 시들어 버렸다. 잎파리가 타 들어 가서 거의 죽은 것이나 다름 없어 보였다. 아마도 너무 예쁜 꽃을 피우느라 모든 정력이 소진 되어 그런지 모른다.
이렇게 사무실에서 3종의 꽃을 보았다. 하지만 향내는 맡지 못하였다. 꽃이 너무 작어서인지 꽃이 너무 화려해서인지 향를 맡을 수 없었지만 보는 것 자체로 만족 해야 했다.
향내 나는 꽃
꽃 도 보면서 향내까지 난다면 금상첨화 일 것이다. 실제로 그런 꽃을 보았다. 2년 연속핀 ‘행운목꽃’에서이다.
행운목을 사온지 만 3년 되는 해에 처음으로 꽃을 터 뜨린 행운목꽃 향기는 밀폐된 공간을 진동시켰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상큼한 방향제를 맡는 듯한 그런 냄새이었다.
특히 밤에만 꽃잎을 여는 행운목꽃은 향기가 있어서 마치 꽃이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느껴지기도 하였다. 이런 꽃은 시각적으로도 보는 재미도 있지만 후각적으로도 즐거움을 준다. 그래서 최상의 꽃은 ‘향내 나는 꽃’이라 볼 수 있다.
꽃을 본다는 것은 마음을 즐겁게 한다. 더구나 후각까지 자극하면 금상첨화이다. 그래서 꽃 중의 꽃은 향내 나는 꽃일 것이다. 향내는 꽃에서만 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좋은 글에서도 향내를 느낄 수 있다.
향기 나는 글‘꽃의 품’
향기나는 글이 아마도 법구경이 아닐까 한다. 그런 법구경에 꽃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법구경 26개의 주제가운데 ‘꽃의 품’이 그것이다. 이를 옮겨 보면 다음과 같다.
꽃의 품
1.
누가 이 땅과 이 야마의 왕국과
이 천상계와 인간계를 정복할 것인가?
화환을 만드는 자가 꽃을 따 모으듯,
누가 잘 설해진 진리의 말씀을 따 모으랴?(44)
2.
학인이 이 땅과 이 야마의 왕국과
이 천상계와 인간계를 정복하리라.
화환을 만드는 자가 꽃을 따 모으듯,
학인이 잘 설해진 진리의 말씀을 따 모으리.(44)
3.
이 몸은 물거품과 같다고 알고
아지랑이와 같다고 깨닫는 님은
악마의 꽃을 잘라버리고
죽음의 왕의 시야를 넘어서리라.(46)
4.
오로지 꽃을 따는데
사람의 마음을 빼앗기면,
격류가 잠든 마음을 휩쓸어가듯,
악마가 그를 잡아간다.(47)
5.
오로지 꽃을 따는데
사람이 마음을 빼앗기면,
욕망이 채워지기 전에
악마가 그를 지배한다.(47)
6.
색깔과 향기를 지닌 꽃은
꿀벌이 건드리지 않고
오직 꿀만 따서 나르듯,
성자는 마을에서 유행한다. (49)
7.
남들의 모순을,
남들이 한 일과 하지 못한 일을 살피지 말고
오로지 자신의
한 일과 하지 못한 일을 살펴보라.(50)
8.
어떤 꽃은 찬란하고 아름답더라도
향기가 없듯,
말이 잘 설해져도 실천이 없으면
열매가 없다.(51)
9.
어떤 꽃은 찬란하고 아름답고
향기가 있듯,
말이 잘 설해져도 실천이 있으면
열매가 있다.(51)
10.
꽃들의 더미에서 많고 다양한
꽃다발을 만들 수 있는 것처럼,
태어나 죽을 수 밖에 없는 존재이지만,
많은 착하고 건전한 것들을 이룰 수 있으리.(53)
11.
꽃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가지 못한다.
전단향도 따가리향도 말리까향도,
그러나 참사람의 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가니
참사람의 향기는 모든 방향으로 퍼져 간다.(54)
12.
전단향, 따가리향, 웁빠라향
또는 밧씨키향이 있지만,
이러한 향기의 종류 가운데
계행의 향기야말로 최상이다.(59)
13.
전단향과 따가라향과 같은
그 향기는 보잘 것 없지만,
계행을 지닌 님의 높은 향기는
실로 천상계에 이른다.(56)
14.
계행을 갖추고 방일을 여의고
올바로 지혜로 혜탈한
그러한 님들의 길을
악마는 결코 발견하지 못한다.(57)
15.
사거리에 버려진
쓰레기 더미 위에서
그곳에 맑고 향기롭고 사랑스런
홍련화가 피어나듯.(58)
16.
쓰레기와 같고 눈먼
일반사람들 가운데
올바로 원만히 깨달은 님의 제자는
지혜로 밝게 빛난다.(59)
(법구경, 전재성님역)
꽃 보다 향기
16개의 게송으로 이루어져 있는 ‘꽃의 품’에서 향기 나는 꽃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꽃이 찬란하면서도 향기까지 있으면 더 아름답다는 것이다. 이를 ‘말’에 비유하여 설명하고 있다. “말이 잘 설해져도 실천이 있으면 열매가 있다. (Dhp52)”는 내용이 그것이다. 말을 꽃으로 비유하고 열매를 향기로 비유한 것이다.
이처럼 꽃 보다 ‘향기’에 대하여 비중을 더 두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향내 나는 것으로 전단향과 따가라향과 말리까향을 들고 있다. 이들 모두 고귀한 향이지만 어떤 향이든지 바람을 거슬러 갈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바람을 거슬러 향내를 내 뿜는 것이 있다고 한다. 향내가 나는 사람을 말한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향내가 날까.
향내 나는 사람
향내가 나는 사람을 ‘참사람’이라 한다. 게송에서 말하는 참사람이란 부처님과 연각불과 제자를 말한다. 이런 분들의 ‘덕행’의 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간다는 것이다. 덕행은 바람이 부는 것과 관련이 없이 동서남북으로 향기를 가득채우기 때문이라 한다.
향내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게송에서는 ‘계행’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 있다. 계행으로 인한 ‘계향’이야말로 향내 중에 최상이라 한다. 전단향의 향내가 좋다고 하지만 고작 반경 몇 미터 이내 일 것이다. 그런데 계향의 경우 천상계까지 미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계행을 갖춘 부처님의 제자가 올바른 지혜를 갖추었을 때 해탈할 것이라 한다. 그런 해탈한 자를 악마가 결코 발견할 수 없을 것이라 한다. 왜 발견할 수 없을까. 그것은 마음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든 번뇌를 소멸하면 더 이상 업을 짓지 않아 다음 생에 대한 마음이 일어나지 않아 나고 죽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말이다. 그런 부처님의 제자들을 사쌍팔배의 성자라 부른다.
도와 과를 이루신 부처님의 제자들은
도와 과를 이루신 부처님의 제자들은 향내나는 성자들이다. 그런 분들에게 공양을 한다면 커다란 공덕이 될 것이다. 이에 대한 노래가 있다. 라따나경에 다음과 같은 게송이 있다.
Ye puggalā aṭṭhasataṃ pasatthā 예 뿍갈라- 앗타사땅 빠삿타-
Cattāri etāni yugāni honti, 짯따-리 에따-니 유가-니 혼띠
Te dakkhiṇeyyā sugatassa sāvakā 떼 닥키네이야- 수가땃사 사-와까-
Etesu dinnāni mahapphalāni, 에떼수 딘나-니 마합팔라-니
Idampi saṅghe ratanaṃ paṇītaṃ 이담삐 상게 라따낭 빠니-땅
Etena saccena suvatthi hotu. 에떼나 삿쩨나 수왓티 호뚜
네 쌍으로 여덟이 되는 사람들이 있어,
참사람으로 칭찬 받는다.
바른길 가신님의 제자로서 공양 받을 만 하며,
그들에게 보시하면 크나큰 과보를 받습니다.
참모임안에야 말로 이 훌륭한 보배가 있으니.
이러한 진실로 인해서 모두 행복하여 지이다.
(라따나경-Ratanasuttaṃ- 보배경-寶石經-6번 게송, 숫따니빠따-Sn 2.1 ,전재성님역)
巴利文《宝石经》(黄慧音 唱)
2012-09-13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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