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마의 거울

라일락보다 향기로운 참사람(Sappurisa)의 계향(戒香)

담마다사 이병욱 2013. 4. 24. 10:18

 

라일락보다 향기로운 참사람(Sappurisa)의 계향(戒香)

 

 

 

하룻밤 자고 나니 세상이 달라졌다!

 

하룻밤 자고 나니 유명 해졌다!”라는 말이 있다. 평상시와 다름 없는 생활을 하다가 갑자기 뜬 경우를 말한다. 인기연예인이나 스포츠스타에서 볼 수 있는 현상이다.

 

하룻밤 자고 나니 세상이 달라졌다! 이른 아침 일터로 향하는 길에 보는 세상은 경이(驚異)그 자체이었다. 어제 내린 봄비영향이어서일까 눈에 확 들어 온 것은 나무들이 새옷을 입었다. 분명히 어제와 다른 모습이다. 찬란한 햇살에 비친 나무들이 일제히 초록옷으로 갈아 입은 듯이 보였다.

 

 

 

 

 

 

도시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수종은 느티나무와 은행나무이다. 느티나무는 아파트 단지나 공원에서 많이 볼 수 있고, 은행나무는 가로수로 활용된다. 이렇게 도시의 대표적인 수종에서 어린 잎이 막 돋아 난 것이다. 앙상한 나뭇가지에 초록이 입혀 지기 시작한 것이다.

 

느티나무와 은행나무

 

글을 쓰면서 늘 관찰하는 버릇이 생겼다. 계절의 관찰도 그 중에 하나에 속한다. 특히 잎사귀가 나고 지는 현상을 지난 수년간 면밀히 관찰하였는데 나름대로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도시의 대표수종인 느티나무와 은행나무 잎이 피어나기 시작하는 것은 대체로 4 20일 전후에서이다. 그로부터 약 일주일이 지나면 온통초록으로 뒤덮히게 된다. 현재 시점은 그 중간단계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잎이 지는 시점은 언제일까? 관찰에 의하면 대게 11 20일 전후이다. 이렇게 칠 개월간 잎파리를 유지한다.

 

느티나무와 은행나무에서 단풍이 들 때는 언제일까? 관찰한 바에 따르면 11 20일 기준으로 하여 일주일에서 십일  이전이다. 그 때쯤 느티나무의 경우 붉게 물들고, 은행나무는 노랗게 물들어 장관을 이룬다.

 

 

 

 

 

그러다가 11 20일 전후하여 일제히 진다. 더구나 찬바람까지 세차게 몰아치면 그야말로 추풍낙엽이 된다.

 

멘붕상태가 될 때

 

잎이 지고난 가지는 매서운 칼바람 날씨와 함께 앙상하기 그지 없다. 마음까지 꽁꽁 얼어 붙게 만든다. 그 즈음 심하게 가을을 탄다. 낙엽과 함께 어떤 일에 대하여 지나치게 슬퍼하거나 쉽게 감동하는 센티멘탈상태가 된다. 아마 대부분 사람들이 그런 감정을 느낄 것이라 본다. 일종의 멘붕상태이다. 그러나 봄이 되어 신록이 시작 될 때 정반대의 기분이다. 파릇파릇 돋아 나는 새 잎사귀와 함께 활력이 생겨난다. 지금이 바로 그 시기이다.

 

강렬한 향내의 라일락

 

계절의 변화는 경이롭다. 그리고 극적이다. 어느 순간 쳐다 보면 일제히 잎이 나 있는 것 같고, 또 어느 순간 쳐다 보면 가지만 앙상하다. 이렇게 무상하게 변하는 것이 자연이다. 그래서 봄이 되면 싹이 나고 새로운 잎파리가 생겨나서 시각적인 즐거움을 보여 주지만 때로 강한 냄새에 자극받기도 한다.

 

늘 지나다니던 길에 후각을 자극하는 강렬한 냄새에 걸음을 멈추었다. 라일락 향기이었다.

 

 

 

 

 

 

재개발로 지정되어 헐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폐가에 라일락꽃이 피어 있다. 사람이 살지 않고 있음에도 때가 되니 꽃이 핀 것이다.

 

 

 

 

 

 

 

 

 

 

 

 

라일락꽃 향기는 매우 강렬하다. 그렇다고 하여 하루 종일 향기를 발산하는 것 같지 않다. 출근길 본 라일락에서는 향기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부로 가까이 가서 냄새를 맡아 보려 하였으나 전혀 향내가 나지 않았다.

 

라일락꽃 향기는 매우 강렬하다. 그렇다고 하여 하루 종일 향기를 발산하는 것 같지 않다. 출근길 본 라일락에서는 향기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부로 가까이 가서 냄새를 맡아 보려 하였으나 전혀 향내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퇴근 길에 본 라일락에서는 매우 강렬한 향내를 내뿜고 있었다. 나무를 중심으로 하여 반경 5m정도 되는 것 같다. 행운목의 경우 오후 5시가 넘어야 향내를 발산하듯이 라일락 역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이는 오해이었다. 라일락 향기는 아침이나 저녁이나 향내를 풍기고 있었다. 다만 바람에 민감하기 때문에 바람을 거슬러 올라 가는 방향에서는 향내를 맡을 수 없는 것이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라일락은 유럽남동부가 원산지라 한다. 온대 아시아에서도 많이 가꾼다고 한다. 주로 보라색계통이 가장 흔하지만 품종에 따라 백색도 있다. 향기가 좋아 전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관상수라 한다.

 

라일락 꽃 향기는 은은하고 강하다. 그 느낌은 냄새를 맡아 보아야만 알 수 있다. 그래서 라일락 꽃 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향기로운 꽃이라 볼 수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향기로운 꽃은?

 

그렇다면 초기경전에서 가장 향기로운 꽃은 무엇일까? 상윳따니까야에서 부처님은 수행승들이여, 예를 들어 어떠한 꽃의 향이 있든지 그들 가운데 재스민향을 그 최상이라고 한다.(S22:102)” 라 하였다. 이로 알 수 있는 것이 재스민 꽃에서 나는 향내가 최상임을 알 수 있다. 

 

재스민은 빠알리어로 말리까(mālika)’이다. 한자어로 말리화(茉莉花)’라고 한다. 빠알리 니까야에 등장하는 말리까는 꼬살라국의 빠세나디왕비 이름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말리까 부인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잘 따르는 지혜로운 여성불자이다. 그래서일까 여성불자들이 빠알리 법명 중에 선호하는 이름이라 한다.

 

꽃은 아름답지만 향기가 없는

 

이와 같이 재스민은 최상의 향기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꽃에는 향내가 없는 것도 있다. 꽃은 아름답지만 향기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 하셨다.

 

 

Yathāpi rucira puppha             야타삐 루찌랑 뿝팡

vaṇṇavanta agandhaka,             완나완땅 아간다깡                  

Eva subhāsitā vācā                  에왕 수바시따 와짜

aphalā hoti akubbato.                 아팔라 호띠 아꿉바또

 

어떤 꽃은 찬란하고 아름답더라도

향기가 없듯,

말이 잘 설해져도 실천이 없으면

열매가 없다.(Dhp 51)

 

 

여기서 잘 설해진 것은 빠알리 삼장에 포함된 부처님 말씀이다. 향기 없는 꽃의 향기가 그것을 두른 몸에 퍼지지 못하는 것처럼, 마찬가지로 아무리 잘 설해진 가르침일지라도 이를 실천하지 않으면 여법한 삶의 향기를 퍼뜨릴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라 한다. 그런 자에게는 열매가 없는 것이다.

 

꽃도 아름답고 향기도 좋은

 

반면 꽃도 아름답지만 향내 나는 꽃도 있다. 다음과 같은 게송이다.

 

 

Yathāpi rucira puppha             야타삐 루찌랑 뿝팡

vaṇṇavanta sagandhaka,            완나완땅 사간다깡

Eva subhāsitā vācā                  에왕 수바시따 와짜

saphalā hoti pakubbato.               사팔라 호띠 꿉바또

 

 

어떤 꽃은 찬란하고 아름답고

향기가 있듯,

말이 잘 설해져도 실천이 있으면

열매가 있다.( Dhp 52)

 

 

꽃도 아름답고 향내도 좋은 꽃은 어떤 꽃일까? 각주에 따르면 금색화(金色花, campaka)’라 한다. Campaka(짬빠까)을 키워드로 하여 검색을 하였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짬빠까의 학명은 Magnolia champaca이다. 큰 잎의 상록수로서 인도네시아가 원산으로서 남아시에서 재배된다고 한다. 강렬한 방향성과 함께 노랗거나 하얀 꽃이 핀다고 한다. 그림을 보면 다음과 같다. 

 

 

 

 

 

 

 

 

Magnolia champaca

 

 

 

 

 

 

Campaka

 

 

 

게송의 가르침에 따르면, 향기로운 향기가, 향기있는 꽃을 두른 몸에 퍼지는 것처럼, 삼장에 포함되어 있는 잘 설해진 말, 즉 부처님의 말은 주의 깊은 경청등을 통하여 그것과 관련하여 해야 할 일을 실천하는 자에게 열매가 있다는 것이다.

 

참사람의 향기

 

그렇다면 이 세상에서 가장 향기로운 것은 무엇일까. 꽃 향기 중에 최상이라는 재스민(mālika)향일까? 꽃도 아름답고 향기도 좋은 짬빠까(Campaka)일까? 부처님은 법구경에서 다음과 같이 말씀 하셨다.

 

 

Na pupphagandho paivātameti,         나 뿝파간도 빠띠와따메띠

Na candana tagaramallikā vā,        나 짠다낭 따가라 말리까 와

Satañ-ca gandho paivātam-eti,        산딴짜 간도 빠띠와따메띠

Sabbā disā sappuriso pavāti.          삽바 디사 삽뿌리소 빠와야띠

 

꽃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가지 못한다.

전단향도 따가리향도 말리까향도,

그러나 참사람의 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가니

참사람의 향기는 모든 방향으로 퍼져 간다.(Dhp 54)

 

 

전단향(candana) 중에서도 가장 좋은 향내가 적단향(赤檀香)’이라 한다. 그래서 부처님은 모든 전단향 가운데 어떠한 것이든 붉은 전단향을 그 최상으로.(S22:102)”라고 하였다. 따가라(tagara)향은 목향수(木香樹)의 향기라 한다. 말리까(mallikā)향은 모든 꽃향기 가운데 어떠한 것이든 재스민향을 그 최상으로 (S22:102)”라고 하였으므로 최고의 향내 나는 꽃을 말한다.

 

그런데 이와 같은 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가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참사람(sappurisa)의 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간다고 하였다. 여기서 참사람은 부처님과 연각불의 제자를 말한다. 참사람은 모든 방향을 덕행의 향기로 가득 채우기 때문에 바람을 거슬러 간다고 말하는 것이다. 특히 계행의 향기야말로 최상이라 하였다.

 

 

 

2013-04-24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