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심신이 지쳤을 때 찾는 우리 계곡

담마다사 이병욱 2015. 3. 9. 09:56

 

심신이 지쳤을 때 찾는 우리계곡

 

 

 

삼월에

 

3월 달은 느낌에 기분이 좋은 달이다. 3자가 주는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일년 열두달 중에 삼월은 봄이 시작 되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삼월초가 아직까지는 쌀쌀하다고는 하지만 더 이상 추위는 없을 것을 확신하기에 감내한다.

 

봄은 오고야 만다. 오는 봄을 막기 위한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지만 한때 저항으로 그친다. 점점 해가 길어 짐에 따라 날씨 또한 눈에 띄지 않게 차츰 상승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두꺼운 옷을 유지해야 한다.

 

봄이 오는 길목에 관악산에 올랐다. 늘 다니는 길로 가지만 정상까지는 가지 않았다. 산에 간다는 것이 반드시 정상에 올라야 한다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산에 가면 반드시 정상을 목표로 하였으나 지금은 바뀌었다. 산 속에 있는 것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 하였기 때문이다.

 

우리계곡이 있는데

 

늘 다니는 길목이 있다. 그리고 늘 가는 곳이 있다. 지난 20년간 관악산에 가면 늘 가는 곳이다. 그곳은 우리계곡이다. 우리계곡은 지도에 나오지 않는다. 아이가 어렸을 때 우리들의 계곡이라 하여 우리계곡이라 이름 붙여 본 것이다.

 

우리계곡은 어디에 있을까? 늘 그렇듯이 내비산에서 출발한다. 집에서 걸어서 내비산까지 갈수도 있고 내비산이 종점인 버스를 타고 갈수도 있다.

 

내비산이 관악산 등산로 입구이긴 하지만 다른 입구처럼 크지 않다. 먹거리 타운도 없고 별도의 주차장도 없다. 그래서인지 사람들로 북적이지 않는다. 마치 한적한 시골 분위기를 느끼는 곳이다. 아마 수도군단이라는 커다란 군부대가 위치해 있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것이다.

 

내비산에서 시작 되는 관악산 코스는 능선길이 묘미이다. 다른 코스의 경우 계곡길이 대부분이나 이곳 내비산 코스는 처음부터 능선길이다. 그것도 바위가 어우러진 길이디. 그러다 보니 시야가 확보 되어 등산하는 맛이 난다.

 

내비산에서 우리계곡까지는 불과 삼십여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 전망대라 불리우는 곳 까지 올라가면 바로 너머가 우리계곡이다. 그런 계곡에 다다르자 마치 고향집에 온 것 같다.

 

우리계곡은 추운 겨울을 제외 하고 봄, 여름, 가을에 다닌다. 주로 토요일이나 일요일 훌쩍 떠나듯이 가는 곳이다. 그래서 도시탈출하는데 있어서 채 삼십분이 걸리지 않는 곳이다.

 

우리계곡에 대하여 최초로 글을 쓴 적이 있다. 지난 2007년 더위가 절정에 이르렀을 때 도시탈출 있는 가장 빠른 관악산 ‘우리계곡’(2007-07-13)’라는 제목으로 작성된 글이다.

 

우리계곡을 알게 된 것은 안양으로 이사 오고 난 이후이다. 1995년에 처음 찾았으니 이제 20년 되었다. 이렇게 이십년간 찾다 보니 이제 매우 익숙하다. 그리고 언제든지 찾을 수 있는 정겨운 곳이 되었다. 그래서 세상사에 시달리거나 심란할 때 조용히 와서 쉬어 가는 장소로 되었다.

 

올해 처음으로 우리계곡을 찾았다. 겨울에는 추워서 추위 때문에 찾을 수 없었으나 이제 봄의 문턱에 들어서고 더구나 날씨까지 포근해져서 찾기로 하였다.

 

우리계곡은 예전이나 변한 것이 없다. 이십년전이나 지금이나 그대로이다. 암반 위에 형성된 계곡이기 때문에 깨끗한 이미지이다. 더구나 주변에는 소나무가 어우러져 있어서 늘 푸르름을 유지한다. 이렇게 작은 계곡이어서일까 사람들이 몰리지 않는다. 가끔 등산객들이 지나가기는 하지만 이런 계곡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 그래서 아는 사람들만 가는 곳이 우리계곡이다.

 

 

 

 

 

지도를 보니 놀라운 것을 보았다. 그것은 전에 보지 못하던 안양-성남간고속도로(2016년 예정)라는 문구이다. 노선을 보니 우리계곡 밑을 관통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세월이 흐르다 보니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지하터널식으로 도로가 뚫리겠지만 기분이 찜찜하다. 또 하나의 자연파괴를 보는 것 같기 때문이다.

 

돌 탑은 누가 만들었을까?

 

우리계곡에는 아는 사람들만 오는 곳이다. 늘 찾는 곳이지만 지난 겨울에 찾지 않아서일까 두 개의 돌탑을 볼 수 있었다. 마치 석가탑과 다보탑을 보는 것 같다.

 

 

 

 

 

 

돌 탑은 누가 만들었을까? 그것도 두 개가 서로 마주 보고 있다. 마치 오누이탑같기도 하고 부부탑같기도 하다. 아니 우정의 탑같기도 하다. 누가 어떤 이유로 돌탑을 만들었는지 알 수 없다.

 

돌탑을 만든 지극정성에 감탄한다. 돌을 하나 둘 쌓고 거기에다 다보탑과 같은 형상을 만들었을 때 그 정성이 대견해 보인다. 아마 돌을 쌓은 이는 무언가 강한 소망을 가지고 쌓았음에 틀림 없다.

 

돌탑이 있는 계곡은 자주 머무는 곳이다. 일종의 아지트라 볼 수 있다. 그래서 한가롭게 앉아 있으면 마치 심산유곡에 와 있는 것 같다. 불과 산하나 넘었을 뿐인데 세상과 완전히 차단 되어 있기 때문이다. 도시탈출하기 위하여 일부러 멀리까지 가지 않는다. 걸어서 삼십 여분만 가면 별유천지비인간의 세계가 펼쳐 지기 때문이다.

 

우리계곡에 앉아서 시를 하나 지었다.

 

 

우리계곡 양지 바른 곳에

 

 

우리계곡 양지 바른 곳에 앉았네.

초봄이라 하지만 따사로운 햇볕이 그리운 계절이네.

 

우리계곡은 지도에 없는 계곡이네.

우리들의 계곡이라 하여

우리계곡이라고 이름 붙였을 뿐이네.

저 멀리 관악산이 관악산이라고 이름 붙여 달라고

한번도 이야기 하지 않았음에도

사람들이 관악산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이치라네.

 

우리계곡에 햇살이 따스하네.

암반위로 물은 졸졸 소리를 내며 흐르네.

주위는 고요하네.

가끔 비행기 지나 가는 소리만 들릴 뿐

세상과 완전하게 차단 되어 있네.

 

우리계곡에 앉아 있으니 마음이 차분하고 평안하네.

보이는 것은 시푸른 소나무들 뿐이네.

햇살에 반짝이는 푸른 소나무 잎을 보니 강렬한 생명을 느끼네.

햇살 비친 푸른 소나무에서 강렬한 생명을 보았네.

 

바람이 부네.

그러나 싫지 않네.

춥지도 시원하지도 않은 바람이지만 얼굴이 부드럽네.

정말 봄이 온 것 같네.

 

우리계곡에 마냥 앉아 있네.

한켠을 보니 돌탑이 보이네.

석가탑 다보탑 같네.

오누이탑 같기도 하네.

부부탑일수도 형제 탑일수도 있네.

서로 의지 하는 대상이라면 어떤 이름도 붙일 수 있을 것이네.

 

우리계곡에 앉아 있네.

따사로운 햇살, 졸졸 거리는 계곡물, 빛나는 소나무, 거기에다 부드러운 바람.

우리계곡 양지 바른 곳에 앉아 있네.

 

(진흙속의연꽃)

 

 

계곡 아래로 내려 가 보니

 

계곡 아래로 내려 가 보았다. 좀처럼 내려 가지 않지만 내려감에 따라 감탄사가 우러나올 정도로 참 잘 왔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그것은 암반과 소나무가 어우러진 풍광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봄은 먼 것 같다. 계곡 응달진 곳에는 잔설이 있고 더구나 빙하처럼 계곡물이 얼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계곡이 얼음계곡이 되었지만 양지에는 햇살이 따스하다. 그리고 얼굴에 스치는 바람도 부드럽다. 앞으로 기온이 상승하면 얼음은 눈녹듯이 사라질 것이다.

 

우리계곡을 따라 내려 가면 서울대수목원에 이른다. 더 멀리 가면 안양유원지라 불리웠던 안양예술공원이 나온다. 너무 먼 길이다. 얼음계곡에서 산꼭대기로 방향을 틀었다.

 

고래바위

 

양지바른 암반에는 소나무가 어우러져 모든 것이 깨끗하다. 사람 사는 곳은 시간이 지나면 금방 지저분해 지지만 이곳에서는 늘 청정하다. 아마 비가 모든 것을 씻어 갔기 때문일 것이다.

 

바위에 앉아 한 곳을 보니 예사롭지 않은 형상을 보았다. 바위로 이루어진 관악산에서는 갖가지 형상을 한 바위가 많다고 하는데 눈 앞에 보이는 바위도 어떤 모습이 연상되었다. 그래서 고래바위라고 이름 지어 보았다.

 

  

 

 

 

바위의 형상을 보니 한눈에 봐도 고래 모양이다. 그것도 귀여운 돌고래로 보인다. 돌고래가 머리를 들고 있는 형상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보았을 때 다른 모습으로 비추어질 수 있다.

 

우리계곡에 대하여 우리들만의 계곡이라 하여 우리계곡이라 하듯이 처음 이름 붙이는 사람이 이름 붙이면 그만이다. 만일 이 바위에 대하여 고래바위로 이름이 알려진다면 사람들은 고래바위라 할 것이다.

 

척박한 환경에서

 

관악산은 아기자기한 산이다. 바위와 암반 그리고 소나무가 어우러져 있어서 언제 보아도 질리지 않는다. 암반 위에 앉아 푸르른 소나무를 보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청정해지는 것 같다. 더구나 소나무가 암반에 뿌리를 박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면 경외롭기까지 하다.

 

인적이 끊긴 우리계곡길에서 경이로운 소나무를 많이 보았다. 암반 위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이다. 척박한 환경에서 푸른 생명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 경이로웠다.

 

 

 

 

 

 

 

 

 

 

 

 

 

 

 

 

나무가 뿌리를 내리려면 토양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적절한 수분과 햇볕 등이 있어야 나무가 잘 자란다. 그래서일까 대부분 나무들은 땅에 뿌리박고 있다. 그러나 암반 위에 뿌리박고 있는 나무도 있다는 것이다. 거의 대부분 소나무이다. 도저히 살 수 없을 것 같은 환경임에도 악조건 속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더구나 사시사철 푸르름을 유지 하고 있는 소나무가 경이롭다.

 

 

 

 

 

사람들은 항상 조건을 탓한다. 환경이 좋지 않아서라든가 조건이 성숙되지 않아서 등 갖가지 이유를 대며 자신의 처지를 합리화 하려 한다. 그러나 훌륭한 목수는 연장탓을 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어느 것이든지 집으면 연장이 되기 때문이다.

 

비바람속에서도 꽃은 핀다고 하였다. 악조건 속에서도 삶에 대한 의지가 있는 자는 살아 남는다. 아무리 척박한 환경에서도 생명의 불꽃은 유지된다. 암반 모서리에 작은 흙더미를 의지하여 뿌리를 내린 작은 소나무에서 생명의 승리를 본다.

 

 

 

 

 

 

잣나무 숲이 하늘을 찌르고

 

암반으로 이루어진 관악산은 유쾌한 산이다. 암반에 걸터 앉아 저 멀리 아파트와 빌딩이 숲을 이루는 세상을 내려다 보며 호연지기를 기른다. 비록 가진 것도 없고 세상을 호령할 권력도 없지만 암반에 앉아 있는 순간 만큼은 신선이 된 듯한 느낌이다. 이렇게 마음이 착잡할 때, 마음이 심란할 때, 심신이 지쳤을 때  찾는 우리계곡, 이제 이십년이 되었다.

 

하산길에 잣나무 숲이 하늘을 찌른다. 이십년 전에는 사람 키보다 약간 큰 정도이어서 그다지 크다고 느끼지 않았다. 그러나 이십년이 지난 지금 하늘을 쳐다 볼 정도로 크게 자랐다. 우리계곡은 변함이 없으나 잣나무숲을 보니 확실히 세월이 많이 흐르긴 흘렀나 보다.

 

 

 

 

 

2015-03-09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