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잡담과 법담은 어떻게 다른가?

담마다사 이병욱 2015. 6. 1. 11:16

 

잡담과 법담은 어떻게 다른가?

 

 

 

 

 

조계종단 변천사에 대한 강좌

 

5 30일 휴휴재에서 김형남변호사님의 조계종단 변천사에 대한 강좌가 있었습니다. 먼 길임에도 십 여명 되는 법우님들의 참여가 있었습니다매주 토요일에 각 분야별로 주제별로 강좌가 열리는데 이번 토요일은 종단에 어떻게 파벌이 형성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있었습니다.

 

김변호사님은 지관스님시절 당시 총무원에서 법률자문을 하였습니다. 현재는 참여불교재가연대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종단내부에 대하여 많이 알고 있는 김변호사님은 지난 4월 지관스님을 회상하며  침묵 열어 종단에 생명 입김 불어달라라는 제목으로 불교닷컴에 기고한 바 있습니다.

 

김변호사님이 준비한 교재는 꽤 두툼합니다. 교제1을 보면 한겨레신문 곽병찬대기자의 대한불교 조계종 파벌탐구가 있고, 교제 2에는 이재형님의 불교교단의 치부를 도려낸 자정운동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날 휴휴재에서의 강좌는 주로 1994년도 개혁에 대한 토론이 있었습니다. 앞으로 한 차례 더 강좌를 열 계획이라 합니다.

 

 

조계종 파벌연구와 종단 변천사.hwp

 

강좌가 끝나고 밤샘 토론을

 

강좌가 끝나고 일부 법우님들은 밤샘 토론을 하였습니다. 차를 마시며 토론하기때문에 차담이 되고, 법에 대하여 이야기하기 때문에 법담이 됩니다. 토론중에 보송님이 인상적인 말을 하였습니다. 밤샘 토론 한 것을 복기 한다는 겁니다.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해 내는 것입니다. 사실 이 말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법우님들이 모여 이야기 하면 법담(法談)이 되는데 대부분 자신의 체험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래서 한마디 말에도 공감합니다. 공감했다는 것은 이미 자신의 것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 합니다. 들은 것을 되살려 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 입니다.

 

밤샘토론에서는 다양한 주제로 토론 했습니다. 종단문제, 스님문제, 재가단체의 변천사, 바른불교의 방향, 치매, 죽음, 신행, 신비한 체험 그야말로 땡기는 대로이야기 하였습니다. 가장 많이 거론 된 것은 스님의 행태 이었습니다. 아마 스님이 그 자리에 있었다면 자리를 박차고 나갔을 겁니다.

 

처음에는 두 세 명이 토론을 주도 하였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전부 참여하여 자신의 견해를 밝히게 되었습니다. 이런 점이 마라톤 토론의 장점 일 것 입니다.

 

토론에서 가장 절망을 느낀 것은 치매이었습니다. 고령화시대에 따라 집안에 치매 환자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치매와 관련된 요양원 이야기 등을 들었을 때 삶 자체가 괴로움이라는 것에 모두 공감하였습니다.

 

 

 

 

 

참사람들과 대화 하는 것

 

모임과 관련하여 선택과 집중이 거론 되었습니다. 외부와 내부에 대한 일종의 투트랙전략입니다. 대외적으로도 종단과 사회의 모순을 지적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교육, 순례 등을 통해 재미나는 불교를 만들어 가자는 것 입니다. 이에 대하여 특정인에게 의존하기 보다 스스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참여를 유도하자는 것 입니다.

 

참여의 명분은 개인의 이익과 향상입니다. 건질 것이 있을 때 참여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참여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람이라 봅니다. 참사람들이 많을 때 참여의 폭은 늘어나리라 봅니다. 참사람들과 대화 하는 것 자체가 자신의 이익과 향상에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모임에 참여한 사람은 모두 참사람들이라 볼 수 있다. 일부로 먼 곳까지 찾아와서 밤늦도록, 밤새도록 토론하고 법담을 나누는 것은 무언가 건질 것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참사람과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여기 수행자가 있습니다. 열심히 수행하여 해탈 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누군가는 소승이라 말할지 모릅니다. 부처님 당시에도 그랬습니다.

 

어느 바라문이 부처님을 향해 출가하여 오로지 자신만을 수련하고 자신만을 평안하게 하고 자신만을 해탈시킵니다. 그러므로 그는 한사람에게만 공덕이 되는 업, 즉 출가작법을 만들어 냅니다.(A3.60)”라 하였습니다. 개인적인 해탈에만 몰두 한다고 비난한 것입니다. 이에 대하여 부처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세존]

“바라문이여, 그렇다면 내가 그것에 대해 질문을 하나 하겠습니다. 마음에 드시면 대답해 주십시오. 바라문이여, 어떻게 생각합니까? 이 세상에 이렇게 오신 님, 올바로 원만히 깨달은 님, 명지와 덕행을 갖춘 님, 올바른 길로 잘 가신 님, 세상을 아는 님, 위없이 높으신 님, 사람을 길들이시는 님, 하늘사람과 인간의 스승이신 님, 깨달은 님, 세상의 존귀한 님이 나타나서 그가 이와 같이 말했습니다.

‘오라, 이것이 길이고 이것이 방도인데, 그것에 따라 나는 청정한 삶의 궁극적 목적을 스스로 분명히 알고 깨달아 이제 알린다. 이것이 길이고 이것이 방도인데, 그것에 따라 그대들도 청정한 삶의 궁극적 목적을 스스로 분명히 알고 깨달아 성취하라.

 

이와 같이 스승이 가르침을 설하고 다른 자가 그 취지를 따릅니다. 그런데 그러한 사람이 수백, 수천, 수만 명이나 됩니다. 바라문이여 어떻게 생각합니까? 그렇다면, 이것은 한사람에게만 공덕이 되는 작법입니까? 많은 사람에게 공덕이 되는 작법입니까?

 

(sagāravasutta- 쌍가라바의 경, 앙굿따라니까야 A3.60, 전재성님역)

 

 

이 말은 무슨 뜻일까요? 부처님이 깨달은 진리는 부처님 한사람만에게만 적용되는 법이 아닙니다. 부처님이 전법하기로 마음을 먹은 순간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법입니다. 그래서 한 두사람도 아니고 수백, 수천, 수만 명이나 되는 사람이 깨달음을 성취하여 같은 길을 가는 것이라 하였습니다.

 

한사람의 해탈자가 출현하면 여러 사람에게 이익입니다. 자비심으로 회향하려 하기 때문 입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바라문 상가라바에게 “이것은 한사람에게만 공덕이 되는 작법입니까? 많은 사람에게 공덕이 되는 작법입니까?”고 되물은 이유 입니다.

 

한사람의 도인이 세상에 출현하면 세상이 맑고 향기로워집니다. 반면 한사람의 사기꾼이 세상에 출현하면 세상은 혼탁해집니다. 그것은 ‘계의 향기’로 설명됩니다.

 

 

꽃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가지 못한다.

전단향도 따가리향도 말리까향도,

그러나 참사람의 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가니

참사람의 향기는 모든 방향으로 퍼져 간다.”

(Dhp54)

 

 

보송님은 지방의 작은 도시에서 의원을 개업하고 있습니다. 동국대출신으로서 스님들의 행태에 대하여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모두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스님들의 임종모습을 보고서 실망하였다고 합니다. 그런 보송님의 말중에 또 하나 인상적인 말은 꿈속에서도 법우님들이 보인다고 하였습니다. 법담하는 즐거움일 것 입니다. 땡기는 대로, 중구난방식으로 이야기 하는것 같지만 복기해 보면 남는 것이 있다는 말입니다.

 

잡담과 법담은 어떻게 다른가?

 

일반사람들은 모이면 잡담을 합니다. 그러나 수행자들은 모이면 법담을 합니다. 잡담과 법담은 어떻게 다를까요? 잡담은 개인적인 가십에서부터 세상돌아가는 이야기 등으로 다양합니다. 잡담에 대하여 초기경에서는그 무렵 유행자 뽓따빠다는 많은 유행자의 무리와 함께 앉아서 시끄럽게 왁자지껄 큰 소리로 떠들면서 여러 가지 잡담, 예를 들어 왕에 대한 이야기, 도적에 대한 이야기, 대신들에 대한 이야기, 군사에 대한 이야기, 공포에 대한 이야기, 전쟁에 대한 이야기, 음식에 대한 이야기, 음료에 대한 이야기, 의복에 대한 이야기, 침대에 대한 이야기, 꽃다발에 대한 이야기, 향료에 대한 이야기, 친척에 대한 이야기, 수레에 대한 이야기, 마을에 대한 이야기, 부락에 대한 이야기, 도시에 대한 이야기, 지방에 대한 이야기, 여자에 대한 이야기, 영웅에 대한 이야기, 도로에 대한 이야기, 목욕장에서의 이야기, 망령에 대한 이야기, 사소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시시비비 거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D9)”라 하였습니다. 모두 25종류의 잡담이 소개 되어 있습니다.

 

잡담은 무익한 것입니다. 시간때우기와 스트레스해소용으로 좋을지 몰라도 수행자에게는 바람직 하지 않습니다. 부처님은 위와 같은 25가지 주제를 논의하지 말아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왜 그렇게 말씀 하셨을까요? 그것은 부처님이 “수행승들이여, 그러한 논의는 이치에 맞지 않고, 청정한 삶을 시작하는데 맞지 않고, 싫어하여 떠남에 도움이 되지 않고, 사라짐에 도움이 되지 않고, 적멸에 도움이 되지 않고, 곧바른 앎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올바른 깨달음에 도움이 되지 않고, 열반에 드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S56.10)”라고 말씀 하신 데서 알 수 있습니다. 수행자는 어떤 말을 해야 할까요? 이에 대하여 초기경전에서 부처님이 이렇게 말씀 하셨습니다.

 

 

[세존]

“수행승들이여, 믿음으로써 집에서 집 없는 곳으로 출가한 그대들 훌륭한 가문의 자제들이 법담을 위하여 모였다는 것은 훌륭한 일이다. 수행승들이여, 모임은 두 종류로 이루어져야 한다. 법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고귀한 침묵을 지키는 일이다.

 

(고귀한 구함의 경, 맛지마니까야 M26, 전재성님역)

 

 

부처님은 가르침에 대하여 논의하는 것을 장려 하였습니다. 정치이야기 등 세상에서 회자 되는 25가지 이야기를 하느니 차라리 침묵하는 것이 더 낫다고 하였습니다. 청정한 삶을 실현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새겨 들을만한 법담

 

잡담은 이야기 하고 나서도 자리를 뜨면 깨끗이 잊어 버립니다. 그러나 법담은 귀중한 체험에서 우러나온 것이기 때문에 깊이 새겨 들을 가치가 있어서 기억해 냅니다. 한마디로 건질 것이 있기 때문에 모임에 참여 하는 것이라 봅니다.

 

인내하고 온화한 마음으로

수행자를 만나서 가르침을 서로 논의하니,

이것이야말로 더 없는 축복입니다.”

(stn266)

 

 

2015-05-31

진흙속의연꽃

 

조계종 파벌연구와 종단 변천사.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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