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의 석류꽃
유월은 장미의 계절입니다. 어디를 가나 장미천지입니다. 개인주택의 담벼락에도 아파트단지 담장에도 온통 장미투성이입니다.
아무리 장미가 아름답기로서니, 아무리 장미가 향기롭다 하여도 장미만 있으면 식상합니다. 이럴 때 눈에 띄는 것이 있습니다. 아파트 화단 한 켠에 홀로 피어 있는 석류입니다.
석류나무의 존재를 이제야 알았습니다. 꽃이 피니 존재가 드러난 것 입니다. 평소에는 있는 줄 조차 몰랐으나 새빨간 자루모양의 석류꽃을 보고서 비로서 알았습니다.
우리는 이 땅에 존재합니다. 그러나 갠지스강의 모래알과 같은 존재입니다. 그럼에도 이 몸과 이 느낌이, 이 지각이, 이 형성이, 이 의식이 내것이라는 집착이 있어서 여기에 있게 된 것입니다.
여기 날지도 못하는 새가 있습니다. 날개가 있으나 날지 않으니 나는 방법을 잊어 버린 것입니다. 여기 울지도 못하는 새가 있습니다. 목소리가 있으나 울지 않으니 우는 방법을 잊어 버린 것입니다. 여기 어리석은 자가 있습니다. 저 마음 깊숙한 곳에 지혜의 종자가 있으나 계발하지 않으니 지혜의 눈이 생겨 나지 않은 것입니다.
석류나무는 꽃이 필 때 존재감을 과시합니다. 모래알과 같은 인간 역시 꽃이 필 때 존재감을 과시합니다. 청춘의 꽃, 젊음의 꽃이라기 보다 도의 꽃입니다. 도를 이루는 것은 꽃이 피는 것과 같습니다.
2015-06-04
진흙속의연꽃
'나에게 떠나는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찌 메르스뿐이랴? 행복바이러스도 있다네 (0) | 2015.06.12 |
---|---|
멘탈파워에도 등급이 있다 (0) | 2015.06.06 |
쾌속상승하는 아파트 (0) | 2015.06.03 |
“난 아직 할 일이 많은데...”메르스바이러스 괴담을 보고 (0) | 2015.05.30 |
게으른 자는 이미 죽은 자 (0) | 2015.05.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