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회

왜 현재를 관찰해야 하는가? 김성철 교수의 법성게 강연을 보고

담마다사 이병욱 2015. 6. 29. 11:35

 

왜 현재를 관찰해야 하는가? 김성철 교수의 법성게 강연을 보고

 

 

김성철 교수의 법성게 강연

 

김성철 교수의 법성게강좌를 들었습니다. 방배동에 있는 마지라는 사찰음식전문점에서 입니다. 오신채를 쓰지 않는 사찰음식 전문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층에 넓직한 부페식당이 세미나를 할 수 있도록 시설이 되어 있습니다.

 

 

 

 

 

 

이날 참석한 인원은 90명 가량 됩니다. 스님들도 다수 참석하였습니다. 90명 가량 앉기에는 비좁아 보조의자까지 동원 되었습니다. 너무 밀집되게 앉아서 인체에서 나는 열기로 공기가 탁하였습니다. 메르스가 진정 되었다고 하나 누군가 기침을 하면 예민하게 반응 하는 것 같습니다.

 

 

 

 

 

 

 

 

 

 

 

 

김성철교수의 강연은 유명합니다. 사회자가 소개하가기를 청중을 몰고 다닌다고 하였습니다. 불교학계에서는 중관학의 권위자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홈페이지는 http://www.kimsch.net/mettaframe.htm  입니다. 최근에는 뇌와 관련하여 독특한 이론도 펼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단멸론은 아닙니다.

 

대게 뇌과학자들이나 생물학자들은 마음과 연결하여 강연하면 단멸론이라 합니다. 죽으면 아무 것도 남는 것이 없다는 사상을 말합니다. 이에 대하여 김성철 교수는 오버한다고 하였습니다. 자신의 학문영역을 넘어선 것에 대한 지적입니다.

 

김성철교수는 2시간 반 동안 법성게를 강연 하였습니다. 그 동안 들어서 알고 있었던 것도 있고 새로운 내용도 있습니다. 그런 법성게는 언제 들어도 재미 있습니다.

 

세상이 작은 눈동자로 수렴하듯이

 

김성철교수에 따르면 법성게에도 백미가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것은 일중일체다중일로 시작 되는 게송 부분입니다. 일곱글자의 한자로 된 게송에 대하여 운율에 맞게 한글로 번역하였다고 하였습니다. 관련된 게송을 옮겨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일중일체다중일(一中一切多中一)
일즉일체다즉일(一卽一切多卽一)
일미진중함시방(一微塵中含十方)
일체진중역여시(一切塵中亦如是)
무량원겁즉일념(無量遠劫卽一念)
일념즉시무량겁(一念卽是無量劫)

 

하나 속에 모두 들고 모두 속에 하나 들며,

하나가 곧 모두이고 모두가 곧 하나이며,

한 티끌의 먼지 속에 온 우주가 들어가고,

낱낱 모든 티끌에도 역시 그와 마찬가지.

무량한 구원겁이 한 순간의 생각이고,

한 순간의 생각이 무량겁의 세월이며,

 

 

김성철교수법성게-마지_150628A.3gp

 

 

 

 

 

어떻게 티끌 속에 우주가 들어갈 수 있을까? 이에 대하여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 합니다. 이를 인드라망의 거울로도 설명합니다. 서로를 비추는 공모양의 거울이 있습니다. 서로 망처럼 연결되어 있는 곳에 구슬처럼 생긴 거울이 있는데 서로 비추고 있습니다. 이 거울을 축소하면 티끌처럼 작아 질 것입니다. 그래서 티끌 속에 온 우주가 들어 간다고 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시각으로도 설명합니다.

 

눈을 뜨면 세상이 한눈에 들어 옵니다. 세상이 작은 눈동자로 수렴하는 것입니다. 청각도 마찬가지입니다. 오감으로 모든 세상이 수렴 됩니다. 그래서 한티끌 속에 온 우주가 들어 간다고 하였습니다.

 

일중일체다중일로 시작 되는 게송은 지금 여기를 말합니다. 그것은 한점에 포커스가 맞추어지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하여 “3차원 우주상의 그 어떤 좌표점도 한점이라는 객관적 측면과 함시방이라는 주관적 측면이 함께 한다.”라고 설명합니다.

 

지금 여기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이는 주관적 세계에 사는 자를 말합니다. 반대로 세상이 있어서 나가 있다면 객관적 세상을 말합니다. 그런데 주관과 객관이 일치 되는 점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하나 속에 모두 들고 모두 속에 하나 들며, 하나가 곧 모두이고 모두가 곧 하나이며로 시작되는 게송이라 합니다.

 

화엄경을 모티브로 하여

 

의상조사가 지은 법성게는 화엄경을 모티브로 한 것이라 합니다. 김성철 교수의 논문 화엄사상에 대한 현대적 이해에 따르면 비로자나불의 털구멍이나 털 끝, 또는 빛살 하나에 온 우주가 담긴다.”라고 하였습니다. 이는 화엄경 세주묘엄품(世主妙嚴品)을 근거로 한 것입니다. 그래서 과거, 현재, 미래의 무량겁에 걸쳐 이룩되고 무너졌던 갖가지 일들이 부처님의 털구멍 하나 속에서 모두 나타날 수 있다.”라고 하였습니다. 이러한 화엄사상을 잘 표현하는 것이 의상조사의 법성게라 합니다. 또한 이 게송은 반야심경의 색즉시공 공즉시색과 같은 맥락이라 합니다.

 

 

avatamsaka.hwp

 

법성게에서 무량원겁즉일념 일념즉시무량겁 구세십세호상즉 잉불잡란격별성이 있다. 이 게송과 관련하여 김성철 교수는 하나의 게송으로 설명하였습니다.

 

 

과거는 지나갔기에 만난 적이 없고,

미래는 오지 않아서 만날 수가 없으며

현재는 과거와 미래의 틈에 끼어서 있을 곳이 없다.

 

 

이 시를 보면 마치 금강경에서 과거심불가득, 현재심불가득, 미래심불가득이라고 선언한것 같습니다. 이미 지나간 과거나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만날 수 없음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지금 여기라는 현재는 가능할 것이다. 그럼에도 엄밀히 따지면 현재도 만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를 미분의 원리로 설명합니다.

 

미분은 잘게 부수는 것을 말합니다. 현재라 하지만 현재가 존재 하지 않는 것은 시간을 잘게 부수기 때문 입니다. 그렇다면 과거나 미래나 현재라는 시간은 존재하는 것일까요?

 

왜 현재를 관찰해야 하는가?

 

시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흐름만 있을 뿐입니다. 그것은 사건의 흐름입니다. 연기적으로 조건에 따라 일어나고 사라지는 흐름을 말합니다. 그래서 흐름을 잘 관찰하면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는 초기경전에서 다음과 같은 게송으로 설명됩니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지 말고

미래를 바라지도 말라.

과거는 이미 버려졌고

또한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그리고 현재 일어나는 상태를

그때 그때 잘 관찰하라.

정복되지 않고 흔들림없이

그것을 알고 수행하라.

 

오늘 해야 할 일에 열중해야지

내일 죽을지 어떻게 알 것인가?

대군을 거느린 죽음의 신

그에게 결코 굴복하지 말라.

 

이와 같이 열심히 밤낮으로

피곤을 모르고 수행하는 자를

한 밤의 슬기로운 님

고요한 해탈의 님이라 부르네.(M131)

 

 

맛지마니까야 한밤에 슬기로운 님의 경(M131)’에 실려 있는 게송입니다. 여기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이는 어떤 뜻일까요? 주석에 따르면 갈애와 사견 때문에 과거로 되돌아 가는 것은 옳지 않다.”는 뜻 입니다. 미래 역시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갈애와 사견으로 미래를 바라지 말라는 말입니다.

 

마음이 과거나 미래에 가 있으면 괴롭습니다. 지나간 과거는 주로 후회와 회환이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는 근심과 걱정이 주로 차지 하기 때문입니다. 과거는 이미 버려진 것이고 미래는 오지 않은 것입니다. 그런 과거나 미래에 마음이 머물러 있다면 괴로움이 더 많습니다. 그래서 마음을 항상 현재에 두라고 합니다.

 

그러나 현재의 마음도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현재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관찰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현재 일어나는 상태를 그때 그때 잘 관찰하라고 한 것입니다. 그렇게 관찰하다 보면 현상이 무상하고 괴롭고 실체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통찰하면 탐욕등에 흔들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괴로움과 죽음을 극복할 수 있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

 

삼신불사상과 삼위일체사상의 유사성에 대하여

 

법성게 강연이 끝나고 질의 응답시간이 있었습니다. 어느 질문자가 불교의 삼신불사상에 대하여 기독교의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닌지 질문 하였습니다. 이는 김성철교수가 비로자나불은 기독교의 성부인 하나님과 같은 개념이고, 아미타불은 성령과 같고, 석가모니 부처님은 성자인 예수와 같은 개념이라 설명하였기 때문입니다. 또한 용수가 활동한 시기가 150년에서 250년인 것을 예로 들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김성철교수는 삼신불사상과 삼위일체사상은 사유구조가 유사해서 발생한 것이라 설명하며 기독교의 영향을 부정하였습니다마치 엄마 아빠라는 말이 전세계적으로 같은 발음체계를 가진 것과 같다는 것을 예로 들었습니다. 그래서 삼신불사상이나 삼위일체사상은 자연발생적이라는 것 입니다. 우연의 일치로 보는 것 같습니다.

 

김성철 교수는 법화경도 기독교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설명합니다. 오히려 기독교가 불교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합니다. 예수가 사랑에 대하여 이야기 한 것은 사막의 종교에서 나올 수 없다는 것을 예로 들었습니다. 도마복음을 예로 들어 오히려 불교의 불교의 자비사상이 기독교에 유입 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식식(識食)과 보양식을 함께 한 것 같아

 

강연이 끝나고 저녁식사 를 했습니다. 오신채가 없는 사찰요리입니다. 물어보니 백련음식문화연구소에서 운영하는 곳이라 합니다. 스님이 하는 것이 아니라 재가 불자가 하는 곳입니다. 그런데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불자들 보다 기독교 목사들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합니다. 손님들의 80프로가 기독교 손님이라 합니다.

 

 

 

 

 

 

 

 

 

 

 

이번 세미나 비용은 2만원 입니다. 세 시간 강연 듣고 저녁까지 먹으니 식식(識食)과 보양식을 함께 한 것 같아 포만감을 느꼈습니다.

 

2015-06-28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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