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회

스승에 대한 믿음

담마다사 이병욱 2016. 9. 2. 10:51

 

 

스승에 대한 믿음

 

 

 

 

 

 

 

 

 

 

더위는 물러가고 선선한 가을이 되었습니다. 이번 주 두 군데 수행모임에 참여 했습니다. 글쓰기 하는 것도 일종의 수행이지만 실참수행을 해야겠다고 오래 전부터 생각해 왔습니다. 생업에 종사하고 있는 입장에서 10일 짜리 집중수행은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미얀마는 꿈에도 꿀 수 없습니다. 곰곰히 생각해 보니 주말이나 저녁에 열리는 수행모임에 참석하면 그나마 나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찾은 곳이 한 곳은 위빠사나이고 또 한곳은 참선하는 곳입니다. 모두 재가법사가 지도합니다.

 

화요일 위빠사나 모임에 처음 참석했습니다. 종로 2가와 3가 사에 있는 종로오피스텔입니다. 미디어붓다 이학종대표기자와 통화하다가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장소가 비좁은 관계로 10명 한정이라 했습니다. 장소는 미디어붓다에서 관리하는데 미붓아카데미라는 팻말이 붙어 있습니다.

 

7시에 시작 하는 모임에 10명 가량 참석했습니다. 그 중에는 아는 사람도 한 분 있었습니다. 재가불교운동단체를 이끌고 있는 분입니다. 지도는 미얀마에서 수행한 도이법사님이 했습니다. 첫날은 좌선과 경행없이 도이법사의 법문을 들었습니다. 나이가 칠십 가까이 됨에도 불구하고 진리에 대한 열정은 젊은이들 못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매우 익숙합니다. 한국명상원 묘원법사로부터 들은 내용과 같습니다.

 

2009년 당시 1년 동안 50회 가량 묘원법사의 법문을 들었습니다. 매주 토요일 오후 6시부터 시작 되는 모임에서 법문과 경행과 좌선, 인터뷰 순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끝나는 시간은 거의 10시 가까이 됐습니다. 교재는 마하시사야도의 빠띳짜사뭅빠다(paticcasamupada: 십이연기)였습니다. 이 법문을 듣고 비로서 부처님이 어떤 말씀을 하셨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불교에 대한 것은 20009년을 기점으로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지게 되었습니다.

 

도이법사는 묘원법사와 나이가 비슷한 것 같습니다. 40대 까지 기독교를 믿다가 불교로 전향했는데 누구나 그렇듯이 처음에는 대승이었다고 합니다. 참선도 하고 화두도 드는 등 나름대로 피가 철철나게 해 보았지만 만족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물론 화두를 드는 과정에서 얻은 것도 많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위빠사나를 접하고 나서부터 달라졌다고 합니다. 묘원법사로부터 지도를 받고 미얀마에게 가서 수행도 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위빠사나를 지도하는 재가법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목요일 참선모임에 참석했습니다. 역시 종로2가에 있습니다. 불교관련 단체가 입주해 있는 두산위브빌딩입니다. 종로오피스텔 보다는 꽤 넓직합니다. 거의 두 배는 되는 것 같습니다. 이곳도 빌려 쓰는 곳입니다. 매일 다른 단체들이 사용합니다. 참선모임은 숭산스님의 관음선종입니다. 정식명칭은 관음서울선구룹(Kwan Um Seoul Zen Group)’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곳도 재가법사가 지도합니다. 폴란드 출신의 외국입니다. 영어로 법문하면 한국인이 통역해주는 식입니다. 지도법사는 1981년에 숭산스님과 인연을 맺었다고 합니다. 현각스님 보다 더 먼저 들어왔다고 합니다.

 

참선모임은 위빠사나모임과 여러 모로 다릅니다. 위빠사나모임이 철저하게 경전과 논장을 근거로 하여 교학과 수행을 병행 하는 것이라면, 참선모임은 경전에 의존하지 않고 실제로 체험한 것 위주로 하는 듯 합니다. 그래서 부처님 말씀이라도 자신이 체험하지 않은 것이라면 말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것 같습니다. 포인트는 오직 모를 뿐입니다. 재가법사는 숭산스님 가르침대로 “Only don’t know”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좌선 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온리돈노하라고 합니다. 그러다 보면 깨달을 수 있다고 합니다.

 

불교에 여러 가지 수행전통이 있습니다. 또한 여러 가지 수행방법이 있습니다. 어느 것이 자신에 맞는지는 해 보아야 알 수 있습니다.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수행방법을 찾아 가면 될 것입니다. 그런데 분명한 사실은 혼자 수행하는 것 보다 훨씬 낫다는 사실입니다. 사실 홀로 수행하면 잘 되지 않습니다. 나중에는 거의 하지 않게 됩니다. 그러나 모여서 하면 효과가 있습니다. 더구나 지도를 받고 법문까지 들으면 일석삼조라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스승에 대한 신뢰입니다. 스승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수행을 지속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는 초기경전에서도 강조되어 있는 사항입니다.

 

 

그는 그를 조사해서 어리석음의 현상에서 벗어나 청정한 것을 알았으므로, 거기에서 그에게 믿음이 확립되고, 믿음이 확립되면 존중하게 되고, 존중하면 섬기게 되고, 섬기면 청문하게 되고, 청문하게 되면 가르침을 배우게 되고, 배우게 되면, 가르침에 대한 새김이 생겨나고, 새김이 생겨나면, 가르침에 대한 의미를 고찰하게 되고, 의미를 고찰하게 되면 가르침에 대한 성찰을 수용하게 되고, 가르침에 대한 성찰을 수용하게 되면, 의욕이 생겨나게 되고, 의욕이 생겨나면 노력하게 되고, 노력하면 깊이 관찰하게 되고, 깊이 관찰하면 정근하게 되고, 정근하면 몸으로 최상의 진리를 깨닫게 되며, 마침내 지혜로써 꿰뚫어 보게 됩니다. 바라드와자여, 이렇게 진리는 깨달아지고, 이렇게 진리를 깨닫습니다.” (M95)

 

 

스승을 선택할 때 가장 먼저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남아 있는지 보라고 했습니다. 탐진치가 없다면 스승으로 삼을만 합니다. 이때 믿음이 생겨납니다. 만일 스승에 대해 미심쩍은 것이 있다면 믿지 않을 것입니다. 스승에 대한 믿음이 확고 해야 그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습니다. 경에서는 믿음, 존종, 섬김, 청문하는 순으로 설명되어 있습니다.

 

스승에게 질문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을 때 배울 수 있는 자세가 갖추어진 것입니다. 청문이후 단계를 보면 가르침에 대한 새김(sati), 고찰, 수용, 의욕, 노력, 관찰, 정근로 전개 되어 마침내 깨닫게 된다고 했습니다. 모든 출발점은 스승에 대한 믿음에서 시작됩니다.

 

가을 들어 두 군데 수행모임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생업에 종사하는 보통불자로서 하는 일도 바쁘고 블로그에 글도 써야 되지만 매주 두 번 종로2가행 전철을 타는 것은 게으르지 않기 위함입니다. 저녁 시간 하릴 없이 시간 보내는 것이 너무 아깝습니다. 해가 져서 어둠이 깔리면 일하기도 싫어지고 그저 편히 쉬고 싶은 마음 뿐입니다. 이럴 때 마음을 잡기 위해서는 수행모임이 최고인 것 같습니다. 이왕 시작했으니 석 달은 다닐 생각입니다. 모처럼 훌륭한 스승을 모시고 위빠사나와 참선을 배워 보려 합니다.

 

 

2016-09-02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