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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는 골방에서, 봉사는 가장 낮은 자리에서

담마다사 이병욱 2016. 5. 13. 08:17

 

 

기도는 골방에서, 봉사는 가장 낮은 자리에서

 

 

우리는 봉사한다?

 

차를 몰고 교외로 가면 종종 눈의 띄는 돌비석이 있다. 큰 바위돌에 우리는 봉사한다라고 쓰여 있다. 자세히 보면 대게 라이온스클럽이나 로타리클럽이다. 이런 비석을 볼 때 마다 드러내 놓고 봉사이야기를 한다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느낀다. 기도는 골방에서 한다는 말이 있다. 드러내 놓고 하는 기도가 거부감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최봉수교수의 불교강좌를 듣다가 재미 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때 아시아의 스트라이커이었던 차범근이 골을 넣을 때마다 기도세레머니를 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런 장면을 보았을 때 차범근이 나오는 축구 경기는 늘 불안 하다는 것이다. 골을 못 넣어 질 까봐 두렵고 골을 넣으면 기도세레모니를 볼까봐 두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골을 넣어도 두렵고 골을 안넣어도 두렵다는 우스개 소리를 하였다. 이런 차범근의 공개적인 기도세레모니에 대하여 대학선배인 도올 김용옥교수가 기도는 골방에서 하는 것이라 하여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기도는 골방에서 하듯이 봉사 역시 드러내 놓고 하면 의미가 퇴색된다. 보여주기 내지는 과시용 밖에 되지 않는다. 전국적으로 수도 없이 설치 되어 있는 비문 우리는 봉사한다라는 문구를 보았을 때 귀족클럽의 자기과시로 보이는데 나만 그럴까?

 

여법한 법회모임

 

봉사하는 삶이 쉽지 않다. 이익과 손실을 따지는 사회에서 남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산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와 희생을 필요로 한다. 가장 먼저 이기심을 버려야 한다. 이기심이 있는 한 결코 봉사할 수 없다. 아상(我相)이 무너졌을 때 비로소 봉사와 희생이 가능하다. 아무리 작은 조직이나 단체에서라도 묵묵히 봉사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작은 법회모임의 총무를 맡고 있다. 회비를 내는 정회원 수는 35명에 지나지 않는다. 초창기에는 백명이 넘았다. 12년 전 법회모임이 출범 했을 때는 버스 두 대로 순례법회 갈 정도이었다. 그러나 12년이 지난 현재 한 차 채우기도 버겁다. 그럼에도 모임이 이렇게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다는 것은 기적 같은 일이다.

 

법회모임은 기본적으로 분기마다 열린다. 그 사이에 순례법회가 있고 경조사가 있다면 거의 매달 만나는 셈이 된다. 이렇게 다져진 멤버가 30여 명 된다. 이번 정기 기별법회모임을 주관하였다. 바빠서 그런지 13명이 참여 했다. 그럼에도 법회 식순에 따라 여법하게 진행하였다.

 

 

 

 

 

 

 

 

 

법회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삼귀의와 사홍서원이다. 여기에 반야심경, 천수경이 포함 되어 있다. 우리나라 불자들은 대승불교권이기 때문이다. 초기불교에 대하여 글을 쓰는 입장에서 하나 더 집어 넣었다. 대승경전 독송이 끝나면 반드시 축복경(행복경: 망갈라경)이나 자애경(멧따경)을 추가한 것이다. 이날 법회 모임에서는 자애경을 낭송하였다.

 

이백만원을 보시한 회장님

 

경전독송이 끝나고 토론에 들어갔다. 경과보고와 활동계획에 대한 것이다. 이에 전임총무와 현감사간에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것은 감사보고서에 대한 것이다. 감사보고가 늦어 진 것이 주요한 원인이다.

 

법회모임에 상당한 금액의 기금이 확보 되어 있다. 12년간 가정법회비 등 수입이 있기 때문이다. 재정을 투명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작년 처음 총무를 맡고 난 후 시스템을 잘 이해 하지 못해 헤매었다. 그래서 감사보고서가 늦어진 것이다. 이런 이유로 설전이 벌어졌다. 그러나 한번 해 보았기 때문에 다음 번에는 문제 없을 것 같다. 무엇이든지 처음 하기가 어렵지 그 다음은 매우 쉽다.

 

통장내역은 낱낱이 공개된다. 사용내역을 기입한 별도의 보고서를 만들었다. 지난 제주순례로 인하여 잔고가 상당히 줄었다. 제주성지순례 비용에서 절반을 기금에서 부담하였기 때문이다. 이에 모임의 회장님이 갑자기 이백만원을 보시하겠다고 했다. 제주순례 이전 금액으로 환원 시켜 놓겠다는 것이다. 이런 제안에 깜짝 놀랐다. 모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그럼에도 회장님이 강행 하자 어쩔 수 없이 받아 들였다.

 

모임을 대표 하는 회장님은 입지전적 인물이다. 제주순례에서 들은 이야기이지만 해양관련 고등학교를 나온 후에 현재는 중견 건설회사의 부사장으로 있다. 최근에는 베트남에서 400억 짜리 공사를 수주했다고 한다. 수주를 위하여 수십번 통화를 했는데 입이 닳을 정도이었다고 했다. 모임에 참석 하기 바로 전에 강릉에 다녀 왔다고 했다. 더구나 눈 수술까지 하여 눈이 충혈 되어 건강이 악조건임에도 참석 했다.

 

전자제품개발자로서

 

요즘 유행가 중에 있을 때 잘해!”라는 말이 있다. 이를 현직에 있을 때 잘해!”라고 패러디 할 수 있다. 잘 나갈 때, 현직에 있을 때 잘 해야 함을 말한다. 현직에서 벗어 났을 때, 조직이나 단체에서 나오게 되었을 때 아무도 알아 주지 않는다. 실제로 그런 경험이 있다.

 

전자제품개발자로서 20년 회사생활을 했다. 회로설계를 포함하여 제품이 생산될 때 까지 전과정을 책임져야 하는 하드웨어엔지니어 입장에서 가장 큰 업무 중의 하는 부품승인이다. 어떤 부품을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권한이 설계자에게 있는 것이다. 그래서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에서는 승인을 받기 위하여 노력한다. 타겟은 승인여부를 결정하는 하드웨어엔지니어에게 있다.

 

하드웨어엔지니로서 일을 할 때 수 많은 부품업체 영업직을 만난다. 그러나 퇴직하고 나면 거짓말처럼 전화 한 통 오지 않는다. 현직에 있을 때는 시도 때도 없이 전화하여 만나자고 하지만 조직을 나오는 순간 아무도 쳐다 보지 않는다. 철저하게 이해관계로 엮어진 사회의 단면이다.

 

가장 낮은 자리에서

 

법회는 사홍서원과 산회가로 끝난다. 법회가 끝나면 과일을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불단에 공양물로 올린 과일을 함께 나누어 먹는 것이다. 이번 공양물은 시모상을 겪은 법우님이 보시하였다. 수박, , 사과, 키위, 딸기를 함께 나누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이렇게 법회가 끝난 후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가장 즐거운 시간이다.

 

자주 만나야 정이 든다. 모임은 모이는 것에서부터 시작 된다. 모이지 않으면 모임이라 볼 수 없다. 그래서일까 아무리 바빠도 모임에 참석하는 법우님들이 있다. 봉사가 따로 없다. 모임에 참석하는 것 자체가 봉사이다. 귀족클럽처럼 우리는 봉사한다고 돌에 새겨 놓는 것이 아니라 알아주건 알아주지 않건 묵묵히 자신의 할 바를 다하는 사람들이 진정한 봉사자이다.

 

이날 밤 늦게 봉사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부처님오신날이 이틀 앞으로 다가 옴에 따라 연등을 손보는 등 밤을 세워 봉사하는 법우님들을 말한다. 이들 봉사자들에게 남은 도시락과 과일을 가져다 주었다.

 

혼자 있을 때는 누가 보지 않기 때문에 엉망이 될 수 있다. 혼자 있을 때 못된 짓 하기 쉽다. 여럿 있을 때는 보는 눈이 있기 때문에 신경을 쓴다. 기도는 골방에서 하는 것이라 했다. 봉사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요란 하게 우리는 봉사한다라고 돌에 새겨 과시 하는 것이 아니라 누가 보건 말건 가장 낮은 자리에서 자신의 할 바를 다하는 것이다. 그런 모습을 이번 모임에서 보았다. 언제나 그렇듯이 자신의 할 바를 다하는 법우님들, 그리고 봉축준비를 위해 밤을 새는 법우님들에게서 진정한 봉사의 모습을 보았다.

 

 

2016-05-13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