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모임이 왜 어려운가, 송년회날에
누구나 한 두 개쯤 모임이 있습니다. 사람에 따라 더 많은 모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지랖 넓은 사람, 발이 넓은 사람은 수 많은 모임을 가지고 있어서 늘 바쁩니다. 모임에는 순수한 친목모임도 있는가 하면 이익을 위한 모임도 있습니다. 어느 모임이든지 참여 하고 있다는 그 사실 자체는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순수한 친목모임에서
군중속의 고독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수 많은 사람들이 왕래하는 길거리에서 아무도 알아 주는 사람이 없는 것과 같습니다. 도시에서 살아 가지만 마치 외딴 섬에 있는 것과 같습니다. 외부와 접촉하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에서 살아 갈 때 매우 위험스런 것이라 합니다. 대부분 자살자들이 고립된 삶을 살아 가는 사람들이라 합니다. 스스로 고립 했을 때 자신만의 생각에 빠질 수 있어서 극단적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순수한 모임이든, 이익을 취하는 모임이든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 갈 때 향상이 있고 성장이 있습니다. 모임에서는 반드시 배울만한 사람, 훌륭한 사람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 사람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향상과 성장을 이룰 수 있습니다. 특히 순수한 친목모임에서 그렇습니다.
내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
많은 모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종교모임, 동창모임, 수행모임, 공부모임 등이 있는데 구성원들 간에 탄탄한 것도 있고 느슨한 것도 있습니다. 그런 모임 중에 법회모임이 하나 있습니다. 창립된지 만 12년 된 작은 모임입니다. 2014년 불교교양대학 멤버들입니다. 벌써 12년이라는 세월이 흘러서 강산도 변했습니다. 그때 당시 40대는 50대가 되고, 50대는 60대가 되었습니다. 물론 60대는 70대가 되었고, 30대는 40대가 되었습니다.
작은 법회모임에서 총무를 맡고 있습니다. 임기 3년의 총무를 선거로 맡겨 주신 것입니다. 12년 전통의 법회모임에서 나름대로 소임을 다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때로는 실망하기도 하고 좌절하기도 합니다. 그것은 내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 입니다. 가장 큰 것은 참여입니다. 참여해야만 모임이 이루어질 수 있는데 참여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일시적으로 낙담하기도 합니다.
토요모임이 왜 어려운가
임기 3년 총무직에서 2년 째입니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송년법회모임을 준비 했습니다. 말이 송년법회이지 사실상 송년회와 같습니다. 불교모임이기 때문에 송년회를 해도 여법하게 형식을 갖추는 것입니다. 모임을 시작할 때 삼귀의를 하고 모임이 끝날 때는 사홍서원을 하고 산회가를 제창함으로써 끝을 맺습니다.
매년 송년법회는 12월 첫 째주 토요일입니다. 수 년 전부터 이렇게 시행되어 왔기 때문에 관행이나 다름 없습니다. 그런데 참여자가 너무 적은 것입니다. 예상했던 것에서 반에도 미치는 숫자입니다. 이렇게 해서는 모임의 의미가 없습니다. 전부 참여하지 못하더라도 칠팔십 프로는 되어야 하나 과반에 미치지 못한다면 적법하지 않은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토요모임이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일까요? 그것은 사회적 현상에 따른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요즘 대부분 행사가 토요일에 몰려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결혼식은 대부분 토요일입니다. 모임도 토요일이 많습니다. 수행모임이나 공부모임은 거의 대부분 토요일 입니다. 심지어 등산모임 등 동호회 모임도 토요일입니다. 주오일제로 인하여 사회 패러다임이 변한 것입니다. 그런데 토요일임에도 일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 입니다. 자영업이나 장사하는 사람의 경우 토요일은 사실상 일하는 날입니다. 그야말로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날은 일요일 하루입니다. 그러나 일요일 모임이나 행사를 잡지 않는 것이 보통 입니다. 일요일은 쉬는 날, 종교행사 참여 하는 날, 산행하는 날로 암묵적 동의가 이루어져 있기 때문 입니다.
일요모임으로 변경했는데
토요모임을 일요모임으로 변경했습니다. 일년에 한번 있는 송년모임에 많은 법우님들을 동참하게 하기 위해서 입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토요일은 가능하지만 일요일은 불가능하다는 법우님들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 어느 법우님은 한번 결정된 것을 변경하는 것에 대하여 따끔하게 질책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보다 많은 법우님들을 참석케 하기 위하여 고육지책으로 일요모임을 강행 했습니다. 그리고 참석하지 못하는 법우님들에게 사과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토요모임을 일요모임으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많은 법우님들과 통화 했습니다. 요즘 같은 SNS시대에 문자나 카톡으로 소통하는 것이 보통인데 전화통화를 해 보기로 한 것입니다. 대부분 법우님들이 반갑게 응대해 주었습니다. 어느 법우님은 수고한다며 격려의 말도 해 주었습니다. 어느 법우님은 시골에 살고 고령이라 참석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연락이 닿지 않은 법우님도 있었습니다. 아마 소원해서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관심사에 대하여 신경쓰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 봅니다. 다음 해에는 관심사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마음을 돌리리라 생각합니다.
전화로 소통하다 보니 훨씬 더 인간적이었습니다. 우리 속담에 ‘백번 듣는 것보다 한번 보는 것만 못하다’는 말이 있는데, ‘백번 문자나 카톡하는 것 보다 한번 전화하는 것만 못하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입니다.
송년회날에
송년회날이 왔습니다. 12월 4일 일요일 과천 대공원역 옆에 있는 식당입니다. 이전에 여러 차례 송년모임을 가진 바 있어서 익숙한 곳입니다. 이전에는 ‘작은 행복’이라는 이름을 가진 프렌치레스토랑이었습니다. 여주인이 같은 불교교양대학출신이어서 잘 대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몇 년 만에 다시 찾으니 주인이 바뀌어 있습니다. 상호도 바뀌어 있습니다. 음식메뉴도 바뀌어 있습니다. 모든 것이 무상하다는데 이곳도 역시 예외가 아닌 것 같습니다.
송년모임에는 총 28명이 참석했습니다. 토요모임을 했다면 반 밖에 오지 않았을것입니다. 회비를 내는 멤버들 대부분 참석한 것입니다. 그 중에는 부부팀도 네 팀 있었습니다. 늘 부부가 모임에 함께 참석하기 때문에 이제는 매우 익숙합니다.
법우님들 대부분 멀리서 왔습니다. 이도시 저도시에 살고 있기 때문에 일부로 시간 내서 참석한 것입니다. 늦게 참석한 법우님도 있습니다. 철원에서 출발한 법우님은 모임이 거의 끝날 무렵에 도착했습니다. 늦게라도 모임에 참석한 법우님에게 박수가 터졌습니다.
날로 발전하고 번영하는
모임은 여법하게 진행됐습니다. 삼귀의를 낭송하는 것으로 시작 했습니다. 모임의 회장님에 대한 인사말씀이 있었습니다. 회장님은 모임을 위하여 50만원을 특별보시했습니다. 회장님은 최근 모 건설회사 사장으로 승진한바 있습니다.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하기 까지 능력과 노력이 있었을 것입니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입지전적 인물입니다. 그리고 늘 베풀고 나누려고 합니다. 아마 이런 공덕이 있어서인지 날로 발전하고 번영하는 것 같습니다.
3분 스피치를 하고
송년모임을 어떻게 이끌어 갈지 고민 했습니다. 이전에는 총무가 사회자가 되어 모든 것을 능숙하게 이끌어 갔습니다. 그렇게 하려면 유능한 사회자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사회보는 능력이 없어서 개별적으로 소감을 들어 보는 형식으로 바꾸었습니다. 참석자 전원에게 돌아가며 3분 스피치를 하게 하는 것입니다. 올 한해를 돌아 보고 다음해를 다짐하는 형식입니다. 주로 모임에 대한 것으로 소박한 이야기들입니다.
즐겁고 행복하게
3분 스피치가 끝나고 식사시간을 가졌습니다. 업종이 바뀜에 따라 오리고기와 낚지볶음이 주 메뉴가 되었습니다. 부수적으로 파전과 묵이 나왔습니다. 식탁은 매우 풍성했습니다. 거의 일년 만에 얼굴을 보는 법우님들도 많았습니다. 이 순간 만큼은 즐겁고 행복하게 담소하며 식사 했습니다.
이 테이블 저 테이블 다니면서 법우님들과 얘기했습니다. 주로 카톡방에 올려진 글에 대해서 물어 보았습니다. 블로그에 매일 글을 올리고 있는데 그 중에 일부를 법우모임카톡방에도 올리고 있습니다. 대부분 올린 글을 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구동성으로 길다고 합니다. 한번에 다 못 읽어서 여러 차례 나누어 읽는다고 합니다. 이처럼 글을 열심히 읽고 있다는 소리를 들으면 고무됩니다. 서로 대화는 하고 있지 않지만 정보통신기기를 이용하여 무언의 소통을 하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식탁주위를 빙글빙글
모임에 빠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여흥시간입니다. 모임이 열리는 곳에는 노래방기기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습니다. 동그란 홀에는 요즘 보기 어려운 연탄난로도 있어서 몹시 훈훈한 분위기였습니다. 돌아 가며 노래를 불렀습니다.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 한법우님이 제안했습니다. 동그런 홀에 있는 식탁주위를 빙글빙글 돌게 하는 것입니다. 노래방기기에서는 신나는 노래가 흘러 나왔습니다. 마치 강강수월래 하듯이 서로의 등뒤를 따라 가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보지 못하던 방식입니다. 아마 요즘 유행하는 것 같습니다.
실용적인 선물로
불교모임 답게 끝날 때는 사홍서원을 하고 산회가를 제창했습니다. 일년에 한번 있는 모임에 이 순간만큼은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모임에서 선물이 없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가장 실용적인 것으로 준비 했습니다. 그것은 굴비세트입니다. 마침 가락시장에서 굴비도매상을 하는 법우님이 있어서 굴비로 결정한 것입니다. “우리끼리 돕고 삽시다”라는 말이 있듯이 서로 좋은 것입니다.
선우(善友)와 함께 하는 것
모임이 끝났습니다. 헤어질 때 또 다시 내년을 기약했습니다. 그리고 자주 만나기로 했습니다. 내년에도 순례법회, 부처님오신날 행사 등 만날 기회가 많이 있습니다. 자주 만나면 정이 들게 되어 있습니다. 만남이 12년이나 지속되고 있으니 사실상 형제자매나 다름 없습니다.
부처님은 도반의 중요성에 대해 말씀했습니다. 아난다가 “세존이시여, 이러한 좋은 친구, 좋은 동료, 좋은 도반을 사귀는 것은 청정한 삶의 절반에 해당합니다. (S3.18)”라 했습니다. 이에 부처님은 “아난다여, 그렇지 않다. 아난다여, 그렇지 않다. 이러한 좋은 친구, 좋은 동료, 좋은 도반을 사귀는 것은 청정한 삶의 전부에 해당한다. (S3.18)”라 했습니다. 부처님은 좋은 도반을 만나는 것에 대하여 삶의 절반이 아니라 삶의 전부라 했습니다. 선우(善友)와 함께 하는 것 자체가 커다란 공덕 짓는 것입니다.
2016-12-05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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