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이루는 열대야에
잠 못 이루게 하는 열대야의 계절이 시작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여름철 장마가 끝나는 시점에서 열대야가 시작 됩니다. 대략 이삼주가량 됩니다. 이전에는 열대야라는 말을 들어 본적이 없지만 십 수년 전부터 여름만 되면 열대야 이야기가 나옵니다. 아마 90년대 중반 아마 1994년으로 기억되는데 그때 당시 혹독한 열대야를 체험한 트라우마가 남아 있어서일 것이라 봅니다.
여름만 되면 걱정되는 것이 열대야입니다. 밤에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덥다는 것은 괴로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오로지 선풍기 한대로 버텨야 하는 서민과 소시민의 입장에서 해가 뜨거워질수록 열대야의 공포는 더 해 갑니다. 그런 열대야의 전조가 어제 나타났습니다.
집에 에어컨이 없습니다. 굳이 설치할 필요를 느끼지 않아 이제까지 한번도 에어콘을 단 적이 없습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 오로지 선풍기 하나로 버팁니다. 그래 보았자 이삼주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삼주 잠을 잘 자기 위해 에어컨 설치가 낭비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에어컨 바람이 건강에 좋지 않은 것도 또하나의 이유입니다.
이전에는 에어컨이 없이도 잘 살았습니다. 더우면 더운대로 추우면 추운대로 적응해서 살았습니다. 선풍기가 없던 시절에는 부채에 의지 했습니다. 찬물로 목욕한번 하고 자면 버틸만 합니다. 그러나 도시에서는 유행처럼 에어컨이 번졌습니다. 아파트 창측을 유심히 보면 에어컨이 줄줄이 달려 있습니다. 고작 이삼주 사용하자고 에어컨을 설치한 것입니다. 편리를 향한 인간의 한 없는 욕망을 보는 듯 합니다.
사람들은 행복을 추구합니다. 이를 달리 말하면 ‘안락’을 추구하는 것이고, 또 다른 말로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이외에도 ‘재미’, ‘편리’라는 말도 해당 됩니다. 여기서 말하는 행복은 세속적 행복입니다. 말이 좋아 행복이지 사실상 행복이라는 말은 안락, 즐거움, 재미, 편리라는 말과 동의어입니다. 이중에 ‘편리’라는 말에 주목합니다.
이 세상의 모든 가전제품은 인간의 편리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냉장고, 세탁기, 전자레인지, 믹서기 등 온갖 가전제품은 불편함을 편리로 바꾸어 주었습니다. 에어컨 역시 편리함 때문에 만들어졌습니다. 자동으로 부쳐 주는 선풍기에 이어 더욱 발전된 모델이 에어컨입니다. 이렇게 주변에는 편리함으로 가득한 전자제품으로 둘러 쌓여 있습니다.
편리라는 말은 ‘편하고 이로우며 이용하기 쉬움’이라는 사전적 정의도 있지만 무엇 보다 손하나 까닥 않고 움직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게 됩니다. 가장 편리한 자세는 무엇일까요? 아마 누워 있는 자세라 봅니다. 서 있으면 앉고 싶고, 앉아 있으면 눕고 싶은 것이 사람들의 심리입니다. 그래서 이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는 누워서 꼼짝도 안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누운 자도 움직일 때가 있습니다. 누워 있는 것이 불편할 때 입니다.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이 불편해서 이번에는 움직이는 것입니다.
편리함의 궁극은 가장 편안한 자세로 누워 있는 것입니다. 누워서 눈만 움직일 뿐입니다. 누운 자세가 불편하면 몸을 뒤척이게 됩니다. 인간이 편리함만을 추구하게 되었을 때 결국 누운자세로 귀결됩니다. 움직이지 않고 잠만 자는 모습을 보였을 때 게으름의 극치 입니다. 사실상 죽은 자라 볼 수 있습니다.
“부지런함은 생명의 길이요
게으름은 죽음의 길이다.
부지런한 사람은 죽지 않지만
게으른 사람은 죽은 것과 마찬가지다.”(Dhp21)
게으름은 죽음의 길이라 했습니다. 사람들은 행복을 추구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안락을 추구하는 것이고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이고 재미를 추구하는 것입니다. 이는 다름 아닌 편리함의 추구와 같습니다. 편리함만을 추구했을 때 가장 편한 자세를 취하는 것과 같습니다. 행복, 안락, 즐거움, 재미, 편리만 추구할 뿐 애써 노력하지 않을 때 이미 죽은 자나 다름 없습니다. 그래서 “부지런한 사람은 죽지 않지만 게으른 사람은 죽은 것과 마찬가지다.”라 했습니다.
2016-07-23
진흙속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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