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스님의 예능 출연

담마다사 이병욱 2016. 7. 28. 10:45

 

스님의 예능 출연

 

 

몇 일 전 티브이를 보다 깜짝 놀랐습니다. 잘 아는 스님이 예능프로에 출연했기 때문 입니다. 손범수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모종편방송 입니다.

 

방송에서 스님은 거의 말이 없었습니다. 대신 무속인들의 독무대였습니다. 무속인들과 연예인등이 출연한 프로에서 스님은 그저 말없이 앉아 있다가 마침내 한마디 했습니다. 무속인들이 사용하는 총채 같은 것이 불교에서는 불자라 하며, 큰스님이 법문할 때 쓸어 보이는 시늉하는 것은 번뇌를 없애는 것이라 했습니다. 이렇게 말함으로써 불교가 무속과 격이 다르다는 효과를 준 것만은 분명 합니다.

 

 

 

 

스님의 예능프로 출연을 보고 한편으로 반갑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 씁쓸 하기도 했습니다. 스님이 방송에 나오면 축하해야 할 일이지만 예능프로는 어쩐지 아닌 것 같았습니다. 더구나 스님은 평소에 한글삼귀의문에서 승보에 대하여 거룩한 스님들을 고수 하는 입장 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스님이야기를 하는 것이 마음 편치 않습니다. 스님들을 승보로 간주하고 있는 한국불교에서 왠지 삼보를 비방하는 것 같아 개운치 않습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쓸 수밖에 없는 것은 글 쓰는 사람의 본능일 것 입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필업, 구업을 짓는지 모릅니다.

 

불자들은 스님의 허물을 이야기하지 말라고 배웠습니다. 승보인 스님들에게 허물이 있다해도 스님의 문제이기 때문에 재가자가 관여할 바가 아니라는 겁니다. 설령 스님이 계행을 어겨도 참회하여 초심으로 돌아가면 된다고 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스님의 허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커다란 죄를 짓는 것 같아 망설여지게 됩니다.

 

예능프로 출연이 불교를 홍보하고 포교하는데 효과도 있을 겁니다. 불자들이 우리 스님 나왔네!”하며 자부심을 가질지 모릅니다. 그러나 같은 예능프로에 출연한 목사들과는 다릅니다. 청정한 삶을 살기로 약속한 수행자와 세속인과 구별없는 목사와는 다른 것입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천주교 신부가 예능프로에 나온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신부보다 더 엄격한 삶을 살아야 하는 스님이 예능프로에 출연한 것이 우려 되는 대목 입니다.

 

신도가 재일에 지켜야 하는 팔재계가 있습니다. 그 중에 하나를 보면 꽃다발 쓰거나 향 바르고 노래하고 풍류 잡히지 말며 가서 구경하지 말라.”라는 항목이 있습니다. 재가자도 재일 만큼은 출가자와 똑같이 생활 하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팔재계는 재가자 뿐만 아니라 사미가 지켜야 하는 계율이기도 합니다. 당연히 구족계를 수지한 스님도 지켜야 합니다. 율장에서는 풍류와 관련하여 더 엄격하고 구체적 항목이 들어가 있습니다.

 

노래와 관련하여 율장대품에 이런 가르침이 있습니다. 한때 여섯 무리의 수행승들이 길게 끄는 가락에 맞추어 가르침을 노래했습니. 사람들은“어찌 싸끼야의 아들인 수행자들이 길게 끄는 가락에 맞추어 가르침을 노래할 수 있단 말인가?(Vin.I.108) 라며 혐책하고 분개하고 비난했습니다. 이에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 하셨습니다.

 

 

“수행승들이여, 그 어리석은 자들은 적절하지 않고, 자연스럽지 않고, 알맞지 않고, 수행자의 삶이 아니고, 부당하고, 해서는 안 될 일을 행한 것이다. 수행승들이여, 어찌 그 어리석은 자들이 길게 끄는 가락에 맞추어 가르침을 노래 할 수 있단 말인가? 수행승들이여, 그것은 아직 청정한 믿음이 없는 자를 청정한 믿음으로 이끌고, 이미 청정한 믿음이 있는 자를 더욱더 청정한 믿음으로 이끄는 것이 아니다. 수행승들이여, 그것은 오히려 아직 청정한 믿음이 없는 자를 불신으로 이끌고, 이미 청정한 믿음이 있는 자 가운데 어떤 자들을 타락시키는 것이다.(Vin.I.108)

 

 

부처님은 출가자들이 노래 하는 것을 금했습니다. 만일 노래한다면 악작죄를 짓는 것이라 했습니다. 그렇다면 출가자가 왜 노래 해서는 안될까요? 이에 대하여 율장대품에서는 다섯 가지 위험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것은 1) 자기가 그 음성에 집착하고, 2) 다른 사람이 그 음성에 집착하고, 3) 재가자들이 비난하고, 4) 음조를 추구하여 삼매를 방해하고, 5) 후인들이 사견의 길에 떨어지는 것이다.” (Vin.I.108) 라고 부처님이 말씀 하셨기 때문입니다.

 

스님들은 츨가하여 구족계를 받습니다. 동시에 대승보살계도 받습니다. 비구계라 하여 수백 가지 항목을 지키겠다는 서약을 합니다. 비구계가 대승불교전통에서 스님이 되기 위한 통과의례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그 정신만은 지켜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거룩한 스님들이라 하여 스스로 승보의 위치로 격상시켜 놓은 한국불교에서, 예능프로에 출연한 스님을 보니 그다지 거룩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불교를 알리기 위해 포교하기 위해 방송출연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방송출연도 가려서 해야 할 듯 합니다. 율장에 맞는 것인지, 혹은 율장정신에 어긋나는 것은 아닌지 헤아려 볼 일이라 생각됩니다.

 

 

2016-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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