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 있으면 다 죽는다, 우리에겐 내일이 없다” 총무원장직선제 소셜다이닝(Social dining)
‘소셜다이닝’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영어로는 ‘Social dining’라 합니다. 사전에도 실려 있지 않은 말입니다. 다만 네이버 트렌드지식사전이나 시사상식사전에 따르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만난 낯선 사람들과 함께 식사를 즐기는 일”라고 설명되어 있습니다. 비슷한 관심사를 갖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 함께 식사하는 것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2월 20일 저녁 총무원장직선제와 관련한 소셜다이닝이 있었습니다. 미얀마에서 돌아온 허정스님을 비롯한 스님 세 분과 재가불교단체의 활동가들, 그리고 외부에서 초빙된 전문가들과 함께 했습니다. 장소는 오신채없는 사찰음식전문점으로 유명한 방배동 카페골목 부근에 위치한 ‘마지’입니다.
월요일 저녁 6시가 넘어서 도착 했습니다. 안양에서 서울 오기가 쉽지 않지만 이날만큼은 특별히 시간을 내었습니다. 최근 직선제관련한 모임이 빈번히 열리고 있는데 모두 참석할 수 없지만 그래도 중요한 행사에 참석하는 것이 이 시대의 불자의 도리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마지 아카데미
마지는 1층과 2층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행사가 열리는 곳은 2층입니다. 2층은 ‘마지 아카데미’라 하여 종종 세미나 열리는 장소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최대 100명 가량 수용 가능한 2층으로 올라가는 입구에 마지 대표 김현진사장님의 초상화가 보입니다. 최근 출간한 ‘신들의 향연, 인간의 만찬’이라는 제목의 책을 소개하기 위한 광고안내판입니다.
마지 2층에는 크게 세 개의 공간으로 되어 있습니다. 부페음식이 차려져 있는 작은 방과 세미나실, 그리고 커피 등 음료수를 판매하는 공간입니다. 오신채 없는 사찰음식이라 하여 재가불자가 사찰음식전문점을 운영하는 곳은 드뭅니다.
사찰음식은 사찰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스님들의 몫이라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언젠가 블로그에서 사찰음식에 올인 하는 스님에 대하여 비판적으로 글을 쓴 바 있습니다. 출가의 본분을 망각하고 본업 보다 부업에 더 열중하는 현상에 대한 것입니다. 그때 당시 강남에서 사찰음식전문점을 운영하던 재가불자는 사찰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스님들에게 압박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댓글에 “스님들이 무서워요”라고 써 놓은 것을 기억합니다.
바자회가 열렸는데
소셜다이닝은 크게 바자회, 공양, 그리고 토론 순으로 열렸습니다. 에스엔에스에서 서로 관심사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기부하는 형식으로 바자회가 열렸습니다. 각종 차와 찻잔, 그리고 각종 소품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가격이 매겨져 있지만 그다지 부담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달마도와 같은 그림은 큰 후원자를 필요로 할 것이라 봅니다.
바자회를 겸하는 것은 후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입니다. 대부분의 모임이 구성원들의 후원금에 크게 의존하는데 바자회를 통하여 후원금을 모금하면 ‘누이 좋고 매부 좋고’식으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날 씨디 40장을 기부했습니다. 비매품이기 때문에 판매 대상은 아닙니다. 참석자들에게 2종 불교명상음악 세트를 나누어 주었습니다.
기타리스트 공연
공양이 끝나고 가장 먼저 기타리스트 ‘이민구’님의 공연을 관람했습니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는 무명가수입니다. 가수라기 보다는 기타리스트가 더 맞는 듯합니다. 작은 모임에 초대되어 문화적 분위기를 물씬 풍기게 해 주는 것 같습니다. 주로 기타연주를 감상했지만 모임에 노래가 빠질 수 없습니다. 누구나 아는 연주가 나올 때는 각자 한소절씩 돌아 가며 노래를 부르고 합창 했습니다.
최초의 유튜브선거유세
공연이 끝나고 본격적인 토론에 들어갔습니다. 먼저 미얀마에서 귀국한 허정스님의 모두 발언이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 서게 되기 까지 과정에 대하여 간단히 이야기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수덕사 종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기도 했습니다. 보궐선거와 관련하여 유권자스님들을 직접 접촉하지 못하는 애로사항이 있습니다.
선거에 출마했으면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정견을 알려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유권자스님들이 어디에 있는지 전혀 파악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지 이름만 알리는 것에 지나지 않는 현상이 발생된 것입니다. 이에 대한 타개책으로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려 놓았습니다. 이른바 ‘유튜브유세’입니다.
유튜브유세는 아마 우리나라 선거역사상 처음 시도되는 유세방식일 것입니다. 아직까지 유튜브유세를 보지 못했습니다. 허정스님의 유튜브출사표 ‘수덕사 중앙종회의원 후보 허정스님 동영상’에 따르면 출마의 변과 함께 포부를 밝히고 있습니다. 그것은 ‘승가공동체회복’에 대한 것입니다. ‘승가는 부자이어도 스님들은 청빈하게 살아야 한다’는 평소의 지론을 실현하겠다는 다짐에 대한 것입니다.
“더 이상 잃을게 없다”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자”
이날 소셜다이닝에는 스님들을 포함하여 재가활동가들, 그리고 외부초청자 합하여 20여명 참석했습니다. 먼저 스님들의 발언이 있었습니다. S비구니스님은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에 대하여 “더 이상 잃을게 없다”라는 심정이라 했습니다. 힘있는 스님들이 모든 이권과 지위를 독차지 했을 때 승가사회도 일반사회와 마찬가지로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일어난 것에 대하여 있을 수 없는 일이라 했습니다. 그러나 스님들은 변화가 느린 집단이기 때문에 직선제에 공감은 하지만 쉽게 움직이지 않는 것에 대하여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소셜다이닝을 주관한 김형남변호사는 이번 기회에 반드시 직선제를 성공시키자고 말했습니다. 여기 모인 분들이 비록 소수이지만 모든 혁명은 소수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을 상기하면서 케인즈의 경제이론 “내일은 없다”라는 말을 상기시켰습니다. 다음 기회는 없기 때문에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자고 했습니다.
이웃종교인들의 발언을 보면
초청자중에는 이웃종교인도 있었습니다. ‘백찬홍’님이 대표적입니다. 종교연구가로 잘 알려진 백찬홍님은 불교포커스에도 기고하고 있습니다. 백찬홍님에 따르면 “정치민주화는 쉬웠으나 종교개혁은 어렵다.”라고 했습니다. 사회민주화는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었지만 종교민주화는 여전히 진행중이라는 말입니다. 이는 종교내부적으로 적폐를 인정하는 분위기 때문이라 합니다. 종교개혁이 쉽지 않고 험난한 것임을 말합니다.
이웃종교인 중에 ‘권희청’님은 비구니스님에게 참종권이 없다는 것에 매우 놀랍다고 했습니다. 교회에서는 목사가 전권을 휘두르고 있는데 여성은 단지 따라갈 뿐이라 합니다. 그런데 비교적 성차별이 없다고 여겨지는 불교계에서 비구니스님에게 종회의원 투표권조차 주어지지 않은 현실에 대하여 매우 놀라워합니다.
촛불집회때 플레카드를 만들어라
초청자중에는 ‘유미리’님이 있었습니다. 데모당 부당수라 합니다. 촛불문화제 등의 시위 현장에 가면 낚싯대를 이용한 커다란 플레카드를 볼 수 있는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데모당’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 토요일 촛불집회에 플레카드를 만들어 활용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플레카드는 가로된 긴 것 보다 낙싯대를 이용한 하늘로 치켜 올린 플레카드 형식이 나을 듯합니다. 수만, 수십만의 사람들이 볼 수 있고, 심지어 선두에 서면 TV에도 나올 것이라 합니다. 이보다 더 좋은 홍보효과는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유미리님은 조직과 정책에 대해 강조했습니다. 가장 먼저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조직을 만들어 주변부부터 치고 올라가는 전략을 펼쳐야 함을 말합니다. 분노를 공감으로 이끌었을 때 성공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에 대하여 ‘진인사대천명’을 강조했습니다. 늘 준비하고 최선을 다 했을 때 하늘이 도와 줄 것이라 합니다.
승단과 교단의 분리에 대하여
많은 분들의 발언이 있었습니다. 불교닷컴과 불교포커스 기자들도 왔으니 발언내용도 기사화 될 것입니다. 차례가 돌아 오자 평소 지론대로 승단과 교단의 분리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이번에 총무원장직선제가 실현 되지 않으면 더 이상 가망이 없는 것으로 간주하여 모두 탈종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 주장했습니다. 리모델링이 아니라 재건축하는 것과 같습니다.
한국불교는 개혁의 대상입니다. 그러나 ‘스스로 머리를 깍지 못한다’는 말이 있듯이 기득권을 쥐고 있는 스님들이 스스로 개혁할 리가 없을 겁니다. 승가공동체가 붕괴되고 있는 상황에서 불자들의 이탈은 가속화 될 것입니다. 십년 전과 비교하여 3백만명이나 빠져 나가 30%가 줄었습니다. 한국불교가 승가공동체를 회복하지 못하면 가면 갈수록 점점 쪼그라들 것입니다.
스스로 개혁할 수도 없는 불교, 스님들의 개혁요구도 받아 들일 수 없는 불교라면 ‘뿌리가 썩은 보리수’에 지나지 않습니다. 차라리 새로운 보리수를 가져다 심는 것이 더 나을 것입니다.
스님들은 침묵하고 있습니다. 위계질서가 강할수록 침묵합니다. 이를 조직침묵이라 힙니다. 특정상황을 변화 시키는 것에 대해 포기하고 체념합니다. 직무와 조직관련 아이디어, 정보등이 있어도 의견을 말하지 않고 간직하고 있을 뿐입니다. 불이익을 당하는 것을 염려하기 때문에 체념합니다. 체념적 침묵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발언을 하지 않습니다. 발언을 하면 확실하게 불이익 당할 것을 염려 합니다. 그래서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방어적 침묵입니다.
스님들은 대자유를 얻기 위해서 출가했습니다. 그럼에도 체념적 침묵과 방어적 침묵으로 일관한다면 상황은 점차 악화 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기득권을 쥐고 있는 스님들이 스스로 물러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에 대하여 어떤 이는 불자들이 다 떠날 때까지, 한국불교가 망할 때 까지 돈이 되는 절을 지키고 있을 사람들은 기득권층 스님들이라 합니다. 문화재관람료 명목의 입장료 수입과 문화재보수명목의 정부지원금이 있는 한 끝까지 절을 지키고 있을 사람들은 현 기득권층 스님일 것이라 합니다.
희망이 없는 불교에서 더 이상 희망을 가질 수 없을 것입니다. 스님들이 바른 소리 하면 불이익 당하고,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할말을 못하는 조직이라면 더 이상 가망이 없다고 봅니다. 그래서 ‘탈종(脫宗)’을 이야기 했습니다. 뿌리가 썩은 보리수에 기대를 걸 것이 아니라 새로운 보리수를 심는 것입니다. 그래서 승단과 교단이 분리된 새로운 종단을 만드는 것입니다.
새로운 종단을 만든다면, 비구와 비구니의 승단에서는 출가목적에 맞게 오로지 수행과 포교에 전념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부대중의 교단에서는 재무, 행정, 교육, 행사 등 모든 일을 하는 것입니다. 교단의 대표자는 재가의 총리급으로 합니다. 스님들은 재가자들이 일을 잘 하는지 감시하는 역할만 하면 됩니다. 이렇게 승단과 교단으로 분리 되었을 때 출가자와 재가자가 역할분담이 되어 잘 운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스리랑카의 사부대중공동체 ACBC(All Ceylon Buddhist Congress)가 대표적일 것입니다.
가만 있으면 다 죽는다
소셜다이닝, 새로 들어 보는 신조어입니다. 에스엔에스시대에 뜻이 맞는 사람들과 밥한끼 같이 먹어 보자는 것입니다. 밥먹으면서 공통의 관심사에 대하여 토론해 보자는 것입니다. 김형남변호사님의 제안으로 열린 마지에서 소셜다이닝에는 스님들과 재가활동가들, 그리고 초청인사들이 모여서 토론을 벌였습니다. 가장 와 닿는 말은 김형남변호사님의 ‘내일은 없다’라는 말입니다.
내일을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기대입니다. 흔히 권력자들은 내일을 이야기 합니다. 다음에는 잘 될 것이라 합니다. 마치 회사사장이 직원들에게 지금 상황이 좋지 않으니 상여금을 못준다고 하면서 내년에 실적이 좋으면 배이상 주겠다고 약속합니다. 하지만 그 날은 오지 않습니다. 세월호에서 선장은 아이들에게 “가만 있으라”라고 했습니다. 구조 될 때까지 가만 있는 것이 안전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모두 물에 빠져 죽었습니다.
가만 있으면 다 죽습니다. 달콤하게 약속하는 그 날은 오지 않습니다. 기득권층에서 총무원장 직선제는 차기에나 가능할 것이라 합니다. 과연 차기에 가능할까요? 이전 총무원장 선거할 때 공약이 차기에 가능할 것이라 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선거 때가 되자 차기로 미루었습니다. 지금해야 할 일을 지금 해야 합니다.
우리에겐 내일이 없다
늘 현재를 살아 갑니다. 마음이 과거나 미래에 가 있으면 즐거움 보다 괴로움이 더 많습니다. 그래서 부처님도 항상 현재 일어나는 현상을 알아차리라고 했습니다. 오늘이 지나면 내일이 올지 아무도 보장해 주지 않습니다. 만일 오늘 최후를 맞이 한다면 다음 생은 자신 있을까요? 우리에겐 내일은 없습니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 오를 뿐입니다.
“오늘밤까지만 살자.
우리에겐 내일이 없다.
하루를 일생처럼 오늘밤까지만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이다.”
2017-02-21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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