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평화불교연대

인정질서가 확립되면 분배질서도, 사(師)자 직업에 대하여

담마다사 이병욱 2017. 12. 8. 11:29


인정질서가 확립되면 분배질서도, ()자 직업에 대하여

 

 

인정질서와 분배질서, 이 두 가지 단어는 박병기 교수가 한 말입니다. 정의평화불교연대 눈부처학교 강연에서 들었습니다. 12 7일 저녁 7시 한양대 인문관 317호실에서 박병기 교수는 우리의 교육문제의 불교적 해석과 대안모색이라는 주제로 강연했습니다.

 

()자 들어가는 직업

 

누구나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있습니다. 사회적으로는 사()자 들어가는 직업으로 나타납니다. 의사, 판사, 검사, 판사, 교수 등 우리 사회의 리더들입니다. 입신양명(立身揚名)한 자들이라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고위직 공무원, 교사 등()자 대열에 들어 갈 것입니다.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가는 오피니언리더들입니다. 모두 기득권층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를 인정질서라 간주 할 수 있습니다.

 

박병기교수에 따르면 우리사회의 인정질서는 심하게 왜곡 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들은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그들끼리 모여 살고, 또 그들은 그들의 자녀를 같은 학교에 보내는 것입니다. 이른바 새로운 카스트가 형성된 것입니다. 또한 그들은 그들만의 완벽한 복지시스템을 구축해 놓았습니다. 그들끼리 적절한 분배구조까지 갖춘 것입니다.

 

흔히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말을 합니다. 선진국에서 말하는 완벽한 복지시스템입니다. 그런데 인정질서에 편입된 자들은 그야말로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복지시스템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공무원의 예를 든다면, 한번 공무원이 되면 고용보장, 신분보장, 연금보장이라는 삼중축복(三重祝福)’의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 요즘 한국에는 공무원을 정점으로 하는 새로운 카스트가 형성되었다고 합니다.

 






새로운 카스트에는 소위 사()자 들어가는 직업도 해당됩니다. 그들은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그들만의 리그가 이대로 영원히 지속되기를 바랍니다. 우리사회의 견고한 기득권층이 된 것입니다.

 

()자가 들어가지 않더라도 사자에 준하는 인정을 받는 자들이 있습니다. 돈의 힘으로 살아 가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이른바 자산가들이나 재벌이 이에 해당될 것입니다. 이들에 대하여 왜곡된 인정질서라 합니다. 그들도 역시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이 체제가 계속 유지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교실붕괴 현상을 보며

 

교육학자 박병기 교수에 따르면 요즘 공교육은 붕괴 되었다고 말합니다. 자녀들이 의사, 판사, 검사, 변호사, 교수 등 소위 사자가 붙은 직업에 편입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소위 스카이(SKY)대학에 들어 가기 위하여 과외를 하거나 학원에 다니다 보니 학교와 교사가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인정질서에 편입되기를 바라는 현상 때문이라 합니다.

 

미국은 공교육 붕괴 되었다고 합니다. 이는 영화로도 알 수 있습니다. 최근 케이블채널에서 미국의 공립고등학교에 대한 영화를 보았습니다. 영화를 보면 교사는 학생들의 놀이감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른바 교실붕괴 현상을 생생하게 보여 주는 영화이었습니다. 그래서일까 돈 많은 사람들은 자녀를 사립학교에 보낸다고 합니다.

 

기러기 아빠가 있습니다. 자녀의 교육을 위해 아내와 자녀를 외국에 보내고 생활비를 대며 외롭게 사는 자를 말합니다. 모두 자녀를 위한다고 하지만 효과는 그다지 큰 것 같지 않습니다. 공교육이 완전히 붕괴된 미국에서 더 손해 볼 수 있음을 말합니다. 그렇다고 사립학교에 보내자니 들어 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입니다.

 

한국의 교실도 미국의 교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공부에 취미가 없는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잠을 자는 것은 보통입니다. 인정질서에 편입되기를 바라는 학생들을 제외한 나머지 대다수 학생은 수업에 관심이 없는 것입니다. 이런 교실에서 가르치는 교사들은 매우 고통스러워 한다는 것입니다. 학생들은 자고 있는데 그 앞에서 가르친다고 떠드는 것에서 자괴감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최근 뉴스에 따르면 학생이 교사를 때린 사건이 있었습니다. 50대 교사가 10대 학생에게 엉덩이를 걷어차이는 충격적 사진을 보았습니다. 이 정도라면 미국 영화에서 보는 교실붕괴장면과 하나도 다를 바 없습니다. 그래서일까 교사에게나 학생에게나 교육은 고통이다라는 말이 나왔을 것입니다.

 

삼중축복(三重祝福)의 혜택

 

한국에서 인정질서와 분배질서는 왜곡 되어 있습니다. 이는 교육현장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소수의 인정엘리트만을 위한 교육이 되다 보니 수업시간에 대부분 잠을 자거나 수업시간에 학원공부를 하는 등 교실붕괴 현상이 지속 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올바른 인정질서와 올바른 분배질서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이에 대하여 불교적 해법을 생각해 봅니다.

 

누구나 인정질서에 편입되고자 합니다. 소위 사()자 붙은 직업을 선호 하는 것입니다. ()자가 되지 못하면 돈을 벌어서 사()자에 준하는 인정질서에 편입되고자 합니다. 그러나 인정질서에 편입되고 나면 질서를 유지하고자 합니다. 나쁘게 말하면 천년 만년 해먹고자 하는 것입니다. 공무원도 이에 해당될 것입니다.

 

공무원연금이야말로 인정질서에 편입된 자들의 욕망이 투영된 대표적 사례라 볼 수 있습니다. 한번 인정질서에 들어 가면 평생 동안 그 지위를 누리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자신들의 문제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입법권한이 있는 자들이 그자신들 미래를 위하여, 자신들 노후를 위하여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놓은 것이 공무원연금법이라 볼 수 있습니다.

 

공무원연금은 적게 내고 많이 타가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고도 성장기에 만들어진 이 법은 저성장기 내지 마이너스 성장기에는 맞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낸 것의 세 배 가량 타고 그것도 늙어 죽을 때까지 타는 것입니다. 더욱 더 놀라운 것은 공무원연금은 유산처럼 상속된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구조를 만든 것은 인정질서에 편입된 자들입니다. 그들이 법을 만들고, 그들이 법을 집행하고, 그들이 법의 혜택을 누리는 것입니다. 그들의, 그들에 의한, 그들을 위한 법입니다. 그러다 보니 요즘 청년들 대부분이 공시생입니다.

 

인정질서에 편입된 자들은 정의로운 분배를 요구하는 타자의 시선에 게으치 않는 것 같습니다. 경제가 어려워 국민들이 고통을 받아도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요람에서 무덤까지 복지혜택을 누리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인정질서에 속하는 자들의 소위 고용보장, 신분보장, 연금보장이라는 삼중축복을 바라보는 타자의 시각은 따가운 것입니다.

 

자기자신부터 떳떳해야

 

인정질서에 속하는 자들이 진정으로 인정받으려면 올바른 인정질서를 세워야 합니다. 누구나 인정하는 인정질서를 말합니다. 그것은 타자뿐만 아니라 자기자신도 인정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이에 박병기 교수는 다음과 같은 법구경 게송을 소개합니다.

 

 

현명한 님이라면 먼저 자신을

최적으로 확립하고

남을 가르쳐야 한다.

그러면 번뇌로 괴로워하지 않는다.”(Dhp.158, 전재성님역)

 

 

남을 가르치는 자를 선생이라 합니다. ()자 들어 가는 직업은 모두 선생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자 들어가는 자들이 개인적 이익만 챙기고 집단이기주의만 추구했을 때 더 이상 선생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입니다.

 

()자 붙은 자들이 존경을 받으려면 먼저 자기자신부터 점검해야 합니다. 법구경에서는 먼저 자신을 최적으로 확립하고라 했습니다. 이 말에 대한 주석을 보면 남을 가르치고자 하는 자는 적은 것으로 만족하고 고귀한 가문의 처신을 실천해야 한다.”(DhpA.III.142)라 했습니다. 물론 이런 가르침이 수행승에 해당되는 것이긴 하지만, 스승 사자 붙은 직업에 가진 자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소욕지족(小欲知足)’의 삶을 살라는 것입니다.

 

소욕지족하는 자가 있다면 남으로부터 존경받을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에게도 스스로 인정받을 것입니다. 자타로부터 인정 받았을 때 남을 가르칠 자격이 있습니다. 그런데 스승의 자격이 없는 자가 인정질서에 포함 된다면 비난 받을 것입니다. 이에 대하여 법구경에서는 권고하는 자격을 확립하지 않고 남을 가르치는 자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모욕을 받고 고통에 빠진다.” (DhpA.III.142)라 했습니다.

 

교단에 서려면 자격을 갖추어야 합니다. 타인은 물론 자신도 인정했을 때 떳떳한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이 땅의 기득권자들 즉, 의사, 판사, 검사, 변호사, 교수,  공무원, 부자, 자산가, 재벌 등 소위 인정질서에 편입되어 있는 자들은 무엇 보다 자기자신에 대하여 떳떳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타인으로부터 비난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진정한 소유의 행복은

 

작년 촛불항쟁에서 국민들은 승리했습니다. 그때 당시 기득권층들의 민낯을 보았습니다. 이땅의 오피니언리더들이자 선생의 위치에 있던 자들의 추악한 면모가 여지 없이 드러난 것입니다. 그러나 그때뿐입니다. 정권이 바뀌면 또다시 똑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한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가르침에서 찾고자 합니다.

 

지금 행복한 자는 이 행복이 계속 지속되기를 바랍니다. 지금 괴로운 자는 이 괴로움이 어서 끝나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모두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소위 인정질서에 편입된 자들이 타자의 고통에는 관심 없이 오로지 자신들만의 행복만을 추구했을 때 거센 저항에 부딪칠 것입니다. 그것은 정당한 분배에 대한 요구로 나타납니다.

 

누구나 정당하게 성취한 것에 대해서는 인정합니다. 부처님은 자타가 인정하는 부에 대하여 두 팔의 힘으로 모으고 이마의 땀으로 벌어들이고 정당한 원리로 얻어진 재물” (A8.54)이라 했습니다. 근면한 노력으로 일구어낸 재산에 대하여 누구도 비난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진정한 소유의 행복은 베푸는데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두 팔의 힘으로 모으고 이마의 땀으로 벌어들이고 정당한 원리로 얻어진 재물을 향유하며 공덕을 베푼다.” (A8.54)라 했습니다. 진정한 소유의 행복은 베푸는데 있습니다.

 

인정질서가 확립되면 분배질서도

 

인정질서에 편입된 자들은 기득권 수호에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자타가 인정하는 진정한 인정세력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공감과 협력이 요청됩니다. 이에 대하여 박병기 교수는 아이들의 미래를 위하여 사회안전망을 깔아 주어야 합니다.”라 했습니다.

 

사회복지망을 촘촘하게 깔아 주었을 때 분배질서가 확립될 것입니다. 이에 대하여 기본소득제가 대안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습니다. 지금처럼 소수가 대부분을 차지 하는 신자유시대의 1% 99%의 사회가 아니라, 인정질서에 편입되지 않은 자들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말합니다.

 

인정질서와 분배질서, 이 두 개의 개념은 대립적이기도 하고 보완적입니다. 인정질서에 속해 있는 자들이 소욕지족의 허물 없는 삶을 추구할 때 타자에 대한 공감과 협력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입니다. 인정질서가 확립되면 분배질서도 확립됩니다.

 

 

2017-12-08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