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어떤 인간이길래
메세지를 받았다.
“스님이세요?”
“아닙니다.”
“그럼, 누구세요?”
“보통불자입니다.”
글 쓰면 다 스님인줄 아는 모양이다.
인터넷에 신상공개 하지 않는다.
얼굴도, 학교도, 지역도, 출신도.
팔정도 마크가 전부이다.
스님이면 뭐든지 다
할 줄 아는 모양이다.
스님이면 아프지도 않아야 하고,
글도 잘 쓸 줄 아는 모양이다.
스님이면 모두 도력(道力)이
뛰어난 줄 아는 모양이다.
스님이면 보통사람들과 다른
특별한 존재로 여기는 것 같다.
심지어 비구니스님은
생리도 안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다지 내세울 것이 없다.
비주얼도, 학교도, 출신도
어느 것 하나 내세울 것이 없다.
글 밖에 내 세울 것이 없다.
사람에게 꼬리표가 따라 다닌다.
이름과 필명이 대표적이다.
이름과 필명을 함부로 지을 수 없다.
그 사람의 얼굴이자 인격(人格)이니까.
스님이라는 꼬리표가 붙었을 때,
학자라는 라벨이 붙었을 때
사람들은 다시 쳐다 보게 된다.
‘역시, 그럼 그렇지!’라고.
학교, 학력, 경력, 지역, 출신 이라는
꼬리표는 평생 따라 다닌다.
물건에 라벨이 붙은 것처럼,
꼬리표는 그 사람의 계급장이다.
인터넷에 글을 쓰면
사람들은 궁금해 하는 것 같다.
대체 뭐 하는 사람이냐고.
대체 어떤 인간이냐고.
사람들은 가족관계 등
시시콜콜한 것까지 알고 싶어 한다.
인터넷에 매일 글을 쓰고 있다.
일상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사유하여
경전을 근거로 글을 올리고 있다.
보통불자에게 글쓰기는 일상이다.
글이
그 사람의 얼굴이다.
글이 그 사람의 인격이다.
내 세울 것이 글 밖에 없다.
물건에 품격(品格)이 있듯이,
보통불자에게 글이 얼굴이고 인격이다.
2017-12-20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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