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떠나는 여행

새벽은 명경지수(明鏡止水)같아

담마다사 이병욱 2017. 12. 14. 07:50


새벽은 명경지수(明鏡止水)같아

 




 

이른 새벽을 사랑한다.

동트기 전 새벽은 어둡지만

즉위를 앞둔 왕자와 같다.

밤이라고 같은 밤은 아니다.

 

잘 자서 몸과 마음이 나른하다.

잔잔한 호수처럼 평온하다.

일상이 시작되면 또 다시

격랑이 일어 폭류에 휩쓸릴 것이다.

 

감각적 욕망은 오색물감과 같다.

물에 갖가지 물감을 풀어

놓으면 속이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오감(五感)의 제국에서 산다.

 

분노는 끓는 물과 같다.

부글부글 꿇는 물에

주전자 뚜껑이 들썩인다.

분노하는 자에게는 뵈는 것이 없다.

 

흥분과 회환은 파도와 같다.

잔잔한 호수에 돌맹이를 던지면

일파가 만파가 된다.

마음이 동요되면 격랑이 일어난다.

 

해태와 혼침은 이끼 낀 물과 같다.

양껏 베불리 먹은 자가

무기력하게 하품하며 졸고 있다.

무엇이든 쌓이고 고이면 썩는다.

 

회의적 의심은 흙탕물과 같다.

의처증 의부증처럼

의혹은 의혹을 먹고 자란다.

미혹(迷惑)한 자가 가르침을 의심한다.

 

잔잔한 호수에는 산과

하늘과 구름이 비춘다.

바닥에는 돌과 물고기가 보인다.

거울처럼 맑은 물이다.

 

새벽은 명경지수(明鏡止水)와 같다.

잘 자고 난 자에게는

다섯 가지 마음의 장애가 없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만 같아라.

 

 

2017-12-14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