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멈추어야 한다
지나고 보니 참
오랜 세월 살아 왔구나.
사춘기 소년의
얼굴은 온데간데 없다.
10년 전의 사진을 봤다.
지금 보다는 앳된 모습이다.
20년전, 30년전 모습에서
요즘 사람들 얼굴을 본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 왔다.
남에게 폐 끼치지만 않으면 된다고.
지나고 나니 불만이다.
부끄럽고 창피한 삶이다.
탐욕으로, 분노로
어리석음으로 살아 왔다.
인생 선배들이 그렇게
살아 왔던 것처럼.
불 꺼진 빈 방에 앉아 있다.
겨울 해는 짧아 어둑하다.
눈을 감으니 세상이 사라졌다.
의식의 문만 열려 있다.
알고 지은 죄보다
모르고 지은 죄가 더 많다.
아직까지 선업보다
불선업(不善業)이 더 많다.
소금덩이에 물타기를
해도 짠맛은 남아 있다.
다만 옅어 졌을 뿐이다.
불선업 과보는 받아야 한다.
90노인 얼굴에서 네 얼굴을 보라.
중환자 얼굴에서 네 얼굴을 보라.
죽음의 침상에 누워 있는
자에게서 네 얼굴을 보라.
오늘 밤이 지나면
내일이 올지 알 수 없다.
하루살이처럼
오늘 밤까지만 살자.
‘착하게 살자.’
세 살 아이도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러나 여든 먹은 노인도
실천하기 어려운 말이다
스승께서 말씀하셨다.
‘불방일정진(不放逸精進)’하라고.
일출의 전조가 새벽 듯이,
불방일은 깨달음의 전조이다.
참 오래 살아 왔다.
엔트로피(Entropy)만 증대시켜왔다.
이제는 멈추어야 한다.
폭포수가 멈춘 호수처럼.
2017-12-11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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