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성지순례기

꽃목걸이를 하고 새해를 인도에서

담마다사 이병욱 2018. 1. 11. 18:13


꽃목걸이를 하고 새해를 인도에서

(인도성지순례 1)

 

 

2017년 끝자락에 인도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오랫동안 꿈꾸어 오던 순례입니다. 준비는 되어 있었으나 기회가 되지 못했습니다. 처음에는 아는 사람들끼리 가려고 했으나 시간이 맞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모르는 사람들과 패키지여행 떠날 수 없는 노릇입니다. 가급적 불자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 그것도 아는 사람들과 함께 떠나는 순례라면 더할 나위 없을 것입니다.

 

흔히 여행은 시간과 비용이 맞아 떨어져야 갈 수 있다고 합니다. 시간은 있는데 돈이 없어도 가기 힘들고, 돈은 있지만 시간이 없는 경우 역시 가기 힘듭니다. 시간도 안되고 돈도 안된다면 더더욱 가기 힘들 것입니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시간과 돈이 되는 경우입니다. 그러나 여기에 하나 조건이 더 붙습니다. 가급적 아는 사람들끼리, 그것도 불자들끼리 가는 여행이라면 최상입니다. 이번에 진주선원불자들과 함께 하는 여행이 그랬습니다.

 

2010년대 들어와서 매년 해외성지순례를 발원했습니다. 그 결과 2011년에는 중국 정주-낙양-서안 성지순례를 다녀 왔습니다. 모두 블로그에 기록으로 남겨 두었습니다. 두 번째는 2012년 일본 관서-북구주 성지순례 다녀왔습니다. 2013년에는 중국 실크로드 순례를 다녀 왔습니다. 이후 인도에 가기 위해 동남아 등 순례를 자제했습니다. 그러나 좀처럼 기회가 오지 않았습니다. 그런 상태로 4년이 훌쩍 지나가 버렸습니다.

 

진주선원 불자들과 함께

 

2017 12 31일 인천공항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4년 만에 타보는 리무진 버스입니다. 평촌터미널에서 공항까지는 40여분 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비행기가 오후 2시에 출발하지만 공항로비까지는 세 시간 전에 도착해야 합니다.

 

공항로비에 반가운 얼굴들이 보였습니다. 진주선원 불자들입니다. 그리고 원담스님입니다. 진주선원 불자들은 이번이 두 번째 입니다. 첫 번째 만남은 2017년 원담스님 봉선사 하안거 때 뵌 바 있습니다. 진주선원 불자들이 대중공양 갔었는데 함께 한 것입니다. 이에 대하여 안거철에 수행하고 해제철에 포교하고, 이상적인 출가자의 삶의 방식(2017-06-17)’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린 바 있습니다. 그런데 스님과 신도회장님과 문인님은 여러 번 만났습니다. 4.29 봉암사 토론모임에서도 만났고, 보신각 촛불법회 현장에서도 두 번 만났습니다.

 



 

처음 만나면 초면(初面)이라 합니다. 초면에는 조심하기 마련입니다. 서로 인사 건네는 정도로 대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러나 두 번째 만남부터는 달라집니다. 한번 얼굴을 보았다는 그 사실 자체가 크게 작용하여 스스럼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두 번째 만났을 때는 구면(舊面)이 됩니다.

 

교제에 대하여

 

자주 만나면 익숙해집니다. 그리고 친밀감이 생겨납니다. 그런데 수행하는 사람에게는 친밀감이 생겨 나는 것은 수행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일까 초기경전에서는 수행자가 사교하는 것에 대하여 경계하고 있습니다. 앙굿따라니까야에서는 그들이 계속해서 만나자 친밀해졌고 친밀해지자 교제하게 되었고 교제하게 되자 연모하게 되었다.”(A5.55)라 했습니다. 교제함으로 인하여 출가의 목적이 파괴 될 수 있음을 말합니다. 그래서 이띠붓따까에서는 “교제를 통하여 덤불이 생겨나고 교제를 여의면 덤불이 잘린다.(It.70) 라 했습니다.

 

숫따니빠따에서는 교제가 있으면 애착이 생기고, 애착을 따라 이러한 괴로움이 생겨나니, 애착에서 생겨나는 위험을 살펴,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서 가라.”(Stn.36)라고 했습니다. 이와 같은 교제에는 시각적으로 탐욕이 생기게 하는 교제, 청각적으로 탐욕이 생기게 하는 교제, 신체적으로 탐욕이 생기게 하는 교제, 대화를 통해 탐욕이 생기게 하는 교제, 남녀가 함께 살아서 탐욕이 생기게 하는 교제”(Prj.II.70) 이렇게 다섯 가지가 있습니다.

 

수행에 방해가 되지 않는 교제는 바람직한 것입니다. 부처님은 가르침에 대하여 토론하는 것에 대하여 장려했습니다. 숫따니빠따 축복의 경에서는 인내하고 온화한 마음으로 수행자를 만나서 가르침을 서로 논의하니, 이것이야말로 더 없는 축복입니다.”(Stn.266)라 했습니다. 수행자를 만나서 가르침을 듣는 것이 최상의 행복임을 말합니다. 또 부처님은 밤을 세워 토론하는 것도 칭찬했습니다. 아누룻다존자가 저희들은 닷새마다 밤을 새며 법담을 나눕니다.”(M31)라 했을 때 부처님은 “아누룻다여, 훌륭하다. 아누룻다여, 훌륭하다.” (M31)라며 격려 했습니다.

 

부처님은 가르침에 대하여 토론하는 것에 칭찬하고 격려 했습니다. 이는 초기경전 도처에서 볼 수 있는데 훌륭한 가문의 자제들이 법담을 위하여 모였다는 것은 훌륭한 일이다.”(M26)라 한 것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법담이외에는 입을 다물어야 합니다. 잡담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법담과 잡담은 다른 것입니다. 부처님은 법담을 장려 했지만 잡담은 금했습니다. 법담은 밤새도록 토론해도 되지만 잡담을 해서는 안된다고 했습니다. 교제를 위한 대화는 잡담이기 쉽습니다.  법에 대하여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침묵을 지켜야 합니다. 이에 대하여 부처님은 모임은 두 종류로 이루어져야 한다. 법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고귀한 침묵을 지키는 일이다.”(M26)라 했습니다. 여기서 거룩한 침묵은 입다물고 있는 것이 아니라 명상주제를 갖는 것을 말합니다. 꼭 필요한 말은 해야 하지만 교제를 위한 쓸데 없는 말을 하지 않음을 말합니다.

 

인도를 향해서  

 

이번 인도성지순례에 모두 21명이 참가 했습니다. 여행사 사장도 동승했습니다. 가이드역할입니다. 스님의 어머니도 동참했습니다. 나이가 있어서 건강을 염려했으나 겉으로 보기에 정정한 모습이어서 안심이 되었습니다. 여행사 사장은 모든 것을 다 준비 해 왔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전기장판입니다. 겨울철 인도는 잠자기에 추운 날씨라 합니다. 난방이 되지 않는 현지에서 차가운 기운을 막기 위해서는 전기장판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여행사의 재산으로 사용 후에는 반납해야 합니다.

 

모든 것이 준비 되었습니다. 이제 떠나면 됩니다. 2017년 마지막 날 인도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라 탔습니다. 비행기는 에어 인디아(Air India)’입니다. 인도여객기로서 여러 군데 거쳐 갑니다. 최종 목적지는 뭄바이입니다. 도중에 홍콩과 델리를 경유합니다. 인천에서 홍콩, 델리까지는 국제선이지만, 델리에서 뭄바이까지는 국내선이 됩니다.

 

홍콩에서 경유할 때 거의 세 시간 가량 보낸 것 같습니다. 홍콩에서 내린 대부분 사람들은 중국인들입니다. 비행기가 멈추어 있는 동안에 기내 청소가 시작 되었습니다. 대부분 내리고 순례자들만 남은 것 같습니다. 청소원이 들어와 자리 정리를 하고 바닥 청소를 하는 등 새로운 손님을 맞을 준비를 했습니다. 새로 온 승객들은 대부분 인도인들입니다. 경유지에서 인종과 인종이 바뀐 것입니다.

 

여행지에서 경전외우기

 

참으로 긴 시간입니다. 거의 11시간 걸린 것 같습니다. 아마 도중에 홍콩을 경유 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직항이라면 세 시간 가량 단축됐을 것입니다. 그러나 1991년 유럽에 처음 비즈니스 출장갔었을 때 18시간 걸린 것에 비하면 짧은 시간입니다. 비행기 속에서는 할 일이 없습니다. 대화 하는 것도 한 두시간입니다. 철철 남는 시간을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준비한 프린트 물이 있습니다. 이번 여행 기간 중에 삼보예찬을 빠알리어로 외우기로 한 것입니다.

 

여행중에 빠알리 주로 빠알리 게송을 외웠습니다. 2011년 중국 낙양-서안 여행 때는 숫따니빠따 보배의 경(Sn2.1)’을 외웠습니다. 모두 17개로 이루어져 있는 게송은 여행 갔다 오고 난 후에도 계속 외웠습니다. 한달 보름 가량 걸렸습니다. 벽돌 쌓기 식으로 외웠습니다. 예를 들어 10번 게송을 외울 때는 1번부터 9번 게송까지 외운 것을 확인한 다음 들어갔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하면 마지막 게송을 다 외었을 때 전체를 다 외우게 됩니다. 다 외웠을 때 , 내가 다 외웠구나라며 스스로 알게 됩니다.

 

2012년 일본여행에서는 자애의 경(Sn1.8)’을 외웠고, 2013년 여행에서는 초전법륜경(S56.11)’을 외웠습니다. 물론 시동만 건 것입니다. 양이 많아서 거의 한달 또는 한달 보름 걸려 외웠습니다. 이후 축복의 경(Sn2.4)’자야망갈라가타를 외웠습니다.

 

경전을 빠알리어로 외우면 여러 가지 이점이 있습니다. 부처님이 사용하던 언어라는 것이 가장 큰 매력입니다. 부처님 당시 민중어가 빠알리어입니다. 빠알리어를 외움으로 인하여 부처님과 부처님 당시로 가까이 간 듯합니다. 또 하나는 빠알리어에 익숙해지는 것입니다. 마치 나모라 다나다라하며 신묘장구대다라니 외우듯이, 빠알리 경전을 외우면 입에 달라 붙어 매우 익숙한 말이 됩니다.

 

비행기로 이동 중에 붓다봔나(佛隨念)와 담마봔나(法隨念)를 외웠습니다. 비교적 짤막한 게송이고 또한 익히 아는 내용이기 때문에 외는데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빠알리 예경을 할 때 책을 보지 않고도 욀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 외고 나니 내가 다 외웠구나라며 스스로 인정했습니다. 그리고 잔잔한 기쁨이 생겨났습니다.

 

기내에서 새해를

 

거의 11시간 가량 비행 끝에 델리공항에 내렸습니다. 그 사이에 해가 바뀌었습니다. 한국시간으로 새해를 기내에서 맞은 것입니다. 그러나 현지에서는 세 시간이 늦습니다. 이럴 경우 어느 것에 맞추어야 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고 보면 시간은 상대적입니다.

 

각자 느끼는 시간은 모두 다릅니다. 절대적 시간은 같을지 모르지만 그 사람의 현재 상태에 따라 받아 들이는 시간은 다르다는 것입니다. 좋은 사람과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지만, 싫은 사람과 같이 있으면 시간이 더디게 흘러 가는 이치와 같습니다. 비행기에서 새해를 맞이 했지만 현지에서는 아직 새해가 아닙니다. 현지에서 새해는 호텔에서 맞이 했습니다.

 



 

델리공항에 내렸습니다. 만일 혼자 왔더라면 헤메이기 쉬울 것입니다. 둘이 왔다고 하더라도 고행길의 시작입니다. 전혀 다른 세상에 왔을 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여행사 사장이 시작서부터 끝까지 함께 하기 때문에 문제 없습니다. 더구나 현지 가이드까지 있어서 전혀 문제 될 것이 없습니다.

 

가이드와 상견례를 하고

 

공항에서 현지 가이드를 만났습니다. 가무잡잡한 피부를 가진 인도인은 보기보다 젊어 보입니다. 우리나라 기준으로 본다면 50대처럼 보이지만 31살 입니다. 더구나 가이드는 한국어가 유창합니다. 모두 독학으로 마스터 했다고 합니다.

 

가이드와 상견례를 가졌습니다. 가이드 이름은 샌디입니다. 영어식 이름입니다. 인도이름은 선디프 굽타입니다. 인도 굽타왕조(Gupta dynasty)가 연상되는 이름입니다. 비하르 출신이라 합니다.

 



 

굽타왕조에 대하여 검색해 보니 인도 북동부(지금의 비하르지방)에 있던 마가다 국을 지배한 왕조라 설명되어 있습니다. 4세기 초에서 6세기 말에 인도의 북부지역과 중서부의 일부에 걸쳐 있었는데 창건자는 찬드라 굽타 1세입니다.

 

굽타왕조시기에 인도는 가장 평화로운 시기였다고 합니다. 미술과 문화가 발달하는 등 인도 문화가 최고조로 달한 시기입니다. 또한 이 시기에 불교가 크게 발전하였는데, 공사상에 입각한 유식사상과 여래장사상등 대승불교 교학은 이 때 완성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가이드의 이름이 굽타이고 더구나 출신지가 비하르주인 것으로 보아 굽타왕조와 관련이 있는 듯 합니다.

 

가이드 샌디는 가장 먼저 인도 인사말 나마스떼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어디서든지 사람을 만나면 나마스떼또는 나마스까라 한다고 합니다. 우리말로 안녕하십니까?’라 볼 수 있고 영어로 굳모닝(Good Morning)’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가이드 샌디가 또 하나 가르쳐 준 말은 노프로블램(No Problem)”입니다. 문제없다는 뜻입니다. 어느 곳에서든지 노프로블램하면 다 통한다고 합니다. 그래서일까 인도에서는 안되는 것이 없다고 합니다. 반대로 되는 것도 없다고 합니다. 마치 영업하는 것 같습니다. 영업하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이 안되는 것도 없고 그렇다고 되는 것 없다라는 말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꽃목걸이를 하고 새해를 인도에서

 

가이드 샌디는 순례자들에게 하나 다짐을 했습니다. 그것은 오늘부터 마지막 날까지 진심으로 모시겠습니다.”라 했습니다. 고객을 신처럼 떠 받들어 모시겠다는 뜻으로 받아 들입니다. 그래서일까 샌디는 화환을 준비했습니다. 21명의 순례자들 모두에게 꽃목걸이를 걸어 주었습니다.

 

인도에서 꽃목걸이는 어떤 의미일까? 맛지마니까야에서는 잘 생기고, 보기에 좋고, 청정하고 연꽃처럼 최상의 용모를 갖추었고, 음식, 의복, 수레, 화환, 향료, 크림, 침대, , 등불을 얻는다.”(M129)라 했습니다. 인간으로 태어나도 고귀한 가문에 태어난 자가 화환을 얻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앙굿따라니까야에서는 그녀는 수행자들이나 성직자들에게 먹을 것이나 마실 것과 옷과 탈 것이나 화환이나 향이나 크림이나 침상이나 등불을 보시합니다.”(A4.197)라 했습니다.

 

고대 인도에서 화환을 걸어 주는 것은 최상의 예를 표하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또 화환을 받는 자는 상층카스트이거나 고귀한 자라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일까 팔관재계에서는 화환과 향수를 사용하는 것을 피하고 낮은 침대, 바닥에 누워야 하리.”(A3.70)라 하여 한달에 두 번은 수행승처럼 살 것을 말했습니다.

 

꽃목걸이는 인도 생화로 만든 것입니다. 모두 꽃목걸이를 하고 공항 근처 호텔로 이동했습니다. 마치 모두 신이 된 듯합니다. 인도에서는 신에게 꽃을 올리고 꽃목걸이를 걸어 주는 것을 다큐에서 본 바 있습니다. 이렇게 순례자들은 꽃목걸이를 하고 인도에서 새해를 맞이 했습니다.

 



 

 

2018-01-11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