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감꽃이 좋더라
매년 5월 마지막 번째 주말이면
서울대공원가는 날입니다.
동물원옆 장미원입니다.
6월 장미의 계절을 맞이 하여
장미축제가 열리는 날입니다.
장미원은 올해로 십 년째 입니다.
매년 빠짐 없이 가 보지만
가 볼 때마다 다릅니다.
장미는 변함 없지만
예전의 그 장미가 아닙니다.
장미원에는 장미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작약이 피면 장미보다 더 진합니다.
검붉은 작약이 필 때
사람들은 꽃과 하나가 되고자 합니다.
장미원에 가면 늘 찾는 것이 있습니다.
파랑개비처럼 생긴 산딸나무꽃입니다.
가지위로 네 개의 꽃 잎파리를 보면
나비가 사쁜사쁜 앉아 있는 듯 합니다.
마지막으로 찾는 것은 감나무입니다.
이맘 때쯤 작고 노란 감나무꽃이 핍니다.
너무 작아서 숨어 있듯이 핀 꽃에서
아련한 유년시절 추억을 떠 올립니다.
유년시절 시골에서 감나무꽃을 보았습니다.
비가 와서 마당 한켠에는
작고 노란 감나무꽃들로 가득했습니다.
그때부터 감나무꽃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감나무 꽃은 피었는지조차 모르게 지나갑니다.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습니다.
일부러 찾아 가서 보아야 합니다.
서울대공원 장미원에서 확인했습니다.
장미꽃은 울긋불긋 화려합니다.
사람들은 장미꽃에 빠져서 장미와 함께 합니다.
장미원 한켠 감나무꽃은
아무도 보아 주지 않습니다.
장미는 화려하지만
열매는 보잘것없습니다.
감나무꽃은 보잘것없지만
열매는 튼실합니다.
장미의 계절에 장미원에 가면 작약도 있고
산딸나무꽃도 있고 감꽃도 있습니다.
해마다 장미원에 가면 감꽃 보러 갑니다.
나는 감꽃이 좋더라.
2018-05-28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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