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떠나는 여행

오동나무의 운명

담마다사 이병욱 2018. 5. 25. 08:39

 

오동나무의 운명

 

 

오동나무에 아스팥트가 일어났습니다.

재개발로 텅 빈 마을 한켠에

오동나무가 하늘로 솟구쳤습니다.

생명이 아스팔트를 들어 올렸습니다.

 




재작년 오동나무를 처음 보았습니다.

피자가게 앞에 너른 잎사귀의

오동나무가 갑자기 출현한 듯 했습니다.

삭막한 아스팔트에 생명이 솟았습니다.

 




작년을 잘 버텼습니다.

왠일인지 베지 않고 그대로 두었습니다.

피자가게 차양막에 닿아

휘어진 모습이 안타까워 보였습니다.

 




사람들이 모두 떠났습니다.

공가(空家)처리된 곳은 붉은 페인트로

커다랗게 엑스(X)자 표시가 되었습니다.

차양막도 철거 되었습니다.

 

모두 떠난 자리에

오동나무가 오롯이 서 있습니다.

이제 거리낄 것이 없습니다.

성장하는데 방해 받지 않습니다.

 

이제 곧 재개발이 시작될 것입니다.

포크레인이 밀어 버리면

오동나무도 동시에 사라집니다.

오동나무의 운명은 정해져 있습니다.

 

형성된 것은 소멸되기 마련입니다.

태어날 때 부터 죽음이 예정 되어 있습니다.

그날이 언제인지 아무도 모릅니다.

머리에 불난 것처럼 살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2018-05-25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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