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승들의 아수라 리더십, 설조스님 단식 25일차 7.14 토요법회
어색하고 기묘한 광경
“사진찍지마!”조계사 부주지가 눈을 부라리며 말합니다. 7월 14일 토요일 오후 5시의 일입니다. 설조스님 단식 25일째를 맞아 조계사일주문 템플스테이 회관 앞에 백명 가량 사람이 모였습니다. 그 한 가운데 조계사 부주지와 총무원 스님 두 사람이 앉아 있습니다. 참으로 어색하고 기묘한 광경입니다.
스피커에서는 금강경이
요즘 목요일과 토요일이면 조계사 일주문 앞은 확성기 소란으로 요란합니다. 설조스님 단식과 관련하여 조계종 적폐청산을 외치는 불자들과 이에 맞불 놓는 방송이 울려 퍼집니다. 이날 총무원측에서 일주문 스피커를 통해 들려 준 것은 금강경이었습니다.
정평깃발을 앞세우고
정의평화불교연대에서는 7월 정평법회가 끝난 후에 조계사 일주문 앞을 향하여 이동했습니다. 동대입구역에서 3호선을 타고 안국역에 내리니 목적지는 바로 가까이 있었습니다. 녹색바탕의 깃발을 세우고 이십명 가량의 회원들이 촛불법회가 열리는 장소로 갔습니다.
점점 격해져 가는데
설조스님 단식이 25일째 되는 날입니다. 그것도 88세 노인의 단식입니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단식에 사람들은 모두 안타까워합니다. 일단 살리고 보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많습니다. 그러나 단식을 중단할 명분은 아직 보이지 않습니다. 총무원 측에서는 전혀 반응이 없기 때문입니다. 설조스님 또한 죽는 한이 있더라도 단식을 계속하겠다고 했습니다.
날이 가면 갈수록 법회양상도 점점 격해져 갑니다. 단식일자가 증가할수록 사람들의 마음도 초조해지는 것 같습니다. 단식을 하루 빨리 끝내려면 권승들을 끌어 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일까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습니다. 경찰의 저지선을 힘으로 뚫으려 한 것입니다. 그러나 젊은 경찰들이 서로 양팔짱을 끼고 삼중 사중으로 겹겹이 있어서 뚫을 수 없습니다.
갈수록 여의어 가는
설조스님은 갈수록 여의어 가는 것 같습니다. 힘도 없어 보입니다. 대중들에게 연설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는데 무척 힘들어 보입니다. 화장실에 갈 때도 다섯 걸음 걷고 한번 쉬고 하는 식이라 합니다.
스님의 단식은 여기서 멈추어야 합니다. 총무원측 사람들은 사람이 죽어 나가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사람들입니다. 청정하고 올곧은 스님 한사람 희생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살아서 개혁을 추진해 나가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 것입니다. 그러나 완고하기로 유명한 스님은 자신의 신념을 꺽지 않으려는 것 같습니다.
두 개의 리더십이 있는데
앞으로 시위는 점점 과격해 질 것입니다. 뜻하지 않게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또한번 한국불교는 매스콤을 탈 것입니다. 자꾸 좋지 않은 일로 방송을 타면 신도수 감소로 나타날 것입니다. 가장 좋은 것은 힘 있는 자가 인내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다름 아닌 제석천의 리더십입니다.
초기경전에 따르면 옛날 신들의 전쟁이 있었습니다. 악신 아수라와 선신 제석천과의 전쟁입니다. 그런데 악신 아수라대왕은 힘에 의존합니다. 전쟁에 이기면 강력한 힘에 의한 통치를 하는 것입니다. 이는 “제어 하는 자가 없으면, 어리석은 자들은 전보다 더욱 화를 내네. 그러므로 강력한 처벌로 현자는 어리석은 자를 눌러야 하리.”(S11.5)라 합니다.
가장 강력한 리더십은
아수라에게는 힘이 곧 정의입니다. 힘 있는 자는 강력한 처벌로 다스립니다. 그러나 선신 제석천은 정반대입니다. 힘이 있어도 힘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는 “다른 사람이 화내는 것을 보고 새김을 확립하면, 내가 생각하건대, 그것이야말로 어리석은 자를 누르는 것이네.” (S11.5)라 했습니다. 어리석은 자, 즉 일반 민중을 다스리는데 있어서 강력한 처벌 보다 인내를 우선하는 것입니다. 이는 다름 아닌 대화와 관용이라 볼 수 있습니다.
가장 강력한 리더십은 무엇일까? 싸움 좋아 하는 아수라의 경우 힘에 의한 리더식입니다. 그러나 부처님 가르침을 따르는 선신 제석천은 인내의 리더십을 발휘합니다. 결국 인내의 리더십이 승리합니다. 이와 같은 인내의 리더십은 다음과 같은 게송으로 표현됩니다.
“참으로 힘 있는 사람이 있다면,
힘없는 자에게 인내하네.
그것을 최상의 인내라 부르네.
힘 있는 자는 항상 참아내네.”(S11.5)
조계종 권승들은 힘 있는 자들입니다. 강력한 힘을 가지고 주체할 수 없는 힘을 행사하고자 한다면 아수라의 리더십이 되기 쉽습니다. 변화와 개혁에 대한 요구를 힘으로 억압하려 한다면 악신 아수라의 무리들과 다름 없습니다.
겸청하는 자세로
부처님 가르침을 따르는 선신 제석천은 힘이 있어도 힘을 자제합니다. 힘이 없는 사람을 힘으로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인내로 참아냅니다. 이는 겸청하는 자세라 봅니다. 가장 강력한 리더십은 자비의 리더십입니다. 겸허한 마음으로 경청하는 것이야말로 자비에 바탕을 둔 최상의 리더십일 것입니다.
2018-07-15
진흙속의연꽃
'정의평화불교연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설조스님 단식을 멈추게 하고자, 우정공원에서 올린 300배 (0) | 2018.07.18 |
---|---|
설조스님을 살려내려면 (0) | 2018.07.18 |
가르침대로 사는 것이 참여불교, 2018년 7월 정평법회에서 (0) | 2018.07.15 |
정의롭게 산다는 것은, 설조스님 단식 23일차 7.12목요촛불법회 (0) | 2018.07.13 |
설조스님의 승의적 초월의 길, 단식 18일차 토요법회 (0) | 2018.07.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