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평화불교연대

설조스님 단식을 멈추게 하고자, 우정공원에서 올린 300배

담마다사 이병욱 2018. 7. 18. 18:09

 

설조스님 단식을 멈추게 하고자, 우정공원에서 올린 300

 

 

오전에 우정공원으로 달려갔습니다. 설조스님이 감기로 잠못 이루었다는 말을 듣고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알았습니다. 29일 째 아무것도 먹지 못했는데 기침에 감기라니 대단히 위중한 상태라 판단했습니다. 혹시 폐렴으로 진행된다면 회복불능일 것입니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단체 카톡방에서는 스님을 강제로라도 병원에 옮겨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삼복더위에 우정공원은 그다지 덥지 않습니다. 나무가 많은 것도 이유이지만 요즘 불볕더위는 그늘에만 들어가면 시원합니다. 하늘은 맑고 공기는 청량해서 기분 좋은 날씨입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목숨을 건 사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벌써 29일째 입니다. 내일이 되면 한달째 입니다.

 

단식이 한달이라면 이미 인간의 한계를 넘어 선 것입니다. 설령 단식이 끝나더라도 장기와 골수 등의 손상으로 회복불능 상태에 빠질지 모릅니다. 그럼에도 88세 노구로 버티는 것은 수행력 때문일 것입니다. 무엇보다 정신력 때문이라 봅니다. 초인적인 단식에 사람들은 경의를 표하면서도 또 한편으로 우려합니다. 이제 그만 단식을 멈추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두 같습니다.

 

단식현장에 도착했습니다. 우정총국 건물 뒤에 소나무숲에 단식텐트 두 동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스님은 여전히 꼿꼿한 자세로 앉아 있습니다. 그러나 처음 단식 시작했을 때 보다는 기력이 쇠잔한 것이 한눈에 보기에도 드러납니다. 그런 텐트 주변은 노숙인들의 아지트입니다. 노숙인들은 밤새 소란을 피우는가 하면 걸핏하면 싸웁니다. 한편에서는 목숨을 건 단식을 하고 있고 또 한편에서는 막걸리를 마신 노숙인들이 있습니다. 극과 극이 공존하는 듯합니다.

 




우정공원으로 달려 간 것은 혹시라도 단식을 중단할 수 있을까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졌기 때문입니다. 비록 개인에 지나지 않지만 단식을 중단해 달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분위기에서 먹혀 들어갈 말이 아닙니다. 수 많은 사람들이 요청했고, 심지어 고명한 스님들과 사회 원로들이 요청해도 듣지 않았습니다. 평소 완고하기로 소문났다는데 어느 누구 말도 들을 것 같지 않습니다.

 

오후에 두 건의 사건을 목격했습니다. 하나는 건강체크입니다. 평소와 다르게 혈액채취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의사가 장시간 이것저것 검진했습니다. 감기기운이 있는 스님에게 간단한 조치도 취했습니다.

 




또 하나는 ‘KBS뉴스라인에서 취재 온 것입니다. 이틀 전에는 MBC 기자가 다녀갔습니다. 그날 밤 MBC 뉴스데스크에서는 말미에 설조스님 단식이 매우 짤막하게 보도 되었습니다. 아나운서가 읽어 설명하는 형식입니다. 그런데 이번 KBS 기자는 스님과 꽤 오랫동안 면담을 했습니다. 이렇게 공중파 방송 기자가 직접 대면하여 질문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 합니다. 기자는 공정한 보도와 반론권을 생각하여 총무원으로 건너 갔습니다. 이와 같은 취재 결과는 밤 11시 뉴스라인에서 방영될 것입니다.

 

단식장에는 스님의 건강악화 소식을 듣고 정평불 샘들이 몇 명 왔습니다. 샘들은설조스님 단식 중단을 위해서 108배 하기로 했습니다. 하다 보니 300배가 되었습니다. 이를 KBS 카메라맨이 촬영 했습니다. 어쩌면 11시 뉴스라인에 방송탈지 모릅니다.

 

300배 할 때 슬로건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A4용지에 스님생명을 존중합니다(정평불)’라고 매직으로 크게 써서 나무에 붙여 놓았습니다. 이렇게 스님을 위해서 108배 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 같습니다. 수 많은 사람들이 찾아 오지만 방명록에 기록을 하고 스님을 친견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이처럼 절 하는 모습은 주변에 신선한 충격을 준 것 같습니다. 유병화샘, 임숙경샘, 김광수샘, 그리고 주변에 있는 보살님과 함께 했습니다.

 




300배를 하고 난 다음 스님친견 하러 텐트에 들어갔습니다. 먼저 삼배를 했습니다. 임샘은 스님, 단식을 멈추어 주십시오.”라며 말 했습니다. 스님이 허락하지 않을 것을 예측 못한 것은 아니지만 혹시라도 기적이 일어나지 않을까 해서입니다. 그러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정평불 회원들이 스님을 위해 300배 했다고 말하자 스님은 종단개혁을 위해 기도 해야지 나를 위해 기도하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스님의 의지는 확고합니다. 종단개혁을 위해 불씨가 되겠다고 합니다. 이 방법 밖에 달리 할 것이 없다고 했습니다. 박근혜 정권을 무너뜨릴 때 백만촛불이 일어났듯이, 선한 자가 각성하여 일어날 때까지 단식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 했습니다.

 

스님의 말에 따르면 명분이 있어야 단식을 멈출 수 있다는 말로 들렸습니다. 그것이 승려대회일수도 있고 범불교도대회일수도 있습니다. 선한자들이 일어선다면 스님도 단식을 중단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앞으로 며칠이 고비일 것 같습니다. 오늘 KBS스에서 그것도 기자와 대담형식의 방송이 방영될 것입니다. 공중파방송에서 방송된다면 선한자들이 많이 알게 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현재 누구도 스님 단식을 멈출 수 없습니다. 스님 단식을 멈추려면 결집할 수밖에 없습니다. 내일(19)과 토요일(21) 촛불에 최대한 많이 나와야 합니다. 이를 명분으로 단식을 멈추게 해야 합니다. 단식이 다음주까지 연장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2018-07-18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