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기

선원을 떠나는 날, 담마마마까 수행기25

담마다사 이병욱 2019. 2. 8. 09:46

 

선원을 떠나는 날, 담마마마까 수행기25

 

 

2019 1 11

 

선원을 떠나는 날이다. 12 31일 도착하여 1 11일까지 12일간 선원에 있었다. 온 날과 가는 날을 빼면 10일이 된다. 가는 날 11일에도 새벽좌선에 참가했다. 아침 830분에 출발하지만 선원에 있는 한 규칙에 따르기로 한 것이다.

 

새벽 4시 좌선은 언제나 상쾌하다. 잠을 자고 난 후이기 때문에 마치 흙탕물이 가라앉은 것처럼 정신이 맑은 상태이다. 이런 상태에서 좌선을 하니 효율이 좋을 수밖에 없다. 특히 어제가 그랬다. 새벽 좌선이 끝나기 5분전에 몸이 깃털처럼 가벼웠다. 몸이 나른해지면서 몸이 가벼워진 것이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기를 바랬으나 새벽예불이 있어서 중단 되었다.

 

새벽 좌선에 이어 10분 간격을 두고 새벽예불이 시작된다. 그러나 새벽예불에 참석하지 않았다. 선원을 나가는 날이기 때문이다. 이는 김진태선생의 권유에 따른 것이다. 새벽예불에 참석하면 구계(九戒)를 받아 지녀야 한다. 구계에는 오후불식과 관련된 계가 있는데 선원 밖을 나가면 지킬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새벽좌선이 끝나자마자 대법당을 빠져 나왔다.

 

떠나는 날에

 

떠나는 날에는 모든 것이 마지막이다. 아침식사도 선원에서 마지막 식사가 되었다. 식사를 마치고 오랜만에 샤워를 했다. 온수기가 설치 되어 있는 한선생 숙소에서 한 것이다. 한선생은 선물로 변비약 한병을 주었다. 미얀마 변비약이다. 선원 내에 보건소가 있는데 미얀마 의사가 추천한 것이라 한다. 효과가 매우 좋아서 마치 특산품 사듯이 구매한 것이다.

 

방을 깨끗이 정리했다. 다음에 누군가 사용할 방이다. 최근에 지어진 것이어서일까 장식품도 없이 기본적인 편의시설만 있을 뿐이다. 어느 숙소에 가보면 벽에 불단이 있는 경우도 있다. 아마 장기간 체류한 사람의 숙소였을 것이다. 온수기가 설치 되어 있는 곳도 마찬가지라 본다. 머문 곳은 87번숙소 B방인데 선원에서 가장 끝번호이다.

 




사원에 오고 갈 때에는

 

오전 7시에 사야도에게 작별 인사하러 갔다. 선원에 도착한 날에는 단체로 인사했으나 이번에는 혼자 인사하게 되었다. 이번에 함께 온 수행자 중에서 가장 먼저 나가게 되었다. 대부분 한달 또는 두달 일정이다. 생업으로 인하여 장기간 자리를 비울 수 없어서 최장 2주 일정으로 시간 낸 것이다.

 

사야도에게 인사하러 갈 때에 보시금을 준비했다. 승가에 보시할 돈이다. 금액은 많지 않다. 현재 가지고 있는 것에서 능력껏 마련한 것이다. 불자라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 현물로 보시해도 된다. 제철에 나는 농산물이나 과일 같은 것이다. 미얀마 사람들은 그렇게 하는 것 같다. 보시할 것이 없으면 떨어진 꽃 한송이 올려도 좋을 것이다.

 

사원에 가면 보시하는 것이 불자의 도리이고 예의일 것이다. 사원에서 살다 간다면 떠나는 날도 보시하는 것이 기본적인 예의라 본다. 도착하는 날과 떠나는 날에 인사를 하듯이, 마찬가지로 도착했을 때와 떠날 때도 보시를 하는 것이다. 한국수행자들에게는 현물이 없으므로 현금으로 보시하게 된다. 다만 능력껏 하면 된다.

 

사야도의 축원

 

사야도에게 작별인사를 할 때 혜송스님이 통역해 주었다. 사야도에게 삼배를 하고 승가에 보시금을 올렸다. 사야도는 이 보시공덕으로 닙바나에 이르기를 바란다.’는 취지로 축원 해 주었다.

 

사야도에게 선원생활에 대하여 보고 느낀 것을 이야기 했다. 비록 12일간의 짧은 일정이지만 테라와다불교를 체험한 것이 가장 뜻 깊었음을 말했다. 이 모든 것을 노트에 기록해 두었고 사진과 동영상도 많이 찍어 두었다고 했다. 돌아가면 담마마마까에서 생활한 것에 대하여 수행기를 쓰겠다고 말했다.


사야도는 칭찬하고 격려해 주었다. 그리고 축원해 주었다. 사야도는 이곳에서 보시와 지계, 그리고 수행한 공덕으로 금생의 행복과 내생의 행복과 궁극적으로 닙바나의 행복을 이룰 것입니다.”라는 취지로 축원해 주었다.

 

12일 선원투어와 성지순례

 

사야도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정문으로 이동했다. 정문 바로 옆에 있는 사무국에서 차를 기다렸다. 오전 8 30분에 승용차가 오기로 되어 있다. 승용차를 이용하여 12일 국제선원투어와 양곤성지순례가 예정되어 있다. 미얀마에 와서 수행만 하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 날에는 성지순례도 겸하는 것이다.

 

가이드는 미얀마 현지인 미한님 가족들이 하기로 되어 있다. 첫날은 미한님 부인 미금님이 안내하고, 다음날은 미한님 동생 툰툰님이 안내하기로 되어 있다. 승용차 운전기사는 미한님의 친구이다.

 

그동안 담마마마까에서만 있었다. 다른 선원은 어떤 모습인지 매우 궁금하다. 첫날 선원투어의 경우 양곤 외곽이 대상이다. 빤디따라마선원을 시작으로 하여 따땀마란디선원, 모비찬메선원, 쉐우민선원 순이다. 둘째날은 양곤시내일정이다. 아침에 쉐다곤파고다를 시작으로 마하시선원, 모곡선원, 순룬선원, 그리고 6차결집장소 등이 예정되어 있다.

 

종무소에서

 

사무국이라 불리우는 종무소에서 승용차를 기다리고 있을 때 탁발나가기 위한 빅쿠들이 집결했다. 그제 머리를 깍고 빅쿠가 된 다섯 명의 한국수행자들도 모였다. 어제 처음 탁발 나갔는데 오늘로서 두 번째 탁발이 된다. 머리 깍은지 불과 3일 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틀이 잡혀 보인다. 마침 부근에 있는 한국인 수행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승용차가 조금 늦게 도착했다. 사무국에서 미얀마 사람이 잠시 기다리라고 했다. 혜송스님이 전달해 줄 것이 있을 것이라 한다. 잠시 후에 혜송스님이 작은 차를 몰고 나왔다. 선원내에서만 사용하는 차로서 지붕이 없다. 골프장에서 이동할 때 사용하는 작은 이동수단 같은 것이다. 선원이 넓다 보니 걷기에는 너무 멀어서 선원내에서만 사용되는 것이다.

 

혜송스님은 유에스비(USB)를 하나 건네 주었다. 법문축제 행사와 관련된 것이다. 글을 쓸 때 참고하라고 했다. 혜송스님은 봄에 한국에 있을 것이라 한다. 머무는 곳은 직지사 백련암이다. 시간 되면 4월경에 방문해 달라고 했다.

 

아름다운 동산에서

 

세상 살다 보면 이런 인연 저런 인연이 있기 마련이다. 어떤 경우에는 악연이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럴 경우 차라리 만나지 말았어야 했는데라며 후회하는 경우도 있다. 한번 맺은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인연이 선연 되게 하는 것이다. 담마마마까에서 참으로 좋은 인연을 맺었다.

 

담마마마까는 아름다운 동산이다. 야자수를 비롯하여 온갖 진귀한 나무로 가득하다. 화단에는 갖가지 식물이 있어서 식물원 같기도 하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꽃이다. 갖가지 꽃을 보면 동지섣달 꽃 본 듯이 반갑다는 말이 실감난다. 이렇게 아름다운 동산에서 매일 구계를 지키며 정진하는 수행자들이 있다.

 




미얀마는 부처님 가르침이 살아 있는 곳이다. 부처님 가르침대로 살려고 노력하는 곳이다. 미얀마에서 부처님 가르침을 보았다. 미얀마에서 보낸 12일은 두고두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이를 기록으로 남겨 인터넷의 바다에 띄우려 한다.

 

 

2019-02-08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