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백년대계

한국불교에 어른이 없다

담마다사 이병욱 2019. 4. 16. 08:16

 

한국불교에 어른이 없다

 

 

몇 해 전의 일이다. 동대문 패션의류상가 문제가 터졌다. 스님 부동산 투기를 한 것이다. 대학원설립 불사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명목이라 했다. 잘 되었다면 대박 을 것이다. 부동산이 몇 배로 오른다면 불사를 하고도 남을 큰 돈이 생겼을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 투기 광풍이 지나가고 난 다음이어서 부도가 나 버렸다. 그 일로 인하여 신도는 떨어져 나가고 여론의 뭇매를 맞아야 했다.

 

스님은 평소에 부동산 이야기를 자주 했다. 어딘가에 땅을 사 놓았는데 몇 배 올랐다는 식의 이야기를 말한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 마다 먹지 않아도 배부른 것 같았다. 내 것이 아니지만 부자가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공동체에 속해 있는 것이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그런 한편으로 스님이 이런 일을 해서 되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한국스님들은 못하는 것이 없다.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등 예능이 뛰어나다. 음식 잘 하는 스님도 있다. 요즘 먹방이 대세인데 음식 하나로 스타가 된 스님들이 많다. 매년 열리는 불교박람회장에 가면 부스에 서 있는 스님들을 볼 수 있다. 어느 스님은 절로 가면 스님되요. 일로 오세요.”라며 호객행위를 한다. 스님들의 잔치 같다. 이럴 때 스님들이 예능 행위를 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대승보살행 일 수도 있을 것이다. 중생구제를 위한 방편일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세속에서도 하찮게 여기는 일에 올인하는 삶을 산다는 것이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는다. 해야 할 공부는 많은데 언제 그 많은 공부를 하려나? 팔선정을 닦아야 하고 칠정정과 십육단계 지혜를 성취하려면 이번 생도 부족할 것이다. 이런 일을 예견해서일까 부처님은 가락에 맞추어 노래하는 것에 대하여 이렇게 말씀했다.

 

 

수행승들이여, 어찌 그 어리석은 자들이 길게 끄는 가락에 맞추어 가르침을 노래 할 수 있단 말인가? 수행승들이여, 그것은 아직 청정한 믿음이 없는 자를 청정한 믿음으로 이끌고, 이미 청정한 믿음이 있는 자를 더욱더 청정한 믿음으로 이끄는 것이 아니다. 수행승들이여, 그것은 오히려 아직 청정한 믿음이 없는 자를 불신으로 이끌고, 이미 청정한 믿음이 있는 자 가운데 어떤 자들을 타락시키는 것이다.(Vin.II.108, 율장소품, 5장 사소한 일의 다발, gāyana-노래)

 

 

부처님은 노래하는 것에 대하여 타락시키는 것이라 했다. 자신 뿐만 아니라 타인도 함께 몰고 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수행자가 왜 노래를 해서는 안되는 것일까? 율장을 보면 자명하다. 부처님은 노래하면 다섯 가지 재난이 있다고 했다. 그것은 “1) 자기가 그 음성에 집착하고, 2) 다른 사람이 그 음성에 집착하고, 3) 재가자들이 비난하고, 4) 음조를 추구하여 삼매를 방해하고, 5) 후인들이 사견의 길에 떨어지는 것이다.” (Vin.II.108)라 한 것이다.

 

반드시 노래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 그림 그리기, 음식 만들기 등 모든 예능과 취미활동이 해당될 것이다. 하물며 스님들이 장사를 하고 종단에서 사업을 한다는 것은 부처님 가르침에 따르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된다.

 

최근 조계종단에서 생수판매사업이 문제가 되고 있다. 전총무원장이 재임시절 생수사업을 했는데 수익금이 제3자에게 흘러 들어 갔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런 일은 예견된 것인지 모른다. 부처님은 만약 누군가 금과 은을 허용할 수 있다면 그는 다섯 가지 감각적 쾌락도 허용할 수 있습니다.”(S42.10)라고 말씀 했다. 금과 은은 요새말로 돈과 같은 것이다. 더 나아가 소유를 말한다. 스님들이 장사하는 것이나 종단에서 수익사업 하는 것도 해당될 것이다.

 




한국불교에서는 스님들이 장사를 하고 종단에서는 사업을 한다. 돈을 많이 벌어서 포교도 하고 불사도 크게 하면 좋은 것이다. 그러나 부처님의 예견 대로 감각적 쾌락의 욕망에 빠지기 쉽다. 이미 빠져 있다. 재벌 2세와 3세 들이 마약에 빠지듯이, 막대한 부를 축적한 승려들은 도박에 빠져 있다. 은처자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자연스럽다.

 

조계종의 생수문제와 관련하여 연일 재가불교단체에서 성명서가 나오고 있다. 정의평화불교연대에서도 검찰의 엄정수사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성명서 발표로 그쳐서는 안된다. 근본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뿌리를 뽑아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재가불자나 의식 있는 스님들의 비난이 있어야 한다.

 

수범수제(隨犯隨制)라 한다. 죄를 범하면 율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래서 율장이 방대해진 것이다. 아주 세세한 것까지 계율로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율장이 성립된 것은 재가자들의 적극적인 비난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사람들은 그들에 대하여 혐책하고 분개하고 비난했다.”라는 정형구로 알 수 있다.

 

스님들이 장사를 하고 종단에서 수익사업 하는 것을 혐책하고 분개하고 비난해야 한다. 그래서 현시대에 맞는 율장을 만들어야 한다. 여의치 않다면 청규라도 만들어야 한다. 부처님이 지금여기에 계시다면 틀림 없이 스님들이 장사를 하거나 종단에서 수익사업을 하면 악작죄(惡作罪)를 짓는 것이다.”라며 금했을 것이다. 이런 역할을 종단의 어른이 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한국불교에 어른이 보이지 않는다.

 

 

2019-04-16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