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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봄에는 개성까지 걸어 갈 수 있을까? 평화의 길 임진강변 걷기 및 도라산역 탐방

담마다사 이병욱 2018. 11. 26. 11:53

 

내년 봄에는 개성까지 걸어 갈 수 있을까?  평화의 길 임진강변 걷기 및 도라산역 탐방

 

 

평화의 길 순례를 앞두고 가벼운 감기에 걸렸습니다. 병원에 가기 싫어하지만 순례를 나흘 앞두고 병원을 찾았습니다. 감기를 선제 제압하기 위해서입니다. 의사는 감기초기증상이라 합니다. 약을 세게 지어 달라고 했습니다. 꼭 가보고 싶었던 순례를 감기로 포기 할 수 없습니다.

 

2018 11 25일 일요일 평화의 길 순례를 다녀왔습니다. 이번 순례는 평화의 길이 창립 이후 처음 열린 순례길입니다. 마치 산티아고 순례가 연상됩니다. 그러나 평화의 길 순례는 철책선을 걷는 것입니다. 이날 순례는 임진각에서 시작하여 도라산역 부근까지 약 6키로 가량 걸었습니다.

 

평화의 길은 2018 11 5일 창립되었습니다. 명진스님이 이사장입니다. 남북화해시대를 맞이하여 절묘한 시기에 탄생된 것입니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에서 못하는 일을 민간단체에서 하는 것입니다. 민간단체에서 남북교류와 화해의 물꼬를 트는 것입니다.

 

걸어서 개성공단까지, 걸어서 금강산까지, 걸어서 백두산까지 라는 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평화의 길 창립과 관련하여 걸어서 끝까지 가는 거야, 명진스님의 ‘평화의 길’ 창립총회’(2018-11-07)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린 바 있습니다.

 

임진각에 도착하니

 

11 25일 일요일 이른 아침 정발산역으로 향했습니다. 사는 곳에서 전철로만 1시간 30분 이상 걸립니다. 미리 여유있게 아침 6 30분 이전에 출발했습니다. 정발산역 동구청 주차장에 도착하니 이곳저곳 먼저 온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대부분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정발산역에서 모여 버스에 탑승한 후에 임진각을 향하여 출발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버스는 9시가 다 되어서야 출발했습니다. 원래 8 30분 출발입니다. 30분 늦게 출발한 것은 사람들이 늦게 와서입니다. 철책선 안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주민등록번호를 미리 알려 주었고 반드시 신분증을 지참해야 합니다. 마치 국경을 통과 하는 것처럼 다른 나라에 가는 것 같습니다.

 

자유로를 달려 임진각에 도착했습니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그런지 안개가 자욱합니다. 외국인들이 단체로 관광왔습니다. 분단현실도 관광상품이 되는 시대입니다. 외국인 단체관광객들은 도라산역에서도 볼 수 있었습니다.

 




임진강변 걷기 및 도라산역 탐방

 

이번 평화의 길 순례는 사실상 철책선 걷기입니다. 행사정식명칭은 임진강변 걷기 및 도라산역 탐방입니다. ‘걷기사업담당자에 따르면 다음걷기는 연천지역이 될 것이라 합니다. 그 다음달은 철원이 될 것이라 합니다. 이를 디엠지(DMZ)걷기라 했습니다. 디엠지를 구간구간 나누어 걷는 것입니다.

 

가벼운 감기기가 있어서 옷으로 중무장했습니다. 최북단 철책선이라 체감온도는 영하입니다. 모자를 쓰고 목타월을 끼고 두꺼운 겉옷을 입었습니다. 눈만 나오는 모습입니다. 본래 9키로를 걷기로 했으나 전날 눈이 오는 바람에 길 상태가 좋지 않아 6키로로 단축되었습니다. 약 두 시간 걸었습니다.

 




철책따라 걷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지난 11월초 교동도에서 잠시 철책을 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긴 길이를 걷기는 처음입니다. 철책길은 마치 신작로처럼 잘 닦여 있습니다. 어제 눈이 와서인지 길은 질척질척 합니다. 위도가 높어서인지 녹지 않은 눈이 있습니다. 쌀쌀한 날씨에 옷으로 중무장하고 걸었습니다.

 




이날 행사는 약 90명 가까이 참여했습니다. 45인승 전세버스 두 대로 이동했습니다. 명진스님이 함께 했습니다. 멀리 제주도에서 도정스님이 왔습니다. 문화재 해설사도 두 명 따라 붙었습니다. 해설사는 마이크로 철책선 주변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철책선 따라 걷기가 상품화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환자발생을 대비하여 RV차량 한대가 뒤따라 왔습니다.

 




K선생과 대화하면서 걸었는데

 

아는 사람도 몇 명 있었습니다. 올해 여름 적폐청산운동에서 본 사람들입니다. 서로 반갑게 인사나누었습니다. 아는 사람중에 S선생과 K선생도 있었습니다.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함께 다녔습니다. 특히 K선생과는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습니다.

 

안개 자욱한 철책선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사람도 건물도 마을도 없습니다. 추수가 끝난 논은 황량하기만 합니다. 더구나 철책까지 있어서 긴장감 마저 있습니다. 최북단으로 더 이상 올라 갈 수 없는 곳입니다. 철책을 따라 질퍽거리는 신작로를 동쪽방향으로 계속 걸었습니다.

 

K선생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주로 수행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K선생은 어제 밤에 위빠사나 강연을 했습니다. 강연을 해달라고 요청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새벽같이 일어나 철책까지 온 것입니다. 남들은 일요일이라 하여 푹 쉬고 있음에도 이렇게 오게 된 것은 요청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자비심때문이라 봅니다.

 

자신의 한몸 편하기 위해서는 요청을 거절하면 그만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밤늦게 강연을 하고 더구나 다음날 새벽에 일어나 여기에 오게 된 것은 자비심이 없다면 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그런 면에 있어서 K선생은 친절합니다. 질문같지 않은 질문에도 답을 해줍니다. 말을 잘 들어 주는 배려심이라 봅니다. 그래서일까 말이 잘 통합니다. 이것 저것 물어보기도 하고 알고 있는 것을 이야기 했습니다. 그러나 수행과 관련해서는 더 이상 이야기할 수 없었습니다. 체험 해 보지 않은 것은 이야기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경전에 쓰여 있는 문구를 이야기 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돈은 마련하면 되고 시간은 내면된다

 

K선생은 빠알리경전 번역 중에 비딱까(vitakka: ) 와 비짜라(vicāra: )에 대하여 이야기 했습니다. 이를 사유숙고로 번역한 것은 부족한 번역이라 했습니다. 새소리가 나면 쳐다 보듯이, 생각을 돌리는 것이 심()이라 합니다. 계속 쳐다보는 것은 사()와 같다고 했습니다. 다른 빠알리어 번역 일으킨 생각지속적 고찰이라는 말은 좀더 근접한 번역이라 했습니다.

 

비딱까와 비짜라는 초선정에 대한 것으로 언어적 형성에 대한 것입니다. 사유와 숙고 또는 일으킨 생각과 지속적 고찰, 또는 심과 사라 하는데 언어와 관련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두 번째 선정에서는 버려집니다. 이와 같은 비딱까와 비짜라에 대하여 청정도론에서는 종을 치는 것과 같이 마음의 최초공략이 사유(vitakka)이다. 종의 울림처럼 지속적으로 연결되는 것이 숙고(vicāra)이다.”(Vism.4.89)라 했습니다. 이렇게 비유를 들어 설명하면 쉽게 이해 되지만 말로서 이해하는 것보다 수행을 해 보아야 확실히 알 것입니다.

 

K선생과의 대화는 철책선길 내내 이어졌습니다. 수행을 강조하는 K선생은 12 31일 미얀마에 들어 간다는 말을 했습니다. 해마다 매번 겨울에 가는데 한번 가면 두 달 가량 머문다고 했습니다. 이번에도 지인들과 함께 갈 것이라 합니다. 매년 가는 멤버라 합니다. 이에 동참을 권유했습니다.

 

아직까지 수행다운 수행을 해 본적이 없습니다. K선생으로부터 처음 강연들은 것이 2007년인데 그때도 미얀마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그때 당시에는 초기불교에 대하여 아무것도 모르는 시절입니다. 그때 당시 K선생은 미얀마 수행이야기를 매우 실감 나게 해 주었습니다.

 

미얀마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이 생겼습니다. 더구나 K선생이 호두마을에서 십일집중수행 지도할 때 이야기는 지금까지 뇌리에 남아 있습니다. 선생이 지도할 때 한수련자가 보따리싸들고 나갈려고 했다는 것입니다. 고요한 마음이 되었을 때 자신도 생각지 못했던 일들이 떠 올랐을 때 도저히 수행을 지속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집중수행하면 자신의 내면에 있는 오염원을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집중수행에 대한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습니다. 아니 만들지 않았다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마치 바쁘다는 핑계로 참여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시간은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돈이 없어서 여행 못가고 시간이 없어서 여행가지 못한다고 하지만 마음 내기 나름입니다. 돈은 마련하면 되는 것이고 시간은 내면 되는 것입니다. 수행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직장인이라면 10일 이상 시간 내는 것이 힘들지 모르지만 개인사업하는 사람은 얼마든지 시간 낼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자리를 비우면 고객이 떠나갈까 봐 걱정됩니다. 사실 고객 대응하는 것 때문에 오래 자리를 비울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시간만 흘러갔습니다. 그렇게 십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K선생의 말을 듣고 더 이상 미룰 수 없었습니다. 이번에는 꼭 미얀마에 가서 집중수행에 참여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K선생의 미얀마행에 동참하겠다고 했습니다. 2주간 예정으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걷기명상을 하면서

 

K선생과 이야기하며 걷다보니 6키로 구간을 거의 걸은 것 같습니다. 5백여미터를 남겨 두고 걷기명상을 하기로 했습니다. 지금까지 이야기하면서 자유롭게 걸어 왔다면 마지막 구간은 묵언 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대하여 명진스님이 걷기 명상 하는 방법에 대하여 알려 주었습니다.

 




순례자들은 다시 철책길을 따라 천천히 이동했습니다. 잡담없이 오로지 걷는 것에만 마음을 두었습니다. 오로지 발에만 마음을 두면 잡생각이 떠 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반도 최북단 더 이상 갈 수 없는 길을 따라 걸으니 이런 저런 생각이 떠 올랐습니다. 그것은 철책길 순례에 대한 것입니다.

 




불자들은 삼사순례라 하여 전통사찰을 찾아 하루에 세 곳을 찾아 갑니다. 일정에 따라 이사순례가 될 수도 있고 한곳만 갈 수도 있습니다. 남북화해의 시대를 맞이하여 철책길 순례를 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마치 산티아고 순례길 처럼 철책을 따라 순례 하다 보면 남북화해의 물꼬가 더 빨리 터질 수도 있을 것이라 여겨집니다.

 




내년 봄에는 개성까지 걸어 갈 수 있을까?

 

순례자들의 종착지는 도라산역입니다. 도라산역 하면 기억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부시대통령이 침목에 사인 하는 장면입니다. 그때 당시 TV생중계로 지켜 보았습니다. 도라산역에 가니 그 침목이 그대로 있습니다.

 



 

도라산역에서 본 것은 평양이라는 말입니다. 이정표에는 평양방면 이백여키로라고 써 있습니다. 평화의 길 순례가 지속되면 기차타고 평양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마치 중국이나 일본 등 해외여행 가듯이 북한도 자유롭게 왕래하는 것입니다.

 




평화의 길 삼대사업이 있습니다. 걸어서 개성까지, 걸어서 금강산까지, 걸어서 백두산까지입니다. 내년 봄에는 걸어서 개성까지가 추진될 것이라 합니다. 정부에서 할 수 없는 것을 민간에서 뚫는 것입니다. 그 첫 번째 단계가 철책선 걷기입니다. 매달 한번씩 걷다 보면 봄이 될 것입니다. 과연 내년 봄에는 개성까지 걸어 갈 수 있을까?

 

통일촌부녀회식당에서

 

순례자들은 도라산역 부근에서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통일촌부녀회식당입니다. 커다란 홀에 들어서니 외국인단체관광객들도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미리 준비된 좌석에 앉았습니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먹을 때는 사람들이 빠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 먹는 일 같이 중요한 일은 없을 것입니다. 제육볶음에도 두부, 그리고 된장찌개가 좋았습니다.

 




전진평화사

 

마지막 일정은 도라산전망대입니다. 전망대에 도착하니 국방색 무늬 건물에 분단의 끝 통일의 시작이라는 문구가 눈에 띕니다. 이곳도 외국인 단체관광객들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도라산전망대 주차장 한켠에 절이 있습니다. 전진평화사라 합니다. 2층에는 종루가 있고 아래층에는 법당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곳이 절인지 모르는 것 같습니다. 아무도 보지 않은 곳을 혼자 돌아 보았습니다.

 








사람들이 관심을 보인다면

 

도라산 전망대는 지대가 높은 곳에 있습니다. 망원경으로 북한보기입니다. 철책 저 멀리 북한땅이 보입니다. 그라나 이날 심한 안개로 인하여 잘 보이지 않습니다. 더 이상 갈 수 없는 곳을 바라 보는 것이 관광상품이 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남북 정상이 만나서 화해의 물꼬를 텄다고 하지만 언제 어떻게 막힐지 알 수 없습니다. 이럴 때 민간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에서 못하는 일을 민간단체에서 하는 것입니다. 그런 역할을 명진스님의 평화의 길이 해내고 있습니다. 내년 봄에 걸어서 개성까지라 합니다. 과연 따뜻한 봄날 개성까지 걸을 수 있을까? 사람들이 관심을 보인다면 못할 것 없다고 봅니다.

 








높이 나는 새는 멀리 봅니다.

산꼭대기에 올라 가 보아야

안 보이는 것까지 볼 수 있습니다.

평화의 길을 순례단은

더 높이 더 멀리 날고자 합니다.

걸림 없이 날고자 합니다.”





 

2018-11-26

담마다사(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