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백년대계

선원에서 사는 것이 가장 쉬웠어요

담마다사 이병욱 2019. 5. 23. 09:17


선원에서 사는 것이 가장 쉬웠어요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언젠가 어느 수험생이 한 말이다. 머리가 좋은 사람에게는 공부는 쉬운 것이다. 미적분을 풀지 못해 쩔쩔 매는 사람을 이해 하지 못한다.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는 공부가 가장 쉬운 것이다.

 

안거철이다. 음력 사월 보름날이 되면 한국에서는 일제히 안거에 들어간다. 그런데 절에 사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느 스님이 에스엔에스에서 말한 것을 기억한다. 안거에 들어가면 편하다고 했다. 세상살기 보다는 훨씬 편하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이 말을 이해 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1월 미얀마 수행센터에 있으면서 알게 되었다. “선원에 있는 것이 가장 쉬웠어요.”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기 때문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한달 벌어 한달 먹고 산다. 월급생활자를 말한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도 있다. 일당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사업가는 회사를 유지 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는다. 때 되면 월급 주어야 한다. 그래서일까 어느 소기업 사장은 왜 이렇게 월급 주는 날자가 빨리 오는지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런데 사업을 하면 할수록 까진다는 것이다. 열심히 노력했음에도 남는 것은 빚밖에 없다는 것이다.

 

무엇을 해서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 이럴 때 사람들은 절에나 들어갈까?”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말하면 절은 그렇게 만만한 곳이 아니라고 한다. 계율을 지켜야 하고 새벽같이 일어나 수행해야 된다고 말한다. 아무나 수행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1월 미얀마에서 짧은 집중수행일정을 소화 했다. 가는 날과 오는 날을 빼면 10일 일정이 되었다. 일정이 짧은 관계로 빡세게 보내고자 했다. 그럼에도 거기서 느낀 것은 한마디로 참 좋았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잘 가꾸어진 정원, 온화한 기후, 무엇보다 때 되면 먹을 것이 나왔다는 것이다. 비록 오후불식하며 하루 두 끼 식사에 불과하지만 버는 것 없이 먹기만 한다는 사실이 너무 좋았던 것이다.

 






벌어 먹고 살기 힘들다. 유산을 많이 물려 받은 것도 아니고 많이 배운 것도 아닌 보통사람들은 이 세상 살아가기가 고단하다. 머리 좋은 사람이 공부하기가 제일 쉬었어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우월한 신체적조건과 정신적 조건을 갖춘 사람들은 한자리씩 차지 하고 있기 때문에 이 세상 사는 것이 너무 행복해요.”라고 말할지 모른다.

 

대부분 한달 벌어 한달 먹고 살고,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산다. 능력이 되지 않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의지해서 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혼자 힘으로 사는 사람들이 있다. 가진 것도 배운 것도 없지만 이 세상에 태어났기에 살아 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다. 노점을 하며 사람들이 대표적이다.

 

늙은 여인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불어도 지하도 입구를 지키고 있다. 혹한에는 머리에서부터 잔뜩 껴 입는다. 언제 올지 모르는 손님을 기다리는 것이다. 어떤 때 보면 구도자를 연상케 한다. 수행자는 선원에서 말간 모습으로 앉아 있는 것이 연상된다. 그런데 거리 노점상을 보면 인생을 달관한 듯한 모습이라는 것이다. 처절한 삶의 현장에서 진짜 수행자처럼 보인 것이다.

 

또다시 안거철이 되었다. 수행자들은 크고 작은 선원에서 세 달의 안거를 보낼 것이다. 그런데 선원에서는 저녁에도 밥을 준다는 사실이다. 이는 직접 보았다.

 

7명 가량 안거에 들어간 작은 선원에서 하루 밤을 보낸 적 있다. 한해 끝자락 그믐날 밤을 보내고 새해를 맞았다. 대중공양식으로 보낸 것이다. 그런데 작은 선원에서는 스님들 저녁 공양을 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 중에 어느 스님은 오후불식한다고 했다. 다들 저녁밥을 먹는데 그 스님만은 유독 밥을 먹지 않은 것이다. 이런 모습이 보기 좋아서 찬탄한 적이 있었다.

 

한국 스님 중에도 종종 오후불식하는 스님이 있다. 아마 남방 선원에서 체험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선원에서는 저녁밥을 먹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삼시 세 끼를 먹는다는 것은 대단히 편한 것이다. 세 끼 먹고 살기 힘든 세상에서 끼니 걱정 하지 않고 산다는 것은 쉽게 사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오로지 수행만 하며 사는 삶이 가장 행복한 것 같다. 더구나 각종 취미생활도 하면서 산다면 더욱더 행복한 삶일 것이다. 해제때가 되면 풍족한 해제비도 기대된다면 수행자로 사는 것이 제일 쉬웠어요.”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까?

 

안거 수행자라면 탁발은 못해도 오후불식만이라도 실천해야 할 것이다. 미얀마 선원에서 빅쿠들은 매일 오전 8시가 되면 탁발 나간다. 유리 등이 박혀 있는 험한 길을 맨발로 걷는다. 밥을 얻어 오면 오전 11시에 선원 수행자들과 함께 식사를 한다. 오후에는 먹지 않는다. 탁발은 그렇다쳐도 오후불식도 실천하지 않는다면 "선원에서 사는 것이 가장 쉬웠어요."라는 말을 듣지 않을까?

 

 

2019-05-23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