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백년대계

누군가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하는 사람들, 조계종 생수비리 기자회견장에서

담마다사 이병욱 2019. 6. 12. 22:50

 

누군가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하는 사람들, 조계종 생수비리 기자회견장에서

 

 

직장은 생명과도 같다. 한달 벌어 한달 먹고 사는 월급생활자에게 직장은 생명줄이나 다름 없다. 그런데 직장을 잃어 버렸다면 어떻게 될까? 당장 생계가 막막할 것이다. 물론 실업급여라는 것이 있다. 새로운 직장을 잡을 때까지 10개월까지 타먹을 수 있다. 그러나 10개월이 지나도 직장을 구하지 못하면 초조해질 것이다.

 

무엇이든지 해야 한다. 가장으로서 가족을 먹여 살리려면 돈이 되는 것이라면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해야 한다. 그런데 직장에서 해고되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순순히 받아 들인다면 다시는 복귀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저항한다면 언젠가는 돌아 갈 수 있다. 최근 생수(감로수) 비리 사건을 폭로한 조계종 노조 심원섭 지부장이 그런 케이스이다.

 

2019 6 12일 서울중앙지검에 갔다. 이제까지 한번도 가보지 않은 곳이다. 서초동 중앙지검 정문앞에서 기자회견이 예견 되어 있기 때문이다. 오전 11시부터 12시까지 1시간 동안 불교시민단체가 방송사와 언론사 기자들을 대상으로 조계종 생수비리 사건에 대한 엄정수사 촉구를 호소하는 기자회견장이다.

 

기자회견장에 섰다. 정평불을 대표하여 섰다. 바로 옆에 조계종 노조 심원섭 지부장이 서 있었다. 심지부장과 몇 마디 나누었다. “가만 있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텐데 안타깝게 되었습니다.”라고 말을 걸었다. 모두들 보아도 못 본 척, 들어도 못 들은 척 함에도 폭로한 것은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지난 10년 동안 쌓이고 쌓인 적폐를 보고서 참을 수 없어서 폭로한 것이다. 대가는 해고로 나타났다.

 

굽은 것은 펴야 하고 막힌 것은 뚫어야 한다. 잘못된 것은 바로 잡아야 하고 정의는 실현되어야 한다. 종무원은 조계종 자승 전총무원장의 생수비리사건을 폭로한 결과 생명과도 같은 직장을 잃었다. 못 본 척 할 수 없다. 마냥 보고 있을 순 없다. 20개 불교시민사회단체가 나섰다. 기자들을 불러 놓고 세상에 알렸다.

 

정평불을 대표하여 3분 동안 인사말을 했다. 준비없이 발언하면 우물쭈물 하거나 횡설수설하기 쉽다. 사전에 원고를 준비 했다. 초기경전을 인용하여 다음과 같이 말했다.

 

 

스님들이 장사해서는 안됩니다. 종단에서는 사업을 해서는 안됩니다. 한국불교에서는 스님들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음식을 만들어 생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종단에서는 출판업을 하고, 숙박업을 하는 등 문화사업이라는 명목으로 수익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독점적으로 생수를 공급하여 사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과연 부처님 제자들이 이렇게 해도 되는 것일까요?

 

부처님은 수행승들이 금과 은을 받으면 사끼야의 아들과 딸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금과 은을 받으면 감각적 욕망을 허용할 수밖에 없어서 청정한 삶을 살 수 없습니다. 결국 반승반속이 되어서 화장터에서 타다만 나무토막처럼 악취나는 삶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불교를 대표했던 사람들이 그렇습니다.

 

껍데기는 가라는 시가 있습니다. 부처님도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청정하지 못한 수행승들에 대하여 그대들은 화합해서 그러한 사람들을 물리치고 쌀겨처럼 그를 키질하여 쓰레기처럼 날려 버려라.”(Stn.281)라고 했습니다. 또 부처님은 쓰레기 같은 수행승에 대해서는 모두가 하나가 되어 그를 쫓아내야 하리라.”(A8.10)라고 말했습니다.

 

불교 쓰레기를 제거해야 합니다. 부처님의 말씀대로 모두 합심하여 쓰레기를 치워야 합니다. 검찰은 범죄자를 엄정하게 수사하여 처벌하기 바랍니다.”

 

 



생수비리를 저지른 자에 대하여 쓰레기로 보았다. 이는 경전적 근거가 있다. 부처님은 청정하지 못한 비구에 대하여 쓰레기로 보고 쌀겨를 키질 하듯이 날려 버리라고 했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반성하지 않는 비구에 대해서는 수행승들이여, 이 사람을 쫓아내라.”(A8.10)라고 했다. 보리밭의 쭉정이를 뽑아 버리듯이, 쓰레기와 같은 비구를 추방해야 함을 말한다.

 

서울중앙지검 정문 앞은 민원의 현장이다. 갖가지 사연이 적힌 현수막과 대자보가 널려 있다. ‘공수처를 즉각 시행하라라는 공익적 현수막에서부터 특정 판사와 검사를 비난하는 현수막도 있다.

 

한켠에서는 한무리의 사람들이 피켓팅을 하고 있다. 특정 판사를 거명하며 비난하고 있다. 아파트 단지 불이익과 관련된 것이다. 30도가 넘는 초여름 날씨에 양산을 쓰고 수십명이 서 있다. 그러나 조용하다. 피케트만 들고 있을 뿐이다.

 




조계종 생수비리 기지회견장에서는 우렁찬 소리가 울려 퍼졌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108배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불력회 박종린 법사를 중심으로 6명이 108정 진하며 나무아미타불을 크게 외쳤다. 20분간 진행된 108배에 JTBC, MBC, 뉴스타파 등 방송사 기자들과 교계신문 기자들이 전과정을 촬영했다.

 

저항수단으로 108배와 삼보일배만한 것이 없다. 자신을 낮추면서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때문에 종종 정치인들도 활용한다. 108배를 한 것은 청렴불교를 위한 성찰과 발원을 위해서 한 것이다. 아무도 나서지 않은 현실에서 재가불자들이 대리참회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누군가 나서야 한다. 나서서 알려야 한다. 모두 침묵하고 있으면 묻힌다. 알리는 것으로 피켓팅, 촛불법회, 삼보일배 등 여러 가지 수단이 있다. 그러나 언론만한 것이 없다. 정보통신과 인터넷 시대에 기자회견 만한 것이 없다.

 

성명서을 발표하고 108배를 하면 삽시간에 퍼져 나간다. 적폐세력이 가장 두려워 하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포털 검색창에 조계종 생수를 키워드로 치니 기사가 벌써 떠 있다. 연합뉴스와 뉴시스 발 기사에서 생수판매 로열티 조계종비리 엄정수사촉구’, ‘조계종 생수비리 사건은 도둑질’, ‘조계종 생수 비리 의혹 108배 하는 불자들과 같은 제목을 보았다.

 

극한직업이라는 방송프로가 있다. 주로 3D업종에 대한 것이다. 흔히 말하는 힘들고(Difficult), 더럽고(Dirty), 위험한(Dangerous) 일을 말한다. 제조업이나 광업, 건축업 등 남들이 꺼려 하는 일이다. 방송에서 나레이터는 종종 누군가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적폐청산운동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피켓팅, 촛불, 108배와 삼보일배, 기자회견 등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묵묵히 하는 불자들이 있다. 낮은 자세로 봉사하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활동가라기 보다는 의사(義士) 또는 지사(志士)에 가깝다. 시대를 리드하는 정의로운 삶을 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2019-06-12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