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떠나는 여행

장미보다 산딸나무꽃

담마다사 이병욱 2019. 6. 3. 09:02

 

장미보다 산딸나무꽃

 

 

장미의 계절이다. 해마다 이맘때쯤 아파트 담벼락마다 장미천지이다. 색깔도 다양하여 빨강, 노랑, 분홍 등 컬러풀하다. 아직까지 파랑장미는 보지 못했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연례행사처럼 가는 곳이 있다. 서울대공원 동물원옆 장미원이다. 다닌지 십년이 넘었다. 매번 기록을 남겼다.

 







장미원에는 장미만 있지 않다. 작약원도 있다. 생긴 것이 장미 비슷해서 조성해 놓은 듯하다. 화무십일홍이라 했던가. 가 보았더니 끝물이다.

 

장미는 육개월핀다. 피었다지기를 반복한다. 장미는 품종이 매우 다양하다. 한송이에 여러 색깔이 들어간 것도 있다. 장미에도 퓨전이 있는 것이다.

 






장미원에 가면 온통 장미천지이다. 사람들은 꽃밭에서 추억을 만든다. 온통 장미에 팔려 있다. 그러나 장미 보다 더 아름다운 꽃이 있다. 나무에 피는 흰 산딸나무꽃이다.

 




산딸나무꽃은 팔랑개비처럼 생겼다. 꽃잎 네 개가 팔랑개비처럼 돌아 갈 듯하다. 컬러풀한 장미와 달리 희고 고와서 품격 있고 우아해 보인다. 그러나 사람들은 장미에 눈이 팔려있다.

 





장미는 꽃중의 꽃이다. 잘난 사람 같다. 잘난 사람들만 모아 놓으면 어떻게 될까? 일이 잘 될 수도 있지만 싸움 그칠 날 없을 수도 있다. 장미에 가시가 있는 것처럼 잘난 맛에 살기 때문일 것이다.

 

장미원에는 장미만 있지 않다. 갖가지 꽃이 있다. 이름 모를 아주 작은 꽃도 있다. 꽃잎이 넓고 화려한 장미보다도 작고 보잘것 없는 작은 꽃에 마음이 간다. 화장세계를 보는 것 같다.

 




이 세상을 비로자나불의 한바탕 꿈이라고 한다. 갖가지 꽃으로 장엄된 세계이다. 크고 화려한 꽃 일색이 아니라 온갖 잡꽃으로 이루어진 화장세계이다.

 

모든 꽃은 대지를 어머니로 한다. 대지를 모태로 한 꽃은 크든 작든 차별이 있을 수 없다. 그것 자체로 완성된 형태이다. 화장세계에서 모든 중생은 부처님이 현현한 것이다. 귀하거나 천한 차별이 있을 수 없다. 존재 그 자체는 존엄한 것이다.

 

장미원에 장미만 있다면 싫증 날 것이다. 온갖 잡꽃이 있어서 조화롭다. 장미원에 화려하고 컬러풀하고 가시가 돋힌 장미보다도 산딸나무꽃을 보러 간다. 매년 이맘때 희고 고운 자태의 산딸나무꽃을 보러 간다.

 






2019-06-03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