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고통의 끝을 봅시다
폭염이 절정이다. 너무 뜨거워서 이쪽에서 저쪽으로 건너 가기를 망설일 정도이다. 작열하는 햇살에 녹이 버릴 것 같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지속되지 않는다. 꺽일 날이 머지 않았다.
무엇이든지 절정에 이르면 꺽인다. 시세분출한 주식이 최고점에서 맥없이 고꾸라지는 것과 같다. 추위가 극에 달했을 때 그것 이상 없었다. 달도 차면 기운다고 했다. 무엇이든지 극에 달하면 터닝포인트가 된다. 바닥에 닿으면 치고 올라간다. 슬픔도 고통도 극에 달하면 더 이상 슬프지도 괴롭지도 않다.
청산에 흰구름이 흘러간다. 청산은 그대로 있는데 백운은 변화무쌍하다. 아니 청산도 변한다. 계절에 따라 옷을 갈아 입는다. 시간을 무한대로 확장하면 청산도 사라질 것이다. 어느 것 하나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 한없이 행복할 것 같았던 시간도 기억속에만 있다. 절망의 구렁텅이 속에서도 한줄기 빛은 보인다.
폭염이 절정일 때 폭염의 끝을 본다. 행복에서 행복의 끝을 보고, 슬픔에서 슬픔의 끝을 본다. 그래서일까 어느 위빠사나 법사는 “이제 고통의 끝을 봅시다.”라고 말했나 보다.
2019-08-10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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