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고욤잎차는 감로수

담마다사 이병욱 2019. 7. 1. 15:50

 

고욤잎차는 감로수

 

 

마셔도 마셔도 갈증나는 것이 갈애이다. 커피도 그렇다. 원두커피를 마셔 보지만 밋밋하다. 더 자극적인 것을 원한다. 요즘은 블랙커피를 많이 마신다. 이것도 양이 차지 않으면 프림과 설탕이 잔뜩 들어간 봉지커피를 찾는다. 이른바 자판기커피라고도 한다. 달달한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뒤끝이 좋지 않다. 무언가로 입가심 해야 한다. 군것질을 하게 된다.

 

자극적인 것을 찾다 보면 점점 도수가 높아진다. 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처음에는 알코올 도수가 낮은 것부터 시작하지만 감각이 둔감해져서일까 더 센 것을 찾는다. 왠만한 자극으로는 만족하지 못한다. 마셔도 마셔도 갈증만 난다. 스테레스가 주범일 것이다.

스트레스받으면 보상심리가 발동한다. 대게 먹는 것으로 푼다. 마시는 것도 해당된다. 먹고 마시며 수다떨면 어느 정도 스트레스가 해소된다. 그러나 대가를 치루어야 한다. 먹고 마시며 즐길 때는 천상같지만 다음날 아침이 되면 지옥이 된다. 결과로서 괴로움을 맛 본다. 즐기는 삶이 반드시 행복한 것이 아님을 말해 주는 것 같다.

 

병이 나는 것은 이유가 있다. 근본적으로 잘못된 식습관에 따른 것이다. 술 마시기를 밥 먹듯 하면 저항력이 약해져서 감기에 걸리기 쉽다. 면역력이 약해졌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약을 먹는 것도 좋지만 차를 마시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고욤잎차가 바로 그것이다.

 

고욤잎차의 효능에 대하여 몇차례 글로 쓴 바 있다. 고욤잎차를 마시면 당뇨병, 고혈압, 위장병에 효과 있다. 무엇보다 면역력을 높여 준다. 몸이 약해졌을 때 마시면 매우 효과적이다. 실제로 지난 1년간 고욤잎차를 마시면서 겪어 본 것이다.

 

고욤잎차를 처음 접한 것은 작년 늦봄 때이다. 감기에 걸려 몸의 저항력이 약해 졌을 때 유병화선생이 고욤잎차를 건네 주었다. 처음 마셨을 때 밋밋했다. 자극적이지도 않았다. 감잎차 맛도 났지만 쓰지도 않았다. 보리차보다는 진했고 감칠맛이 났다.

 

어떤 차이든지 야생의 것이 효능이 좋다. 재배한 것 보다는 야생에서 나는 것이 더 약효가 있다. 개복숭아, 개살구, 개똥참외, 개머루처럼 자가 붙은 것이 좋은 예이다. 고욤나무도 야생이다. 감나무의 조상격이다. 고욤잎차가 감나무잎차 보다 효능이 더 있는 이유가 될 것이다.

 

고욤잎차를 만들기 위해 서산으로

 

고욤잎차를 만들기 위하여 서산으로 향했다. 작년 이맘때쯤에도 만들러 갔었다. 미황사 금강스님의 참사람의 향기 서산도량이다. 기록을 찾아 보니 7 22일이다. 올해에는 좀 더 일찍 출발했다. 장마가 오기 전에 가장 좋다고 한다. 날자로 따졌을 때 7월 초순이 좋다. 이번에는 6 30일날 만들었다.

 




서산도량에는 고욤나무가 이곳저곳에 여러 구루가 있다. 미황사 금강스님이 머무는 처소 부근에서 채취했다. 시기적으로 잎파리는 너무 연하지도 진하지도 않아서 적당하다.

 

 



고염잎차는 다른 차와 달리 잎이 어느 정도 자랐을 때가 좋다. 새순으로 차를 만들면 고유의 성분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너무 늦으면 잎 색깔이 진해져서 맛이 변한다. 또 너무 늦게 따면 흰색깔나는 곰팡이 같은 것이 퍼져서 좋지 않다. 새순이 돋고 나서 한달 보름 정도 지났을 때가 가장 좋다고 한다.

 



 

채취한 고욤나무잎을 수돗가로 가져 갔다. 깨끗이 세척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잎파리 안쪽에 흰색곰팡이 같은 것을 제거하는 목적도 있다. 가지에는 콩알만한 작은 열매가 달려있다. 마치 감나무 열매처럼 보인다. 그러나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 이런 열매도 고욤나무잎차의 재료로 사용된다.

 



 

고욤잎차는 어떻게 만드는 것일까? 차 만드는 방법과 동일하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찌는 과정이 있다. 그 다음에 덖는다. 찌고 덖는 것이다. 단순한 것 같아 보여도 노우하우가 있다. 특히 덖는 것이 그렇다. 유병화선생은 지난 4년 간의 경험을 살려 능숙하게 만들었다.

 

잘 세척된 고욤나무잎은 가지가 달린 채로 찜기에 넣어서 찐다. 그렇다고 오래 찌는 것은 아니다. 살짝 데친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물에 데치는 것이 아니라 찜으로 데치는 것이다.

 



 

데치고 나면 뻣뻣한 나뭇잎이 풀이 죽는다. 이것을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서 최소 30분 이상 말려야 한다. 통풍이 잘 되는 대바구니가 좋다. 물기가 마를 때까지 햇볕과 바람에 자연 건조시키는 것이다.

 



 

덖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 잘 건조된 잎을 다듬는 것이다. 가지째로 쪘기 때문에 잎파리만 떼어 내야 한다. 가장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 일년 동안 마실 것을 준비 하다 보니 작업량이 꽤 되었다. 오전 11시부터 점심도 거른채 오후 3시까지 내리 4시간 동안 작업 했다.

 

 



가장 하일라이트는 덖는 작업이다. 이 작업이야말로 경험을 필요로 한다. 유병화선생은 목장갑을 끼고 온도 조절을 해 가면서 덖었다. 한여름이라면 땀이 비오듯 쏟아질 것이다. 몇 차례 덖기를 반복하자 잎파리가 말리면서 변색되어 갔다. 콩알 같은 고염나무열매도 함께 볶았다. 열매는 깊은 맛을 나게 해준다.

 



 

마침내 고욤나무 차가 완성되었다. 녹색의 잎파리가 차로 변신된 것이다. 그것도 건강식품이 되었다. 비타민 C가 많이 들어 있어서 혈압이 높아지는 것을 방지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피를 맑게 하여 면역력을 높여 준다. 특히 고욤잎은 항산화와 항암작용까지 있다고 한다. 이쯤 되면 건강식품이라기 보다는 약이라고 볼 수 있다.

 

 



작년에는 잎파리를 칼로 잘라서 덖었으나 올해에는 잎파리째로 덖었다. 덖는 과정에서 그리고 말리는 과정에서 부스러지기 때문이다. 하루 밤 더 말리니 잘 건조 되었다. 색깔이 더 진해졌다. 중간중간에 열매도 있는 것이 보기에도 좋았다.

 



 

시음 해 보니

 

올해 만든 고욤잎차는 어떤 맛일까? 시음 해 보기로 했다. 다기에 고욤잎차와 열매 몇 개를 올려 놓았다. 뜨거운 물을 붓고 몇 분 기다렸다. 마침내 고욤잎차가 완성되었다. 너무 진하지도 않은 너무 연하지도 않은 노랑색깔이다. 맛은 밋밋하다. 떫지도 않고 달지도 않다. 자극이 없다. 마시고 나면 뒤끝이 깨끗하다.

 




고욤잎차를 마시면 청정해지는 것 같다. 자극성이 있고 고유한 맛이 있는 차와는 다르다. 평소에는 잘 모른다. 그러나 감기에 걸려 몸의 면역력이 약해졌을 때 마시면 매우 효과적이다. 평소에는 잘 마시지 않지만 몸에 위기가 발생하였을 때 마시면 매우 효과적이다. 이런 고욤잎차는 감로수(甘露水)이다.

 

부처님 가르침은 감로법

 

감로수는 삼십삼천에 있는 달콤하고 신령스런 액체를 말한다. 불교사전에 따르면 이 액체는한 방울만 마셔도 온갖 괴로움이 사라지고, 살아 있는 사람은 오래 살 수 있고 죽은 이는 부활한다고 한다. 또한 감로수는 부처님의 교법을 비유하는 말이기도 하다.

 

부처님 가르침에 대하여 감로법이라고도 한다. 마치 갈증난 사람에게 감로수를 주는 것과 같기 때문일 것이다. 마셔도 마셔도 갈증나는 갈애의 세상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접하면 더 이상 갈증을 일으키지 않는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불사로 이끄는 감로와 같은 가르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게송이 있다.

 

 

Sacca ve amatā vācā

esa dhammo sanantano,
Saveca atthe ca dhamme ca

āhu santo patiṭṭhitā.

 

진실은 참으로 불사의 말이니,

그것은 영원한 가르침입니다.

진실속에, 유익함 속에,

가르침 속에 참사람들이 서있다고 합니다.”(Stn.453)

 

 

숫따니빠따 잘 설해진 말씀의 경’(Sn.3.3)에 실려 있는 게송이다. 시인 수행승 방기싸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찬탄한 것이다. 여기서 불사(不死: amatā) 라는 말은 감로(甘露)를 뜻한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불사로 이끄는 가르침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왜 부처님 가르침이 감로일까? 주석에 따르면 그 감미로움 때문에 감로와 유사하다. (sādhubhāvena amatāsadisa)”(Prj.II.399)라고 했다.

 

부처님 가르침이 감로법이다. 그것은 감미롭기 그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인 수행승 방기싸는 불사의 가르침에 대하여 열반을 성취하기 위하여, 괴로움을 종식시키기 위하여, 부처님께서 설하신 안온한 말씀, 그것은 참으로 말씀 가운데 최상입니다.”(Stn.454)라고 게송으로서 찬탄했다.

 

목에 착 감기는 것이

 

고염잎차는 정화작용이 있는 것 같다. 몸이 혼탁해졌을 때 마시면 깨끗해지는 것 같다. 그래서 자기 전에 한컵 마신다. 무엇보다 자고 난 다음 마시면 더 좋다. 새벽에 물을 마시면 건강에 좋다고 하는데, 더 좋은 것은 고욤잎차를 마시는 것이다. 목에 착 감기는 것이 감로수이다.

 


 

2019-07-01

담마다사 이병욱